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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7.10.13 21:36
  • 호수 1178

[칼럼] 당신의 서재(書齋), 당진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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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숙 당진교육지원청 당진도서관 관장

내가 자란 곳은 조그마한 면소재지였다. 부유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것도 없이 유년시절을 보냈다.단 하나 부족한 게 있었다. 글자가 부족했다. 문자가 부족했다. 문자가 적힌 책들이 부족했다. 동네에서 유난히 학구열이 높았던 부모님이었지만 농사를 지어가며 3남매 키워내시느라 부모님은 학과 공부 외의 책들은 사줄 엄두를 내지 못하셨다.

물론 그때 대부분의 시골 부모들이 자식들 위해 전집류를 사주거나 동화책을 사주지는 못했다. 그럴 여유도 없었거니와 시골에는 그런 문화가 자리 잡지 못했다.

요즘 들어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등을 보면서 ‘아, 도회지 애들은 어린 시절부터 저런 책을 접하며 살았구나’ 생각들어 새삼 부럽기도 하다.

읽을거리가 부족했던 나는 어린 시절부터 문자에 대한 집착이 많았다.
방학 때면 오빠들과 서울에 사는 사촌네 집에 놀러가곤 했었다. 그 집은 TV속에서만 보던 응접세트도 있었고 부엌에 싱크대도 있었으며, 수돗물에서 나는 소독약 냄새마저 향긋하게 느껴졌다.
그 집에서 나는 컬러 TV를 처음 보았고, 사촌들 방에 가득한 전집류와 많은 책을 보며 부러워 미칠 거 같았다. 내게 그곳은 신세계였다.

그 집에서 ‘빨간 머리 앤’ 이란 책을 읽다가 돌아올 날이 되어 다음에 와서 읽을 심산으로 장롱 뒤에 숨겨놓고 돌아왔다. 물론 사촌들은 그 많은 책 속에서 없어진 빨간 머리 앤 따위는 찾으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아마 이사하던 날 장롱 뒤에서 튀어나왔을 것이다.
책을 읽고 싶었다.

집으로 배달 되어오는 농민신문을 읽었으며, 아버지가 보시는 새농민 잡지를 탐독했다. 대학에 다니는 큰오빠가 큰 맘 먹고 샀을 삼성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들을 의미도 모르면서 읽었다.

오빠는 대학에 들어가더니 집에 올 때 삼중당 문고판을 한 권 사들고 왔다. 올 때 마다 사다 줄 것처럼 하더니 ‘운현궁의 봄’과 ‘서부전선 이상 없다’ 딱 두 권 사다주고 그쳐 나는 별로 재미없는 이 책을 아주 여러 번 읽어야 했다.
지금의 아이들은 읽고자 한다면 원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집에도 책이 넘쳐나고 도서관 또한 가까이에 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 많은 책을 읽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고.
도서관에는 아주 많은 책이 있다.

이곳은 당신들의 서재(書齋)다. 왜 내 서재에 있는 책들을 찾아 읽지 않는가? 어린시절 원 없이 책을 읽고 싶었던 나로서는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당진시민들이 당신의 서재, 당진도서관을 많이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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