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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환경운동연합 김병빈 공동의장
‘햇빛농사’를 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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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발전 컨설팅·시공업체 ‘쏠라웨이’ 창업
“환경운동의 연장선이자 인생 2모작의 시작”

‘햇빛농사’를 짓는다는 건 시대의 대안이기도 하지만, 중년 이후 자신의 삶을 새롭게 경작하는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다.

당진환경운동연합 김병빈 공동의장이 오래전 접어 두었던 꿈을 다시 시작했다. 그는 최근 태양광발전 컨설팅과 시공을 맡는 쏠라웨이를 창업했다. 동시에 햇빛농사를 짓는 초록햇빛태양광발전소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탈원전·탈석탄화력발전소가 화두인 요즘, 태양광발전은 대안이 되고 있지만 시민들이 지역에서 태양광발전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 발전사업은 대기업과 정부의 몫이었고, 보통의 사람들은 발전사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나서기엔 정보가 부족하고, 이를 경험한 사람들 또한 부족하기 때문이다.

목마른 사람이 스스로 우물을 파는 것처럼, 김 의장은 자신이 먼저 이 일을 해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배우고 경험한 것을 사람들에게 나누고자 쏠라웨이와 초록햇빛태양광발전소를 시작한 것이다.

학생운동부터 환경운동까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김병빈 의장은 80년대 대학을 다녔던 대부분의 청년들이 그랬듯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 ‘한울’에서 일했다. 그러다 지난 1994년에 고향으로 내려왔다. 막 태동하던 지역운동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잠시만 있다가 다시 서울로 갈 작정이었다. 더불어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자식들을 모두 서울로 보낸 부모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당진을 쉽게 떠날 수 없었다. 석문국가산단에 석유화학단지 입주 움직임이 일었고, 유공반대 운동이 불타올랐다. 결국 평화롭게 논과 밭을 일구며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군민들이 똘똘 뭉쳐 유공 입주를 막아냈다.

이후 지역에서 환경단체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김 의장은 1998년 환경단체 준비위원회에 사무국장으로 참여했고, 당진환경운동연합의 출범을 함께 했다. 그는 지난 2009년까지 10년 동안 당진환경운동연합 초대 사무국장을 맡았다.

접어둔 꿈을 다시 꺼내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출판노동자로 일했던 그는 환경문제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물론, 이론적 뒷받침 또한 필요해 뒤늦게 공주대학교에서 환경과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태양광발전이 또 다른 환경운동의 한 영역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지나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었고, 사회적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무렵이었다. 서울이나 부산, 인천 등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햇빛발전소에 대한 움직임이 일었다. 그 역시 당진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조합원을 모집하다,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직을 그만 두면서 계획이 흐지부지 됐다.

“햇빛발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엔 당진엔 시급한 환경현안이 너무나 많았어요.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부 정책적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모든 것이 완전히 말살되는 지경에 이르렀죠. 그런 외부적인 상황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10년 동안 일을 하면서 너무 많이 힘들고 지쳤었어요.”

그 사이 그는 당진에코생협과 지속가능 상생재단, 충남지속가능발전협의회 출범 등에 참여했다. 그리고 내포문화숲길 조성에도 함께하면서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들기 위한 일들에 참여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 안정화 되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나오는 일들이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올해 다시 당진환경운동연합으로 돌아왔다. 김정순·손창원·신현기 의장과 함께 공동의장을 맡았다. 그리고 지난 2009년 중단됐던 시민햇빛발전 사업을 떠올렸다. 그때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을 다시 지역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배운 지식과 경험 나누고파
전국적으로 핵발전소와 더불어 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 및 송전선로 문제가 훨씬 무르익었다. 더 이상 발전사업이 특정 지역을 소진시키며 대형화·집중화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널리 확산됐다.

올해 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을 맡으면서 그는 수개월 동안 부산을 오가며 시민햇빛발전 사업을 배우러 다녔다. 시민들이 직접 태양광발전에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 지, 발전사업 허가부터 개발행위 허가 등 ABC부터 배웠다. 그리고 배운 것을 직접 실습해보기 위해 고대면 항곡리 고향집에 작은 규모의 초록햇빛태양광발전소를 세웠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이에서 태양광발전에 대해 알려주는 태양광발전 전문 컨설팅·시공업체인 쏠라웨이를 창업했다.

경제성 우선시 되면 안 돼
김 의장에 따르면 100kW 정도 햇빛농사를 지을 경우 연간 3000만 원 가량의 소득이 생긴단다. 하지만 경제성이 우선되면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어, 아무리 ‘착한 에너지’라 할지라도 인간의 욕망을 조절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태양광발전이 지역 곳곳에 늘고 있는 실정이지만 경제성에 우선을 둔 사업자들 때문에 주민들과의 마찰도 적지 않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면서 산림과 자연경관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양광발전에 대해 쏠라웨이가 추구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돈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발전이 중심이 돼야 하고, 그러려면 작은 규모로, 분산해서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빈 의장은 “내가 쓸 에너지를 내가 생산하고, 남는 잉여분을 판매하면서 수익금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며 “태양광발전 역시 대형화·집중화 하다보면 숲을 훼손하고, 송전설비를 갖춰야 하는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내 집부터 먼저, 공유지에 우선적으로, 그리고 남는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초기 자본이 부족한 경우, 협동조합을 구성해 여러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단다.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제 일부 농지를 전환해 햇빛농사를 짓는 겁니다. 농민들이 자신의 땅에 햇빛농사를 지으면 정책적으로 더 많은 지원이 있어 유리하죠. 농민들이 농경지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햇빛농사를 지어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하는 것이죠.”

김병빈 의장은 “쏠라웨이를 통해 지역의 바람직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이는 환경운동의 연장선이자, 인생에 2모작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김병빈 공동의장은
- 1964년 고대면 항곡리 출생
- 탑동초(8회), 당진중(30회), 호서고(10회)
- 숭실대학교 경제학 전공
- 공주대학교 대학원 환경과학 석사 취득,
   박사과정 수료
- 당진환경운동연합 초대 사무국장
- 지속가능 상생재단 전 사무국장
- 푸른충남21실천협의회 전 사무처장
- 내포문화숲길 당진센터장
- 태양광발전 컨설팅·시공업체 쏠라웨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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