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송악읍 중흥리(이장 지태관) 마을회관에 장수사진 무료 촬영행사가 열렸다.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마을노인들은 아침 8시부터 마을회관을 찾았다. 백발이 무성하고 세월의 흔적으로 주름이 가득인 어르신들이 곱게 한복을 입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노인들을 위해 무료로 장수사진을 촬영행사를 개최한 사람은 바로 정군종 씨(59)다. 정 씨는 이날 32명의 장수사진을 촬영했다. 안산에서 예원스튜디오를 30년 간 운영해 온 정 씨는 10년 전 당진에 놀러왔다가 지인의 소개로 중흥리에 터를 잡게 됐다. 그는 현재 밭농사를 지으며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정 씨는 몇 년 전부터 그가 살고 있는 중흥리 5반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장수사진을 촬영해줬다. 그는 “5년 전 마을 어르신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화질이 좋지 않은 영정사진을 보고 장수사진을 촬영해 드리기로 마음먹었다”며 “그때를 계기로 5반 마을노인들의 장수사진을 찍어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이를 확대해 중흥리에 살고 계신 노인들에게 사진촬영 재능기부를 하고자 마을에 문의했다”면서 “어르신들의 마지막 모습을 최대한 밝고 예쁘게 남겨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마지막 순번으로 장수사진을 찍은 정진수 어르신(남·82)은 “무료로 장수사진을 찍어준 정 씨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지태관 이장은 “97세 할머니도 아침 일찍 오셔서 장수사진을 찍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가셨다”며 “지역으로 귀농한 정 씨가 자발적으로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을 전해와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지역노인들에게 중흥리 부녀회가 따듯한 차를 대접했으며, KT 당진지점(지점장 박현서)에서 사진 인화와 액자를 협찬했다. KT 당진전화국 김용성 영업팀장은 “정 씨가 고객이었는데 좋은 일을 한다고 해서 KT에서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 후원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