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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눠주세요]신평면 신당리 故 김병주 씨와 가족들의 사연
너무나 큰 할아버지의 빈자리

학교 상담부터 머리 손질까지 해주던 할아버지
요양보호사·농사일로 일곱 가족 생계 책임져
오는 3월 입학 앞두고 무거워진 진희 양의 발걸음
한수미l승인2017.12.22 21:46l(1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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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언제나 따뜻한 분이었다. 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어머니를 대신해 진희(19) 양과 두 동생들의 부모 역할을 해 왔다. 할아버지는 7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면서 모든 살림까지 도맡아 했다. 진희 양에게는 조부모이자 부모님이고 친구였던 할아버지였다. 하지만 지난 9월 28일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한 평생 함께 할 것만 같았는데 생각보다 빠른 이별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할아버지가 곳곳에 남아 있다. 면사무소를 가도, 농협에 가도 진희 양을 보고 사람들은 “김 씨네 손녀 왔네”라며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있다.

귀감이 됐던 할아버지
진희의 아빠 김영한 씨와 엄마 김미정 씨는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아빠의 경우 어렸을 때 높은 곳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고 그때부터 남들보다 발달이 더뎌지며 결국 지적장애 2급을 판정받았다. 엄마는 어렸을 때 앓은 일본뇌염으로 인해 1급 지적 장애를 갖게 됐다. 그 사이 진희와 고등학교 1학년 남동생, 중학교 3학년 여동생이 있으며 현재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그동안 여섯 가족을 모두 책임져 왔다. 비록 본인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가족을 위해서는 헌신하며 살아왔다. 그런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농사와 요양보호사로 생계 책임져
할아버지 故 김병주 씨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밤에는 농사를 짓고 낮에는 요양보호사 일을 했다. 그러면서도 손자와 손녀의 부모 역할을 대신했다.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부모 상담이 있을 땐 할아버지가 꼭 참석했다. 술과 담배는 항상 멀리했고 사진기를 들고 다니며 가족들의 모습을 담던 분이었다. 활동적인 며느리를 위해 곱게 머리를 빗어 신평면 신당리에서 30여 분 걸리는 당진시장애인복지관을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오곤 했다. 진희 양은 “할아버지는 가족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던 분이었다”며 “부모님이 장애가 있다 보니 그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우리한테는 남들에 뒤쳐지지 않도록 전혀 부족함 없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뇌종양과 이어진 투병생활
할아버지가 단어를 자꾸만 깜빡 잊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데리고 치매 검사를 했다. 치매는 아니지만 더 큰 병원을 가볼 것을 의사가 권유했고 정밀 검사를 받으니 뇌종양 중에서도 희귀종에 속하는 교모세포종을 지난해 6월 판정 받았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2달 안에, 수술을 해도 1~2년 안에 사망하는 병이다. 심지어 재발율도 99.9%에 달한다. 할아버지는 곧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시작했고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재발을 했고 그로부터 1년 5개월 간 가족 모두 주말 없이 할아버지의 투병 생활을 함께 했다.

“오히려 행복했어요”
하지만 진희 양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학교가 마치는 금요일 저녁에는 장을 봐 할아버지가 좋아할만한 반찬을 만들고 바리바리 싼 후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무거운 짐을 한 보따리 들고 퇴근길 붐비는 지하철을 타도 할아버지 만나러 갈 생각에 행복했다는 진희 양이다. 그는 “할아버지가 행복해 할 모습만 생각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좋았다”며 “가끔은 아로니아를 빻아서 가기도 하고 전도 부치며 그렇게 주말마다 서울을 오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점 할아버지는 쇠약해졌고 가족과 함께 하고 싶어 했던 할아버지의 뜻을 따라 집에서 투병 생활을 이어갔다. 남동생은 농사일을 맡고, 막내 동생은 할아버지 의료 케어를 담당했다. 또 고모와 삼촌이 주말마다 찾아와 농사일과 집안일을 돕곤 했다고. 하지만 결국 할아버지는 가족의 곁을 떠났다. 진희 양은 “그래도 할아버지가 1년 5개월 동안 많이 버텨주셨다”며 “그 기간 동안 할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하고 사진도 함께 찍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너무도 큰 할아버지의 빈자리
하지만 슬픔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집안의 모든 생계와 살림을 도맡았던 할아버지의 빈자리는 크게 다가왔다. 진희네 가족의 경우 현재 차상위계층이다. 현재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집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로는 속하지 못한다고. 이전에는 농사일과 요양보호사 일로 가족의 생계를 할아버지가 책임졌지만 지금은 전적으로 생계를 도울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조금씩 둘째 동생이 농사일을 돕고 있지만 여섯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걱정이 앞서죠”
현재 진희는 성신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에 합격해 입학을 앞두고 있다. 진희 양은 “중학교 때 사춘기로 인해 공부를 썩 잘하지 않았지만, 부족한 손녀가 되고 싶지 않았다”며 “할아버지 투병을 도우면서도 공부해 할아버지에게 좋은 소식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하지만 합격 통보를 받기 전 할아버지가 떠났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할아버지가 있었더라면 누구보다 기뻐했을 소식이었다. 진희 양은 “학교에 입학하면 서울에서 살아야 할 텐데 남은 가족들이 걱정된다”며 “또한 등록금을 비롯해 생활비와 그리고 어린 동생들의 학교생활도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엄마와 할머니는 어떻게….”
또 다른 고민거리는 엄마다. 활동적인 것도,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는 엄마는 한때는 합창단 활동을 할 정도였다. 할아버지가 있을 때는 엄마가 밖에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하지만 할아버지도 떠나고 진희 양도 없다면 엄마는 다시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진희 양은 “부모님은 장애로 인해 돌봄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지금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며 “또한 할머니가 글을 모르는데 시내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어 이를 배울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느 아이들처럼 대학 생활의 행복함과 설렘으로 가득할 나이지만 진희 양은 오는 3월에 대한 걱정에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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