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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면천면 송학리 이재준 씨
“나의 본적은 독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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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우리 땅’ 증명 위해 등록기준지 독도로 옮겨
30년 공직생활 접고 2004년 당진 와 알뜰주유소 운영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이사부길 63. 면천면 송학리 이재준 씨의 등록기준지다. 등록기준지란 본적이 폐지되면서 이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현재 그가 거주하고 있는 주민등록 주소는 면천면이지만 가족관계등록부에는 ‘독도’가 그의 등록기준지로 명시돼 있다.

나의 ‘뿌리’를 상징

이재준 씨가 독도를 그의 등록기준지로 삼은 건 지난 2014년 8월 14일의 일이다. 광복절인 8월 15일에 주소를 옮기고 싶었지만 공휴일이라서 부득이 8월 14일에 변경했다.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 아니겠습니까? 본적이라는 말은 없어졌지만 비슷한 개념인 등록기준지를 독도로 옮긴 것은 나의 뿌리를 어디인지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생각해요. 제 힘으로 독도가 우리 땅임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은 이 방법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30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했기 때문인지, 그는 독도가 우리 땅임을 밝히는 데 있어 공문서의 힘이 크다고 강조했다. 독도에 살 수는 없다 하더라도, 향후 일본과 법적 다툼을 할 때 자신의 등록기준지 기록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등록기준지를 독도로 정해 뒀으면 좋겠다”면서 “실제 거주하는 주민등록 주소지와는 다른 개념이라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공문서 기록이 중요”

어렸을 때부터 유독 사회과목을 좋아했던 그는 역사와 지리 등에 관심이 많았다. 우리나라 지도를 그려오라는 숙제에는 꼭 울릉도와 독도, 제주도는 물론 마라도까지 그려냈단다. 고집도 세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탓에 사람들에겐 괴짜 같이 보일 수 있겠지만, 그는 한 번 마음 먹은 일은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독도로 등록기준지를 옮긴 것도 그의 성격이 한 몫 했을 터였다.

이재준 씨는 “과거엔 거들떠도 보지 않던 독도를 일본이 여러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자기들 땅이라고 주장하며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일제강점기에 지독한 수탈을 한 것도 모자라 작은 섬까지 빼앗아 가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오가지만, 주소를 가질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독도에 등록기준지 갖기 운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30년 공직생활 접고 면천으로

홍성에서 태어난 그는 서산 해미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리고 서산시청에서 30년 간 공직생활을 하다 명예퇴직을 하고 지난 2004년도에 면천에 터를 잡았다. 그가 안면읍사무소에서 근무하던 1990년대 중반부터 주민등록 전산화가 이뤄지기 시작됐고, 그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던 전산화 사업의 실무를 맡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모든 게 수기로 이뤄지던 일들이 전산화 되면서 그는 공무원도 점점 줄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전산시스템에 대한 경험이 없는 선배들이 능력 있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직생활 30년을 채우고 명예퇴직이 가능한 대상이 됐을 때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

“1990년 말 IMF 때문에 ‘명예퇴직’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쫒겨 난 거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나는 정말 명예롭게 퇴직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생각해도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퇴직을 준비하면서 그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곳을 찾다가 면천으로 오게됐다. 특히 대전-당진 고속도로 건설이 이뤄지면 면천IC 인근에 주유소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금의 송학리 자리에 알뜰주유소를 차렸다. 특히 ‘냉정(冷井)골’이라고 불리던 이곳은 땀띠가 난 처녀들이 동네 우물에서 목욕했을 정도로 찬 기운이 많은 동네라 주유소를 운영하기에 적합하단다. 온도가 높을수록 기름이 팽창해 폭발의 위험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석유공사가 관리하는 알뜰주유소

한편 그가 운영하고 있는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의 지원과 저리의 운영자금 대출 등으로 소비자에게 싼값에 기름을 공급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주유소다. SK나 현대, GS 등 대부분 대기업이 주유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기름값의 안정화를 위해 공기업이 나선 것이다. 때문에 석유관리원의 지속적인 검사 등 석유공사의 지도·감독이 이뤄져 저렴하면서도 믿고 쓸 수 있는 기름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알뜰주유소가 가짜휘발유를 판매하는 곳으로 오해하고 있어 더 많은 홍보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공무원을 할 때보다 덜 안정적이고, 춥고 더운 날씨를 그대로 느끼면서 일해야 하지만, 저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어요. 또한 당진의 지역경제에도 한몫하고 있지요. 알뜰주유소를 믿고 찾아와 주시길 바라요.”

“나라가 있어야 나도 존재”

그는 앞으로도 지역과 나라를 위해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폭력과 위협보다 평화와 공존이 그가 꿈꾸는 나라다. 바쁜 삶에 치여 아직 독도를 다녀오진 못했지만, 고향 같은 독도에도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이재준 씨는 “나라가 있어야 나도 존재하는 것 같다”면서 “올바른 법과 질서 속에 평화로운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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