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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8.03.03 21:15
  • 호수 1197

[칼럼]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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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장애아전문 하람어린이집 원장

장애인의 삶의 질을 좌지우지 하는 가장 큰 문제는 장애로 인한 불편함일까? 아니면 다른 시선 속에서 혼자라고 느껴지는 외로움일까?

내가 선택한 삶의 지독한 고통은 후자이다.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나를 인정해 주고 지지 해주는 사람의 따뜻한 시선과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 가족의 사랑, 친구의 이해, 동료의 인정, 상사의 칭찬과 격려, 이 모든 것들이 사람과 사람의 끊임없는 관계 안에 있는 중요한 필수요소란 생각이 든다. 선입견과 편견이 없는 따뜻한 시선이야 말로 우리 삶의 커다란 원동력이 아닐까.

장애아동을 보육하며 장애아동에게도 부모에게도 또 취약보육에 해당하는 장애아보육을 하는 장애아전문 어린이집에도 가장 필요한 것 또한 인정과 지지임을 깊이 깨닫게 된다.

장애아보육을 시작한지 어느덧 9년째 이 일을 하면서 많은 분들의 이름 없고 대가 없는 나눔과 사랑을 받고 경험하였다. 그럼에도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들은 있었다. 아웃사이더처럼 어느 쪽에도 완벽히 속한 것 같지 않은 장애영유아의 복지와 교육을 체감하며 어린이집 임에도 보육과 특수교육, 장애인복지, 사회복지의 모호한 경계 즈음 그 어딘가가 장애영유아의 보육의 위치란 생각이 든다. 그럴 때에 지독히 외롭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참 많은 눈물도 흘렸다. 개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현장학습을 나갔다. 낯선 환경에 울고 떼부리는 아이를 보고는 어느 어르신이 ‘이런 애들을 뭐하러 끌고나와 이 고생을 시키느냐’라고 했다. 그 날 밤 한참을 혼자 눈믈을 흘렸다. 그래서 더욱 많은 현장학습과 체험활동을 통해 외부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서로의 불편한 시선 때문에 우리 아이들을 방 안에만 교실 속에만 가둘 수 없지 않느냐고.. 연습과 연습을 더해 시간이 걸릴 뿐 우리 아이들은 사회에 적응하고 그 속에서 빛나는 자기의 몫을 해내리라고 나는 믿고 있다.

장애영유아의 학부모 또한 마찬가지이다. 비슷한 연령의 또래들 엄마들 사이에서 몇 개월이 되니 애가 이런 걸 하더라, 몇 살이 되니 이만큼 하더라, 이 나이에는 이런 학습지가, 이런 학원이 좋더라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비장애아동의 부모들 사이에서는 나눌 수 있는 공감이 없다. 그러니 자연스레 대다수의 비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과 소통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어린이집을 입학하고자 처음 방문하는 대부분의 부모는 눈물을 쏟아낸다. 내가 하는 것은 그저 들어주는 것, 그리고 눈을 맞추고 그 입장을 이해하겠노라 고개를 끄덕이는 것, ‘아 그런 고충이 있으시죠?’ 라고 다시 한 번 부모님의 말을 읊어 주는 것이다. 그러면 거의 모든 부모님들은 서러운 눈물을 쏟아낸다. 아마도 어느 부모들의 자리, 어느 모임에서도 마음 편히 속 해 있지 못하는 마음을 서로 같은 입장에 놓인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사와 부모가 모인 하람어린이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모두 인정받고 공감 받는 것에 대한 안도감 그리고 그간의 서러움을 쏟아내는 것이 아닐까.

장애를 가진 자녀의 부모가 되는 것, 또는 내가 선척적이거나 후천적으로 장애가 발생하는 것, 또는 부모나 나의 가족이 장애를 가진 것은 어떤 누구의 선택이거나 잘못이 아니다. 장애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닌 우리는 모두 너무나도 다른 각자의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기에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행복 할 권리가 있고 그 행복한 삶을 받쳐주는 제도와 정책의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나는 장애인 부모의 자녀이자 동시에 장애인 남편의 아내이다. 그리고 장애영유아를 보살피고 교육하는 장애아전문 어린이집의 원장이다. ‘너는 좀 힘들길을 골라 가는구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숙명처럼 정해진 나의 사명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이들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우리 부모님들을 누구보다 애틋하게 바라본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시선에 담긴 따뜻한 마음을 장애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제일 먼저 알아차려주고 그로 인해 긍적적인 변화들이 일어난다. 하람어린이집 안에서는 이렇게 온통 따뜻한 시선들을 주고받기에 그 기운을 나누고자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특별한 하람어린이집의 <꽃보다 그대>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사진전을 통해 우리아이들에게 교사들에게 보내주신 격려와 응원덕분에 그간의 어려움들이 모두 토닥토닥 위로 받은 마음이다.

이렇듯 따뜻한 시선이 안겨주는 그 힘으로 우리는 또 새학기를 열고 달려간다. 많은 자원봉사자와 후원자, 그리고 시민들이 계시기에 당진이라는 이 아름다운 땅에서 빛나는 당진시민의 일원으로 살고 있다. 많은 분들이 장애아이들을 그리고 그 가정을 다른 시선이 아닌 사회의 한 일원인 지역공동체 안의 가족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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