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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17.11.25 09:56
  • 호수 1178

‘청년’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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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군청사에 청년센터 개관
당진시, 청년 창업 지원한다

영은(가명, 31살) 씨는 결혼과 함께 당진을 찾았다. 얼마 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재취업을 위해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제조업 위주의 공장이 많은 당진에서 여성인 영은 씨가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더구나 가족도, 지인도 없는 이곳에서 간혹 야근이라도 하려면 아이를 맡길 곳도 마땅치 않았다. 주말엔 아이를 데리고 놀러갈 곳도 부족하고, 자가용 차가 없으면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쉽지 않다. 이것은 비단 영은 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진 청년들이 처한 현실이다.

청년인구 둔화·감소 추세
지난 5월부터 시행한 당진시 청년기본조례에 따라 당진시에서는 만18세부터 만39세까지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진시의 청년인구는 2017년 10월말 기준으로 현재 4만4048명이다. 당진시 전체인구의 26.3%를 차지하고 있다.

당진시 인구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3년도까지 가파르게 증가하던 청년인구는 2013년 이후로 다소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령대 별로 살펴보면 가장 인구가 적은 만20~24세 인구는 조금씩 증가했지만, 최근 몇 년 새 둔화하고 있고, 만25~29세 인구는 2013년과 2014년 사이 감소한 이후 계속해서 둔화상태다. 한편 만30~34세 인구는 2014년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인구가 줄고 있는 반면, 만35~39세 인구는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당진지역 청년인구의 70.6%가 도심지와 산업체가 집중돼 있는 특정 지역(당진동·송악읍·송산면)에 살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 같은 당진지역의 청년인구 둔화·감소 추세는 일자리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침체 등으로 일자리가 늘지 않으면서 지역의 청년인구 역시 줄고 있는 것이다.

정책 소외계층 ‘청년’
한국사회 전반적으로 청년실업의 문제는 결혼과 출산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년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과 출산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연령이 늦춰지거나 비혼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인구감소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년은 정책에 있어 소외계층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청년이 사회의 미래’라고 하지만 정작 사회에서 중책을 맡거나, 정책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결국 중장년층이 중심이 돼서 정책과 예산을 결정해 왔다.

출산율 저하와 인구감소 문제에서 시작된 고민은 당진시 청년정책으로 이어졌다. 청년들이 스스로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결정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당진의 청년들은 일자리와 육아, 놀거리 부족, 청년들을 위한 커뮤니티와 공간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당진시가 최근 팔을 걷어부쳤다. 당진시는 올해 지역경제과 산하에 청년정책팀을 신설하고 다양한 청년정책 발굴에 나섰다. 당진시에서는 지난 3월 청년정책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를 통해 △설자리 △일자리 △살자리 △놀자리 등 4가지 분야에 대한 세부적인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한 로드맵을 설정했다. 당진시 지역경제과 최의현 청년정책팀장은 “당진시 청년정책은 일자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며 “취업·문화·보육·시정참여 등 다방면의 청년정책을 발굴하고 시행코자 한다”고 말했다.

 
취·창업지원부터 정책참여까지
당진시는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바탕으로 청년정책위원회 구성, 정책간담회 개최 등을 통해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특히 지난 18일 당진 청년의 날 비전콘서트를 열어 7대 비전을 발표하고, 개그맨 양세형, 가수 마마무 등을 초청해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토크콘서트와 문화공연을 펼쳤다.

더불어 제1회 Thank U! 당진 전국 청년 창업경진대회를 열고 청년창업 지원에 나섰다. 이번 경진대회에서는 ‘바지를 벗기지 않는 아웃도어 기저귀’ 등 창의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제안돼 호평을 받았다. 당진시는 이번 대회에서 제안된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컨설팅 등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청년들에게 당진시의 청년지원 정책을 알리고, 창업지원으로 청년인구 유입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한편 지난 25일에는 당진청년센터 ‘나래’를 구 군청사에 설치했다. 이곳은 취업준비생 전용 도서관과 일자리센터, 청년창업지원센터, 스터디룸, 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있다.
김지환 지역경제과장은 “절망적인 청년세대에 희망을 주고, 청년들이 새로운 세계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당진시가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면서 “청년들이 정책에 직접 참여해 이들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청년정책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경미
24세. 전북 군산 출신. 부모님 사업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 당진에 옴. 취업준비생으로, 당진시소셜미디어서포터즈 등 활동.

