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탐방 최상근 작가를 만나다
천으로 그려낸 인간의 본성

인사동 인사이트센터 1층 본전시관서 개인전
“작업 과정 속 행복과 성취감 느껴”
김예나l승인2017.09.10 09:44l(1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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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청바지를 좋아하던 최상근 작가는 어느 날 찢어진 청바지 틈 사이로 비치는 속살을 보면서 ‘천’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예술적 매력을 발견했다. 그 후 천을 재료로 하는 회화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2015년 아미미술관 레지던시 작가 전시를 통해 천으로 작업한 작품을 소개한 적이 있는 그가, 오는 13일부터 6일 간 12점의 작품을 서울에서 처음 선보인다.

디자인, 조소, 수채화까지
초등학생 때부터 미술에 흥미를 느껴 관심을 가졌지만, 미술교육을 받을 수 없어 미술대회에 출전하더라도 상 한 번 못 탔다. 이후 고등학생 1학년 때부터 미술학원을 다니게 됐고 입시를 앞두고 디자인을 전공하고자 했다. 하지만 디자인을 대학 입시로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심지어 120개 색상을 칠해야 할 때, 붓 세척 시간을 아끼고자 120개의 붓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그 이후 최 작가는 디자인을 뒤로 하고 조소를 배웠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힘든 작업이기에, 반년 후 수채화로 전향했다. 하지만 수채화를 가르쳤던 강사의 지도스타일과 맞지 않자 그는 고향 당진으로 내려와 1년 간 혼자 습작을 했다. 그동안 해왔던 미술작업들이 그가 작가로 성장하는데 디딤돌이 됐고 그 덕분에 그만의 스타일이 탄생했다. 최 작가는 “구상과 추상을 같이 공부했기에 그림의 경계가 없었다”며 “재료기법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재료에 대해 연구하다보니 ‘천’을 활용하는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천’
초창기 최 작가는 당진시내의 양장점을 찾아 천을 얻었으며, 이후에는 동대문에서 샘플로 나온 천을 수집했다. 이때 천도 색 물감만큼 색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았다.

최 작가는 “천을 이용한 회화작업은 물감과 붓이라는 재료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만든다”며 “평면 캔버스가 아닌 판넬 위에 다양한 색채의 천을 덧붙여 조각, 스크래치 등 벗겨내는 방식으로 조각의 소조기법과 서각에 음각, 양각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천은 따듯한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며 “명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포근함을 느낌을 준다”고 전했다.

겹겹이 천을 붙인 뒤 긁고 벗기고
한편 오는 13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이트갤러리 1층 본전시관에서 ‘경계와 빈틈 - 그사이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최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최 작가는 천의 면과 면사이의 경계와 틈을 이용한 작업을 보여준다. 또한 등장하는 인물과 자연은 우리에게 따뜻함과 포근함을 느끼게 해주는 대상을 주제로 선택했다. 100호부터 300호까지 대형 캔버스에는 법정 스님, 마더 테레사, 김수환 추기경, 아인슈타인, 오드리햅번 등이 천으로 그려져 있다. 멀리서보면 사진으로 착각할 만큼 사실적이다.

최 작가의 작업은 베니어합판 위에 캔버스를 붙이고, 그 위에 작품의 소재에 필요한 만큼 적게는 8겹에서 많게는 16개 겹까지의 천을 겹겹이 붙인다. 그리고 그 위에 선으로 소재의 형태를 그린 다음, 칼로 선의 이미지를 자른다. 그 다음에는 소재를 제외한 부분의 천을 긁거나 벗겨내면서 소재의 형태를 남긴다.

최 작가는 “세상의 질서와 규칙의 경계,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온기를 불어넣어준 이들을 회상하며 천 회화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살짝 들쳐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최 작가의 작품을 본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작품 앞에 바짝 다가가서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천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며 “최 작가의 작업은 정교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물의 배경에 추상적인 이미지나 인물의 생애와 관련된 내용을 첨가함으로써 초상화 형식의 진부함에서 벗어나는 의지가 읽혀진다”고 덧붙였다.

“작업에는 만족이 없어요. 만족하면 안주하게 돼요. 더 이상의 탐구와 연구는 하지 않게 돼죠. 이전에 제가 그린 그림을 지금 보면 항상 허점이 보여요. 그래서 계속 연구해요. 저도 아무것도 없는 캔버스를 보면 공포감이 밀려오곤 해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두려움이 없어져요. 작품이 완성될 경우 성취감이 큰 데, 이 느낌 때문에 고통 속에서 행복을 찾아 작업하는 것 같아요.”

>>최상근 작가는
·1969년 당진시 무수동 출생
·당진초·당진중·호서고 졸업
·돈보스꼬예술대학 졸업
·경향미술대전 대상 및 충청남도미술대전 우수상 수상 등
·청화실 운영 및 청목회 지도작가
 


김예나  yena0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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