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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8.01.11 21:49
  • 호수 1191

[출향인 칼럼] 두 번째 스무 살
이종근 (주)디올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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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를 겪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13.2%이며, 2025년에는 20% 진입이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ICT, AI, IoT, AR, 오피니어 마이닝 등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들이 만들어지고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시대의 격변과 사회의 혼란 속에 나는 50+에 들어선다. 1967년생으로 인생후반에 접어들며 많은 갈등과 고민을 하게 되었다. 당진에서 태어나 계성초, 당진중, 호서고등학교(13회)를 졸업하고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여 디자이너로서 20대 멀티미디어 분야의 전문가로 제법 자리도 잡았고, 또 여러 번의 사업 위기와 좌절, 극복을 반복하며 열심히 30, 40대를 보냈다.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바쁘고 숨 가쁘게 살아오다 불연 듯 되돌아보니 인생의 절반이 지났다. 나름 안정된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그 무엇인가가 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 한 개운치 않은 인생의 중력을 느끼며 고민을 거듭했다.

‘멋지게 나이 들어갈까? 아니야! 아직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아직 젊은데……’
당진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주머니에 달랑 7만 원으로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책값을 아끼려고 청계천 헌책방을 돌며 호기심을 채우던 1988년, 우연히 접한 해외전문잡지에서 ‘멀티미디어’란 단어는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당시 국내에는 멀티미디어란 개념조차 없었기에 좌충우돌 독학으로 나의 꿈 멀티미디어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 무모한 도전으로 국내 멀티미디어 1세대로 불렸다.

젊은 날의 열정을 떠올리며 문득 새롭게, 스무 살의 그날처럼 가슴 뛰는 인생2막을 준비하고 싶어졌다. 20대 후반 사업을 시작하면서 ‘내가 50대가 되면 성공해서 나와 같은 장애인들에게 내가 받은 과분한 기회를 나누어주자’라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그런데 문득 정신 차려 생각해보니 오늘의 내가 바로 그 50이다. 비록 많은 부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나의 꿈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그때 마침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알게 되어 스무 살의 그 날처럼  무턱대고 책 한권 사서 읽었다.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의 훌륭한 사회적기업(가)들을 알게 되었고 내 인생2막을 사회적기업가로서 살기로 더 확실하게 다짐했다. 나는 공모사업에 도전하여 최고령자로 선정되었다. 나의 사회적기업 도전 사업아이템은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사회적디자인 개발’이다. 구체적 아이템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우리나라의 고령화에 관한 소셜미션으로 모든 사람들이 노화의 첫 관문에서 만나게 되는 ‘노안’을 디자인적 방법론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정했다. 1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여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유니버설디자인 노안용 폰트(서체)를 개발했다. 그 결과 작년한 해 각종 공모전과 장애인기업인증, 서울시예비사회적기업 지정까지 8건의 수상실적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20~30대 젊은 친구들과 토론하고 경쟁하며 동기로서 맥주잔을 함께하며 서로 다른 세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호흡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멋진 일이었다. 이제 나에게는 형님이라 부르는 20대 동생들이 수두룩하게 생겼다. 장애인과 고령자들의 차별화된 창업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위해 창업대학원에도 입학했다.

오늘도 나는 나의 두 번째 스무 살을 살고 있다.

내가 새로운 도전과 성취를 이룰 때 까지 흐려지는 기억을 부여잡고, 지난해 10월 19일 마지막 기억의 끈을 놓고 요양원에 입소하신 나를 늘 응원해주신 사랑하고 존경하는 나의 아버지 ‘이창교’님과 어머님,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 모두의 지지와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 읍내동 출신의 이종근 대표는 계성초(22회), 당진중(33회), 호서고(13회)와 국민대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국민대학교 창업대학원에 재학중이며 (유)조형연구소엠(공공미술, 조형연구) 공동대표, ㈜미디어그룹엠 대표이사, ㈜디올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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