“당진엔 놀거리가 부족해요. 청년들이 즐길 만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부족하고 청년들이 여가시간에 마땅히 할 게 없어요. 최근 당진에서 봉사활동과 취미·교육활동을 해봤는데, 대체적으로 주부와 노년층 대상의 프로그램이 많았어요. 또 대중교통이 불편해 자차가 없으면 이동이 힘들 때가 많아요. 현재 당진청년센터가 설립되는 등 커뮤니티 공간이 구축된다고 해서 기대되요. 잘 운영되길 바랍니다. 이곳을 통해 청년 대상의 다양한 활동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가희준

39세. 합덕읍 운산리 출신. 합덕초등학교를 5학년까지 다니다 서울로 이사. 고등학교 2학년에 다시 합덕 서야고로 전학옴. 신성대 졸업. 현재 남당진청년회의소 수석부회장으로 활동.

“합덕을 포함한 남부권 지역에서는 청소년과 청년 등 젊은 사람들이 갈만한 곳이 더더욱 없어요. 정말 심각할 정도에요. 놀거리는 물론이고 젊은층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해 인구까지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요. 반면 노인인구는 많아요. 하지만 이들을 위해 필요한 병원과 치안·방범·소방 관련 기관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 큰 문제에요.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지역 균형발전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진원

28세. 합덕읍 소소리 출신. 합도초·합덕여중·합덕여고 졸업. 합덕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지도사로 근무.

“부산 출신인 제 남자친구는 현재 당진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청년을 위한 일자리가 부족한 것 같다고 해요. 최근 일자리박람회에 다녀왔는데도 사무직 보다는 현장직이 주를 이뤘습니다. 일자리와 관련한 지원정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청년들이 일을 하다 직종을 바꾸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고 할 때, 또는 창업할 때 보조금 또는 교육비(학원비) 등을 지원해 주거나, 다양한 직종·직군에 대해 안내해줄 곳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당진에 청년통장(저소득 청년을 위한 매칭·적립식 통장) 정책이 있으면 좋겠어요.”
 

임희정

37세. 충북 충주 출신으로 서울·수원에서 생활하다 결혼과 함께 당진으로 이주함. 현재 인터넷카페 스토리당진 매니저 활동을 하면서, Y복싱에서 근무하고 있음. 당진시청년정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임됨.

“서울과 수원에서 외국 바이어를 상대로 상품을 홍보하는 일을 했어요. 이후 결혼하면서 지난 2009년 당진을 찾았습니다. 당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높은 물가라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살기 좋은 당진이 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출산 이후 여성들의 재취업과 육아·돌봄 정책도 뒷받침 돼야 합니다. 당진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정소영

24. 당진 출신. 현재 신성대학교 간호학과 4학년에 재학 중.

“당진은 교통편이 불편해요. 시내버스 노선·배차시간을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이 없어 직접 버스정류장에 가지 않으면 버스시간을 알 수 없고, 배차 간격 또한 너무 길어요. 심지어 버스시간표와 실제 버스 도착시간이 다를 때도 있어 개선이 필요해요. 또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해요. 영화를 제외하고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지역의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정책들에 대해 청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더 많이 홍보해줬으면 합니다.”
 

최재진

30세. 당진 출신으로 현재 신평면 부수리에서 부모님과 함께 다운딸기농원 운영. 현재 당진시 영농 4-H 회장을 맡고 있음.

“당진에서 나고 자란 저는 부모님이 하고 계신 딸기농사와, 대학에서 배운 관광경영학을 접목해 크게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어렸을 때 당진지역의 공기는 상쾌하고 좋았지만 지금은 환경이 너무 안 좋아요. 특히 자녀가 있어서 미세먼지에 더욱 예민하고 가족들의 건강이 걱정됩니다. 한편 청년들이 창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많은 정책적 지원이 있었으면 해요. 당진지역 청년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꿈을 펼칠 수 있길 바랍니다.”

