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등산예찬론

당진시대l승인2017.09.10 09:47l(1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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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접어들면서 유독 골프를 치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직 안 친다고 하면 드넓은 초원 위에서 산뜻하게 차려입고 ‘나이스 샷’을 외치는 즐거움을 왜 만끽하지 않느냐고 질책을 한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빨리 골프연습장에 등록하라고 하였다. 머리는 자기가 올려주겠다고 하면서. 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였다. 카트를 타고 그린을 누비는 상상과 외국 원정에 대한 기대도 가져봤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였다. 새삼스럽게 무언가를 배우기보다는 그동안 해왔던 것 중에서 잘하는 것을 계속하자는 구태의연함 때문이었다.

등산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몸도 마음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목표는 용봉산 정복이었다. 세심천에 주차를 하고 수암산을 경유하여 용봉산까지 가기로 하였다. 그러나 동네 주변 산책도 주기적으로 하지 않았던 나에게 이러한 목표는 애초부터 무리였다. 불과 열 발짝을 움직였는데 다리도 아프고 가슴이 벅차서 숨쉬기가 곤란하였다. 동행에 나섰던 학생들은 난감해하였다. 세 명의 야간학생들은 삼십대 말에서 사십대 초반이었다. 더구나 총각들이었고 여학생은 산악회 총무로 이산저산을 누비던 베테랑이었다. 나 혼자만 헉헉대는 모습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어 억지로 참아보았지만 평상이 나타나자마자 나도 모르게 철푸덕 앉았다.

저질체력을 실감하였을 뿐만 아니라 견디는 힘도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숨을 돌리고 다시 산행을 시작했으나 오르막길이어서 그런지 곧바로 숨이 차기 시작하였다. 십 여분 정도 올라왔나 평상이 다시 보여 또 주저앉았다. 학생들은 내 상태를 보고 안쓰러워하였다. 자존심이고 뭐고 없었다. 심지어 산에 가자고 한 것을 후회했다. 시간이 지나니 피로도 회복되어 다시 걷자고 하였다. 몇 차례 휴식이 또 있었지만 결국 용봉산 정상까지 갔다. 그 사건(?)이 있은 다음날부터 일주일에 두세 번은 동네산책을 하였다. 또 꼭 한 달에 한 번 다시 그 코스를 갔다. 이번에는 첫 번째 평상이 나와도 지치거나 힘들지 않았다. 체력이 향상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후 삼사년간 한 달에 한 번씩은 인근 산들을 다녔다. 새해 첫날은 가야산 정상에서 한 해의 소망을 빌기도 하였다

요즘은 주말에 동네 산에 오른다. 등산이라고 하기에는 높지 않아 산책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시간도 한 시간 조금 더 걸리니 등산은 아니다. 평일에도 가면 좋으련만 아침에 이불을 걷어차고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이불 속 따뜻함이 주는 유혹과 편안함을 이겨내고 일단 산에 가면 좋다. 철마다 달라지는 산의 풍경도 그렇지만 공기가 청정해서 가슴이 뻥 뚫린다. 가끔씩 부는 바람은 귀를 간지럽히기도 하고 새소리는 바람소리와 어울려 한편의 음악처럼 아름답게 들리기도 한다. 나무냄새와 풀내음 그리고 흙냄새도 내 몸과 일체를 이뤄서 정신과 눈이 맑아지기도 하였다.

한두 번 산악회에 끼여서 먼 산을 가보기도 하였으나 체질상 맞지 않았다. 이른 새벽에 출발하여 좁은 좌석에서 앉아 잘 모르는 사람과 서너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이 뭔지 모르게 어색하였다. 특별히 어느 누가 불편함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 가면서 내가 쉬고 싶을 때 쉬고, 가고 싶을 때 가는 편안함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 다녀온 축령산 산행은 의미가 깊었다. 당진시대 임직원과 주주 및 독자들이 산행을 하였는데 마치 옛 친구들이나 혹은 가까운 친척들과 함께 산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아마 당진시대에 갖는 기대와 여망들이 비슷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방을 차려서 잊었던 정감을 일깨워준 엄우정 당진시대 이사님과 방앗간에서 손수 떡을 해 오신 호인희 공공형 평화어린이집 원장님과 같은 분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등산은 잊혀진 향수를 되살아나게 하는 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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