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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17.10.21 15:33
  • 호수 1179

밀양 할매들 당진에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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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송전선로! 탈원전! 탈석탄! ‘탈탈원정대’
“아픈 사람들끼리 같이 힘내고 서로 도웁시데이”

 

12년 동안 2명의 주민이 분신과 음독으로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 383명이 경찰에 입건됐고, 381명이 민사·형사 소송에 연루돼 실제로 형을 선고받거나 지금까지도 법정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4년 12월 끝내 밀양의 송전선로는 완공됐다. 그러나 아직도 주민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하며 하루하루를 산다. 누구라도, 어디라도 자신들을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밀양의 이야기를 전할 수만 있다면 늙은 몸을 이끌고 인생의 마지막 열정을 불태워 어디든 간다.

2400여 세대가 참여했던 투쟁은 현재 150세대로 줄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며 한전과 정부에 대해 저항하고 있다. 밀양 할배·할매의 꿈은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가 백지화되고, 노후한 고리 핵발전소 2·3·4호기가 2025년에 폐쇄되면, 밀양을 지나는 765kV 송전탑을 뽑아내는 것이다. 

“송전선로 문제의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그 끝에 핵발전소가 있더라예. 당진도 아마 똑같을 겁니데이. 지난 12년 동안 참 많이 싸웠고, 많이 지치기도 했지예. 하지만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데이.”

송전선로 및 핵발전소 문제로 12년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밀양 할머니들이 당진을 방문했다. ‘탈핵! 탈송전탑!’을 주장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는 탈탈원정대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가 지난 18일 당진문화예술학교 블랙박스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어린이책시민연대 당진지회(지회장 박희란)와 당진시 송전선로·석탄화력 범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김현기), 당진환경운동연합(공동의장 김병빈·신현기·손창원·김정순)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밀양765㎸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이계삼 사무국장은 이날 밀양의 송전선로 및 월성·고리 핵발전소 문제에 대해, 당진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국장은 당진의 석탄화력발전소 문제에 대해 각각 특강을 진행했다. 또한 밀양시 단장면 용회마을에서 온 구미현·김옥희 씨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가 이어졌다.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핵발전소와 초미세먼지 등 환경오염물질 배출이 심각한 석탄화력발전소는 그 발전의 원료만 다를 뿐, 송전선로 문제를 야기하고, 또 다른 발전소 건설을 부추기고, 특히 지역주민들의 갈등과 분열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밀양주민들과 당진주민들의 아픔이 서로 닮아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어린이책시민연대 박희란 회장은 “서로의 고통과 상처를 공감하면서 위로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토크콘서트 주요 발언

이계삼 사무국장: 경주 지진 이후, 경남·경북 지역에 활성단층이 60개나 발견됐지만 단 2개만 설계에 반영됐다. 후쿠시마처럼 지진으로 인한 핵발전소의 위험성이 너무너무 큰데도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핵발전은 이미 사양산업이다. 미국과 유럽 등 거의 모든 나라에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있다.

유종준 사무국장: 전국 최초로 당진에서 처음 765kV 송전선로가 건설됐다. 당시만해도 사람들은 얼마나 거대한 송전선로인지, 그 피해가 어느정도인지 알지 못했다. 당진은 전국 최대의 송전선로 밀집지역이자, 세계 최고 용량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되는 곳이다. 더 이상 한 지역에 발전시설을 집중해 초토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구미현 할머니: 그동안 주민들이 느끼는 성과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항상 밀리고, 속상하고, 계속 소송당하고…. 그러나 더 적극적으로 외쳐보자고 해서 다시 서울로 올라가 108배도 하고, 촛불집회도 하고, 각종 캠페인도 벌이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만은 꼭 중단시켜야 한다는 바람 뿐이다.   

김옥희 할머니: 서울 대로변에서 피켓시위 하는 게 처음엔 부끄럽기도 했고, 추운 날엔 손발이 꽁꽁 얼어붙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응원해줘서 보람을 느낀다. 하다보면 끝이 있겠지 싶어 계속 투쟁하고 있다. 아픈 사람들끼리 함께 힘내고 서로 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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