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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상 충남지역언론연합 보도국장
왜 도청 개방형 브리핑실 전환에 반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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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 기자단이 기자실 문제로 시끄럽다. 충남도는 지난 7월 본청 5층에 있는 현재의 출입기자실을 1층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또한 지금의 중앙기자실-지방기자실-브리핑실로 구분된 기자실 구조를 ‘통합 브리핑실’로 개편하기로 했다.

충남도에 등록된 기자들은 수백 명에 이른다. 기자회견에 50∼70여 명이 참석할 때도 많다. 기자간담회 등 규모가 있는 브리핑이 열릴 때면 자리가 비좁아 다른 공간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브리핑실(127㎡, 약 38평)보다 2배 가까이 더 큰 공간(202㎡, 약 68평, 부속실포함)에 있는 자리를 주로 메이저를 자처하는 일부 출입기자단이 독점하고 있다.

충남도는 최근 기존 중앙기자실과 지방기자실을 없애고 기존 지정석 대신 등록된 기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통합 브리핑실을 만들 계획을 발표했다. 평상시는 자유 취재석으로, 기자회견 때에는 브리핑실이 되는 개방형이다. 도의회의 동의를 얻어 관련 예산(3억 2000만 원)도 확보했다. 늦었지만 누가 봐도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출입기자단의 생각은 다르다. 기존에 혜택을 누려온, 각각 10여 개 언론사로 구성된 도청 출입 지방언론기자단과 중앙언론기자단은 충남도 계획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방언론기자단의 경우 지난 7월 통합 브리핑실 전환에 대한 항의 표시로 도지사와의 만찬과 기자간담회를 보이콧 했다. 중앙언론기자단도 충남도에 통합 브리핑실 전환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들 지방언론기자단과 중앙언론기자단은 1층으로 옮기되 자유석이 아닌 기존처럼 소속 언론사 이름표를 붙인 지정석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통합브리핑실이 아닌 지금과 같은 독점형 기자실 구조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 2012년 12월 충남도청이 대전에서 지금의 내포(충남 홍성)로 이전할 당시와 매우 흡사하다. 당시에도 이들 기자단은 ‘관행대로 기존 회원사만 기자실 좌석을 사용하겠다’며 개방형 브리핑실 전환을 가로막았다. 또 도청 지방기자실 회원사 기자와 비회원사 기자가 ‘기자실 출입 문제’로 다툼을 벌여 서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고 신생 언론 매체가 더 늘어나 매체 환경이 더욱 다양화되는 등 언론환경도 급변했다. 출입 기자들의 얼굴도 대부분 바뀌었다. 하지만 기자단의 독점과 특권 의식만은 그대로다. 때문에 이는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이유 없는 배척으로 읽힌다. 기자단과 회원사라는 이름으로 취재공간을 독점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식은 16년 전 이미 비상식적인 것으로 결론 난 바 있다. 지난 2001년 인천국제공항 기자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가 ‘출입 기자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쫓겨난 바 있다. 법원은 당시 ‘기자실 출입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이를 시작으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기자실을 브리핑실로 전환하는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시민단체와 공무원노조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공공건물의 공간을 임의단체인 특정 기자단에게만 무단 사용하게 하는 것은 특혜라고 지적했다. 당시 적지 않은 지방자치단체가 폐쇄적인 기자실을 개방형 브리핑실로 속속 전환했다. 언론인들도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던 기자실을 브리핑실로 전환하고 소모품 비용 등 운영경비는 공동부담하자는 안을 앞다퉈 내놓았다. 이후 행정기관 내 기자실은 개방형 브리핑실로 빠르게 전환됐다.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에는 기자실이 없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정부 부처 내에 별도의 기자실을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면 일본, 미국, 이탈리아 세 나라에 불과하다. 독일의 경우 아예 기자실이 없다. 하지만 등록만 하면 독일 정부 부처 통합 브리핑실에서 개최되는 기자회견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개방형 브리핑실 전환에 반대하고, 폐쇄적인 기자실 운영을 고집하는 것은 자신들의 특권을 지키기 위한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더는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기득권’을 유지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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