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18 13:58 (목)

본문영역

  • 칼럼
  • 입력 2017.09.22 20:10
  • 호수 1176

삼자대면(三者對面)
양대영 왜목마을관광지번영회 사무국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서울의 한 시내버스 기사가 어린아이만 내려놓고 미처 하차하지 못한 엄마를 태운 채 그대로 출발했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다. 누리꾼들의 분노로 매장될 뻔 했던 버스기사는 CCTV가 공개되고, 버스기사 딸의 장문의 글이 올라오고 나서야 사건이 진정되었다.

누구의 말이 맞는 진 모르겠지만, 말이란 건 양측 의견을 다 들어봐야 한다. 그리고 나서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당진시는 최근 왜목마을 조형물 건립 공모방식 때문에 지역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 문제에 크게 관심을 갖지 못한다. 20억 원이나 되는 큰 돈을 조형물 하나에 투입하는 자체가 오히려 예산 낭비이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지역주민들은 이 사안을 포기할 수 없다. 20억 원을 쏟아 부은 조형물을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봐야하기 때문이다.

왜목마을 조형물의 시작은 현대제철소 굴뚝에서 시작한다. 2003년 당진군 석문면 교로리 왜목마을과 송산면 가곡리 성구미마을은 해양수산부로부터 ‘아름다운 어촌 100선’으로 선정되었다. 그 중 성구미마을은 현대제철이 들어서면서 더 이상 어촌 마을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왜목마을은 노적봉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로 인하여 당진시 제1경으로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성구미마을에 세워진 현대제철소의 4개의 굴뚝으로 인하여 더 이상 노적봉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게 되었다.

노적봉 사이로 일출이 떠오르는 시기에는 수많은 사진작가들과 관광객이 몰려와 동해와는 다른 잔잔하고 서정적인 왜목마을의 일출을 감상하러 왔지만, 이젠 노적봉 사이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뒤로 떠오르는 해 사진을 찍는 사람은 없다. 당진 내 아름다운 어촌마을이 개발의 상처로 그 빛을 잃어 갔다. 지역주민들은 왜목의 일출을 지키고자 이곳에 상징적인조형물을 건립하고자 했다. 포항 호미곶의 상생의 손도 인공 조형물이지만, 지금은 포항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된 것처럼 말이다.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그 시간동안 누군가는 한결같이 해양수산부, 충남도청의 문을 두드렸다. 공모에 응모하고 떨어지길 반복하며 사업비를 확보했다. 국비 10억 원과 도비 3억 원, 시비 7억 원을 합한 총 20억 원의 사업비는 누군가의 8만7600시간의 결과물인 것이다. 사업비를 확보했지만 조형물 건립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담당부서를 정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자문위원회를 꾸렸고 당진시장 주관 아래 담당 공무원, 몇몇  대학교수, 당진미술협회, 지역주민들이 함께 1년 6개월 동안 수차례의 용역과 회의를 통해 조형물 건립의 투명성과 작품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전국을 대상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작가공모방식은 당진시장이 먼저 제안했다. 총 상금 2억 원으로 대상 작품은 당진시 제1경 왜목마을에 건립하는 것이다. 필자는 아직 이런 규모의 전국 공모를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 당진시장의 제안에 심장이 떨렸다. 예술가를 꿈꾸는 학생도, 가난한 전업 작가도, 실력 있는 저명한 작가도, 대한민국의 모든 작가들이 참여하고 관심을 갖는 마치 예술계의 K-POP스타 프로젝트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이 모든 진행사항들이 하나의 축제가 되길 지역주민들은 바랐다. 20억 원 조형물 건립 프로젝트지만, 이로 인해 당진시와 왜목마을을 홍보하는 효과는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형물은 당진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될 것이며, 얼굴이 될 것이 자명했다.

조형물 심사 또한 소위 전문가들만 하는 건 옳지 않다. 당진시를 대표하는 작품은 당연히 당진시민의 목소리가 들어가야 한다. 당진시민 SNS 투표, 지역주민 공청회 등 시민 모두가 심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우리는 당진시의 간판을 다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차례 기사에 나왔듯이 이 모든 노력과 자문위원회의 결과가 올해 7월 1일 새롭게 발령받은 담당 공무원에 의해 바뀌었다.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듯이 한 명의 공무원에 의해 이 모든 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진시가 말하는 전국공모는 협상에 의한 공모방식으로, 전국에 있는 몇몇 업체만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서두에 밝혔듯이 대부분의 당진시민은 조형물 건립에 관심 없다. 시민의 관심 없이 몇몇 특정 업체만 참여할 수 있는 공모방식으로 우리는 우리의 간판을 달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반발에도 사업은 강행되었고, 그 결과물이 나왔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눈앞에 서있는 ‘새 대가리’를 보고 싶지 않다. 한강에 세워진 2억 원짜리 괴물조형물, 강남에 세운 4억 원짜리 강남스타일 조형물이 생각난다. 일차원적인 이 조형물들은 결국 흉물로, 예산낭비의 전형으로 남았다.

문득 1년 6개월 전 자문위원회의 첫 회의 때 담당 국장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왜목마을이니까 왜가리 세우면 되겠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