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소통의 리더십

당진시대l승인2017.12.04 10:18l(11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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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출마 예상 후보자들에 대한 지역언론의 하마평이 무성해지고 있다. 그런데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지방선거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집단이 있다. 바로 전국언론이다. 지방선거를 현 정부나 여야 정당에 대한 중간평가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적 관심은 지방선거가 차기 대선이나 여야 정국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주로 집중하고 있다.

지방선거의 본래 목적은 지역의 정치적 리더를 선출하는 것이다. 시민사회 영역은 위축되고, 정치행정 영역이 과대한 지역사회 현실을 고려하면, 지방선거는 그 지역 전체의 리더를 뽑는 선거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사회 영향력에 있어 그들과 견주거나 능가할 만한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선거는 지역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대한 행사이다. 앞으로 지방분권이 가속화되고, 지역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 지역의 정치리더의 역할은 더욱 더 중요하다.

그런데 국민들이 기대하는 정치리더의 자질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 그리고 민주화 초기 시절만 해도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지도자는 청렴하고 유능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KBS가 올해 초 국민 3000명과 정치학자 2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정치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자질은 소통능력이었다. 응답자의 30.4%가 소통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선택했고, 그 다음이 도덕성(29.2%)이었다. 리더십은 18.4%, 경륜과 전문성은 각각 5.8%과 6.9%에 불과했다.

유권자들이 소통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정치리더의 기능과 역할을 비로소 올바로 인식했다는 의미이다.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식의 군대식 리더는 민주사회를 잘 이끌어갈 수 없다. 민주사회의 정치지도자는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수자들을 달래줄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소수자들의 의견을 다수자들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복종을 요구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지지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절충하고 타협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적 소통능력을 가진 정치인들은 별로 많지 않다. 유권자들과 어울리면서 애환을 함께한 정치인들보다는 학벌이나 연고를 바탕으로 정치에 발을 들인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역에서는 민주적 소통에 익숙한 사람들이 더욱 드물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명령과 복종에 익숙한 세대, 즉 소통보다는 불통에 익숙한 사람들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지역에 문제가 생기거나 갈등이 발생하면 토론이나 대화를 통해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힘들다. 우선 머리띠를 두르고, 현수막을 걸어 결사반대부터 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 인간은 타고나길 소통을 잘 못하는 동물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표현도 못하고, 남의 말도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따라서 소통능력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과 훈련을 통해서만이 축적된다. 지역사회에 대해서 부단히 공부하고 지역주민들과 흉금을 터놓고 대화해본 사람들만이 지역에서 소통의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소통을 잘 하는 사람들은 더욱 희소해졌다.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각종 정보와 의견을 주고 받을 수는 있지만, 자신의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하기는 오히려 더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일방적 정보나 주장에 근거해 오해하고 비난하고 불신하는 불통현상이 디지털 시대의 자화상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소통의 리더십을 더욱 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방분권 시대의 지역사회 리더는 막힌 곳을 뚫어주는 소통의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려면 유권자가 달라져야 한다. 후보자의 능력이나 연고보다는 민주적 소통능력을 더 중시하는 유권자들이 늘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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