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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뛴다 14 한숙자 충남장애인부모회 당진지회장
“부모님 먼저 지치지 마세요”

발달장애 치료를 위한 ‘장애인부모회’
가족지원사업·주간치료도 가능
한수미l승인2017.08.26 12:22l(1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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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숙자 충남장애인부모회 당진지회장은 젊었던 시절 여행을 좋아해 청바지에 배낭을 메고 어디든 가곤 했다. 그날도 제주도를 가던 날이었다. 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당진종합버스터미널을 찾았는데 그를 기다리고 있던 올케 언니에게 잡혔다. 곧바로 소개팅을 하러 갔다. 남편은 아직도 과거를 회상하며 “청바지에 배낭 메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소개팅 하러 온 사람은 당신 밖에 없을 것”이라며 웃곤 한단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던 그가 그렇게 남편을 만났고 결혼을 했다. 그리고 이듬해 아들 동연 군이 태어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였다. 하지만 갈수록 여느 아이들과 다른 것을 느꼈다. 말도 느렸고 겁도 많았다. 단지 발달이 늦을 뿐이라는 생각에 기다리기도 했고, 혹시 몰라 대학병원에 가 여러 검사를 했지만 문제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될 때까지 “엄마”와 “아빠”를 어눌하게 말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애써 아들의 장애 사실을 외면했다. 그는 “장애 아동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라면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못할 것”이라며 “나 또한 하루 자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아이를 키웠다”고 말했다.

한 번 아프면 호되게 앓았던 아들이 어느 날 급성폐렴으로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체격이 좋았던 동연이와 한 침대를 쓸 수 없었고 소아병동이기에 간이침대도 없었다. 의자에 앉아 동연 군  침대에 기대 엎드려 잔 지 며칠이 지났다. 새벽녘 잠에서 깬 아들이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을 했단다. 처음 말 문이 트인 날이다. 그는 “‘말을 못해도 생각과 감정이 있고, 다 알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그날 병동에서 엄청 울었다”며 “그 말을 듣고 크게 위로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때때로 힘든 날도 많았다. 가끔 잠에서 깨 울부짖기도 하고 남편에게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아이가 아파야 하는 거냐”며 하소연하기도 했단다. 또한 정신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할 정도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여기에 생활고도 겹쳤다. 부부는 슈퍼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풀빵장사부터 시작해 분식집과 대리운전, 수족관 오징어 판매 등 동연이를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그는 “배달일을 하면서 교통사고도 참 많이 났다”며 “그래도 아이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일했다”고 말했다.

동연 군이 어렸을 당시만 해도 당진에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나 공간이 거의 전무했다. 이후 충남장애인부모회 당진지회가 2006년에 생겼다. 그 전까지 천안을 오가며 치료실을 다녔지만 이제 당진에서 치료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한 지회장은 회원으로 활동하다 부회장을 거쳐 2012년 12월부터 회장 임기를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회장으로 자리하며 장애인부모회의 치료실을 비롯해 주간보호센터와 가족지원사업을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한 지회장은 “엄마들이 ‘우리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면 엄청난 양이 될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며 “장애를 둔 부모들의 심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 발달장애 아이들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느린 것”이라며 “꾸준한 치료가 이뤄진다면 느리지만 좋은 일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엄마들이 지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을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길게 앞을 봐야 해요. 그렇다면 분명 아이들도 좋아져요. 또한 아빠들의 역할도 큽니다. 대부분 아이가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요. 하지만 어릴 때부터 부모가 함께 해야 아이가 컸을 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한수미 기자 d911112@naver.com


한수미  d91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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