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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7.09.18 09:19
  • 호수 1175

조상연 당진참여연대 사무국장
장애인 주차관리인에게 대기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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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당진시내에 장애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진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일터 등이 생기고 당진시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시내를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는 장애인 주차관리인의 존재도 한 몫 했다. 당진시내의 차도에 만들어진 유료주차장의 주차관리를 장애인들이 맡고 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이렇게 하루 8시간씩 일하는 장애인들을 일상에서 만나게 되었다.

당진의 도로주차관리인은 하루 8시간을 인도와 차도 사이에 서있다. 눈, 비, 햇볕, 더위, 추위를 대기실 없이 맨몸으로 버티고 있다. 그들은 인도 옆 가게의 쇼윈도우 옆에 서서, 빌딩 입구에 서서, 잘해야 의자 하나를 가져다 놓고 사계절을 버티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쉼터, 또는 피신처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그들을 투명인간 취급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노동자를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로 보기 때문이다. 역할로 보는 순간 노동자의 인격은 사라지고 서비스를 주고받는 관계로 설정된다. 실제로 시민들에게 유료주차장에 대해서 물어보면 관리인의 친절함이나 불친절함에 대한 이야기만 있지 그들이 어떠한 취급을 받는 지는 관심이 없다.

유료주차장은 당진시가 민간위탁으로 운영한다. 민간위탁자는 연간 위탁금을 당진시에 지불하고 주차요금을 받아서 그 수익을 챙긴다. 당연히 그들은 경비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장애인을 고용한다. 장애인을 고용하면 급여의 일부를 지원받기 때문이다. 또 장애인의 일자리는 부족하고 위탁은 1년 단위로 이루어지므로 굳이 주차관리인의 대기실을 만들지 않는다.

보행자의 보행권을 보장하기위해 인도위에 시설물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 화분, 분전반, 공중전화 박스 등 이미 인도에는 많은 시설물이 올라와 있다. 화분과 화분 사이는 활용이 불가능한 죽어있는 공간이고 대기실은 1인용이기 때문에 공중전화 박스만하면 된다. 만일 난방 등에 전기가 들어간다면 대기실 외벽을 이용한 광고비로 충당할 수도 있다. 민간위탁이기 때문에 민간업자가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이유도 합당하지 않다. 유료주차장의 주차라인이 필수 시설인 것처럼 관리인의 대기실도 필수시설이다.

예산의 부족도 이유가 될 수 없다. 새 공중전화부스의 가격은 80만 원으로 이는 원하는 도색이 완료된 완제품의 가격이고 설치는 인력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도시의 품격은 건물의 질만으로 평가되질 않는다. 당진시내에 주차했을 때 추위에 벌벌 떨면서 빌딩입구에 간신히 서있던 장애인이 다가와 주차안내를 한다면 당진의 품격은 어떻게 평가되겠는가? 한 사회의 소수자가 어떠한 대우를 받는가를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수년간 장애인 주차관리인의 비인간적 대우를 알아차리지 못한 나의 인권감수성에 대해서 반성한다. 마찬가지로 잘해야 500만 원이면 해결될 장애인주차관리인의 대기실을 만들 생각을 못한 당진시도 반성해야한다. 모쪼록 이번 겨울은 더 이상 주차관리인들이 추위에 떨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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