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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8.01.02 12:34
  • 호수 1189

[출향인칼럼] 안경수 행복중심서울동북생협 이사장
밥상으로 만드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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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수 이사장은 서산시 운산리 출생으로, 호서고 12회 졸업생이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면서, 행복중심서울동북생협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일요일 정오 광화문 프란치스코 회관의 성당을 찾았다. 행복중심서울동북생협의 선배 활동가 아들의 혼배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자리를 잡고 둘러보니 오랜 세월 활동해 온 선배 활동가들이 건너편 자리에 나란히 한 줄에 길게 앉아있다. 전깃줄에 앉아있는 참새들처럼 참 예쁘다.

늘 옆자리를 내어주며 사람들을 곁으로 불러들이는 따뜻한 분들이다. 나도 그 곁으로 갔었다. 그런 분들의 힘으로 행복중심서울동북생협은 올해 28살이 되었다.
늦둥이 둘째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며 7년 동안의 육아에서 내 시간을 조금이나마 되찾은 것이 11년 전이었고 이제 아이는 고 3 수험생이 됐다.

아이가 초·중·고를 거치는 동안 엄마인 나도 환경시민단체에서 교육 활동을 하며 행복중심서울동북생협 조합원들과 실천 활동도 하였다.  
전공하지 않은 분야에서 일한다는 부담감은 부족함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하나를 알면 하나를 알리고, 두 개를 공부하면 두 개를 알리고 함께 실천하도록 가치를 확산하는 것이 운동이라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며 피하지 않았다.
전공과 관계없이 환경은 생명이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했다. 에너지, 물, 자연 생태, 쓰레기 등등 환경 문제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농업, 하루 세 번 차리는 밥상에 관심이 갔다.

환경, 경제, 건강, 지역, 교육, 소비, 여성, 문화, 경제 등의 문제도 같이 차려진 밥상을 보며 행복중심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게 되었다.

여성민우회생협으로 출발했던 행복중심서울동북생협은 지속 가능한 생산을 위한 밥상을 차리고 부엌에서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여성이 주체가 되어 친환경 협동 소비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횡성여성농민회와 하고 있는 토종씨앗 지키기 공동 경작으로 농민의 농사지을 권리를 보장하고 지속가능한 한국 농업의 밑거름을 만드는 일, 친환경 공공급식, GMO 없는 학교 급식, 아이들에게 차별 없는 밥상을 주기 위한 지역에서의 교육활동 등을 조합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살충제 계란, 여성 생리용품,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불거진 생활 속 유해물질 등 건강과 환경을 위한 활동이 많은 해였다.
특히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문제로 의 단체들과 연대해 지역주민들을 위한 강좌와 토론회 등을 진행하느라 분주하게 지냈다. 2013년 당진화력발전소 방문과 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마을 어르신들도 새삼 떠올랐다. 고향의 검은 바닷바람을 기억하고 있다.
이렇듯 생협은 좋은 먹거리만 얻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참 먹거리와 생활재는 물론이고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고 더 많은 민주주의가 가능한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곳이다.

우리말에 ‘정들면 고향’이라는 말이 있다. 태어난 고향 충청도에서 20년을 살았고 지금 서울의 동북에서 24년째 살고 있다. 정들어 이미 고향인 이 지역에서 서로 협동하면서 행복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이 행복은 나로부터 이웃으로, 지역에서 지역으로,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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