 

박상욱
27세. 대호지면 사성리 출신. 현재 대호지농협에서 영농지도업무를 맡고 있으며, 농사도 함께 짓고 있는 영농후계자.
 
“제가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대호지면 사성리는 완전히 시골입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고향으로 왔는데, 일하면서 느낀 건 농촌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교통과 의료, 치안, 교육, 문화, 편의시설 등 시골 청년이 불편을 느낄 만한 것들이 많아요. 봉사활동 소식, 헌혈 알림, 취업 정보 등 청년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청년 동아리 등 소통창구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한만우

34세. 예산 출신으로 현재 예산에서 거주 중. 경남모직(주) 케이티세라믹사업부 당진지점 대리로 일하며 당진으로 출퇴근하고 있음. 내년 3월 가족들과 당진으로 이주할 계획.

“당진은 주택가격이 높아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 청년들의 문화생활을 위한 공간이 부족해요. 양질의 일자리가 적은 것도 큰 문제입니다. 현대제철이나 당진화력과 같이 대기업이 위치해 있지만, 지역 출신 고용인원은 부족합니다. 당진시가 맞춤형 청년인턴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월 188만 원의 임금을 받으며 직업능력을 개발할 수는 있지만 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일할 뿐이죠. 청년들의 고용불안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단기적인 정책보다 지속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장규진

29세. 합덕읍 신리 출신. 당진시사회적경제네트워크 활동가. 정성가득한방카페 협동조합 대표이사 및 정의당 충남도당 청년위원장으로 활동.

“당진을 떠나서 살 기회도 있었지만 가족이 살고 있고, 친구들 때문에 다시 고향으로 왔어요. 당진시가 청년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청년들이 시정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해요. 행정 주도로 당진시 청년정책네트워크가 구성됐지만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진 않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살기 좋은 당진이 되기 위해서는 교통문제와 여가생활 공간, 취·창업 문제에 대한 해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청년들이 자발적이지 않으니 당진시에 문제점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년정책네트워크 상근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안대희

36세. 대전 출신으로, 결혼 전 당진 출신인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 당진에 정착하게 됨. 현재 읍내동 거주. 당진원시가지상가번영회 매니저.

“저는 당진에서 창업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당진은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하고 거점지역 간거리가 멀어 오가기가 힘들고 소통 또한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동인구가 한정적이어서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기 힘드네요. 청년들만의 공간이나, 청년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자차가 없어도 대중교통만으로도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었으면 해요. 시내버스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돼 버스노선과 도착시간을 알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보름
27세. 당진 출신으로 현재 송악읍 기지시리 거주. 원당중학교 앞에서 플라워샵 꽃담 운영 중.
“음악을 전공했는데 취미로 꽃꽂이를 배우고 싶어 서울로 학원을 다녔어요. 그 후 꽃을 좋아해서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됐어요. 당진에서 살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건 문화시설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서점과 공원 등 청년들이 시간을 보내면서 즐길 만한 공간이 필요해요. 그리고 ‘당진’ 하면 떠오를 만한 대표적인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와 더불어 청년들이 여러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자리가 늘었으면 합니다.”
 

김광균

26세. 당진 출신으로 현재 대덕동에 거주. 당진시청소년문화의집 제1기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함.

“당진시청소년문화의집 제1기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현재는 당진시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이에요. 당진에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교통이 불편하다는 거예요. 또한 지역 곳곳이 불법 주·정차로 인해 사고 위험이 높습니다. 이외에도 길거리에 널린 불법투기 쓰레기로 인한 환경문제와 문화시설 부족 등이 당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청소년 시설과, 응급실이 있는 병원이 설립됐으면 합니다. 또한 일자리 문제도 해결됐으면 합니다. 우리 당진청년들이 목표와 희망, 열정, 꿈을 가지고 도전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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