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책소개
  • 입력 2000.05.29 00:00
  • 수정 2017.08.09 10:43
  • 호수 324

당진읍 시곡리 김인희 씨가 추천하는 <멋진 신세계>
유토피아,디스토피아 그리고 인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작을 보면 행복해진다

김인희 / 당진읍 시곡리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그리고 인간

잃어버린 한마리 양을 찾기보다
다른 양으로 대치하는 ‘과학’의 획일성,
그 태도를 우리 자신에게 들이댄다면...

멋진 신세계

A.헉슬리 씀

20세기의 위대한 발견 중의 하나는 좥과학기술이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좦는 것이다. 이제는 그 누구도 ‘진보’의 성격만을 지닌 과학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17~19세기를 풍미했던 과학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그 경이로움에 대한 찬탄은 새로운 천년을 맞은 지금, 과학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와 우려의 메시지로 어느 정도 착색되고 있으며 과학기술이 지닌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파급효과에 대한 진지한 반성도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과학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위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즉, 과학기술은 개개인의 인간들 삶 속에 침투해 그들이 생활방식 뿐 아니라 사고방식까지 영향을 미쳤으며 더 나아가 어느 정도 정형화된 사유패턴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컴퓨터의 체계가 0과 1로 모든 것을 전환시킬 수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을 수량화시켜서 사고하는 패턴, 즉 100마리 양들 중 한마리를 잃었을 때 잃어버린 양 한마리를 찾기보다 다른 양으로 대치시킴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채워버리는 사고방식의 만연이 그 예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획일화’에 대한 무반성적인 태도이다. 그리고 그러한 ‘획일화’에 대한 무반성적 태도가 인간들 자신에게 돌려진다고 했을 때 인간 개개인이 지닌 가치와 그 존엄성의 훼손은 당연한 귀결이 되고 마는 것이다.
A.헉슬리의 소설 좥멋진 신세계좦는 이러한 과학기술 문명이 지닌 위험성을 풍자하면서 인간가치와 그 존엄성이 어떠한 방식으로 심하게 손상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미래소설이다.
그는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미래세계와 그 세계 속의 인간들의 삶을 놀랄만한 재치와 상상력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그가 보여주는 세계는 소설제목처럼 ‘멋진 신세계’가 아닌 디스토피아다. 즉, 그곳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인간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세계이며 모두가 행복하게 죽어가는 세계이지만 그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수정될 때부터 성인으로 자라기까지 수없이 반복된 학습과 교육에 의해 조작된 것이다.
이 세계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이 하나가 바로 ‘획일성’이다. 소설 속에서 ‘만인은 만인의 것이다’라는 모토 아래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성관계는 순간의 쾌락을 위한 단순한 유희일 뿐 상대가 누구든 상관이 없다. 이것은 역으로 상대편이 자신을 다른 이와 차이가 없는 수많은 파트너 중 하나로 여기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며 이러한 상황은 진정한 인간적 관계와 의사소통을 통해 이루어지는 인간적 가치와 존엄성이 철저히 무시된, 그리고 획일화되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멋진 신세계는 치밀한 계획 아래 만들어진 세계이고 이미 만들어진 세계에서 한 인간은 그 속에 철저히 순응할 때만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 세계에서 인간의 삶은 기계의 한 부품과 같다.
헉슬리의 좥멋진 신세계좦는 그가 창조해낸 디스토피아가 결코 공상과학 속의 이야기가 이나라는 데 가치가 있다. 가상적으로 창조해낸 멋진 신세계는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헉슬리는 그의 소설 속에서 여러 유형의 인간들의 모습을 병치시키면서 세계 안에 던져진 인간 삶과 그 본질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고 있다. 기술문명의 한 가운데서 일상으로 영위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뒤돌아 보게 하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꼭 한번은 읽어볼 만하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