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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17.09.22 20:08
  • 수정 2017.09.26 08:57
  • 호수 1176

20년 간 땡볕에서, 눈·비 맞으며 일했다
원도심 장애인 주차관리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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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라인 안으로 차가 들어오거나 나갈 때면, 불편한 다리를 절뚝거리며 차로 달려가는 모습이 꽤나 위태로워 보인다. 행여 넘어지진 않을까, 혹은 뜀박질이 느려 돈을 받지 못하는 건 아닐까. 그러나 더 위태로운 건 이들이 잠시나마 앉아 있는 낡은 의자다.

웨딩의전당 가원부터 구터미널 로타리 사이 등 당진 원도심 몇몇 구간에는 도로가에 주차구역이 있다. 노상유료주차장이다. 당진시가 한 민간업체에 위탁운영을 맡겼다. 이곳에는 각 구간별로 4명의 장애인이 주차관리를 하고 있다. 주차라인이 도로를 따라 그려져 있어, 주차 구간이 꽤 길다. 주차관리를 하는 장애인들은 많게는 14면까지 담당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간다.

그나마 앉아 있을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이들이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건 허름한 의자 하나 뿐이다. 이들은 하루 온종일 낡은 의자 하나로 삶을 버텨내고 있다.

장애인 주차관리요원들은 여름철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하고, 겨울철엔 오전 9시부터 7시까지 일한다. 한여름엔 뙤약볕 아래서 아스팔트 열기를 고스란히 느끼며 12시간을 버텨야 하고, 한겨울엔 옷을 5~6겹씩 껴입고도 시린 발을 동동 굴러가며 10시간을 버텨야 한다. 눈·비가 오는 날엔 하루 종일 우산 하나 받쳐 들고 길 위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일을 해온 지난 20년 간 이들에겐 작은 지붕하나 허락되지 않았다.

하루종일 도로변에서 매연을 마셔가며 일하지만 봉급은 넉넉지 않다. 추울 때 추운 곳에서 일하고, 더울 때 더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에 상응하는 댓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주차관리 일을 하고 있는 지체장애인 A씨는 “1990년대 80만 원을 받았는데 그때보다 조금 더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건, 이 돈마저 없으면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20여 년 동안 그림자처럼 살아온 이들이 바라는 건 아주 작은 배려일 뿐이다. 원도심에서 주차관리일을 하고 있는 지체장애인 B씨는 “추울 때 잠시나마 들어가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진참여연대 조상연 사무국장은 본지 기고를 통해 “공중전화 박스만한 대기실만이라도 충분하다”며 “난방 등에 전기가 필요하다면 대기실 외벽에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광고비로 전기요금을 충당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사회의 소수자가 어떠한 대우를 받는지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면서 “수년 간 장애인 주차관리인의 비인간적 처우를 알아차리지 못한 우리사회의 인권감수성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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