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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8.03.09 20:27
  • 호수 1198

[출향인 칼럼]박종돈 선교사
새벽시간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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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4월1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떠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25년째 말레이시아에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25년의 삶, 그것은 도전의 삶이었다. 김포공항에서 미지의 세계로 힘차게 떠오르는 비행기 안에서 난 눈물을 흘렸다. 저 먼발치에서 아들을 멀고 먼 미지의 세계로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눈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한 나는 말레이시아에서 첫 번째로 세워진 말레이시아 한인교회로 향했다.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은 말레이시아한인교회의 사역을 협력하는 것과 선교사역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동남아 선교센터의 공동체생활과 인도인가정과 중국인가정에서 방 하나를 세얻어 월세로 살았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공유해야 하는 공동체의 삶, 발 디딜 틈 없이 치우지 않고 살아가는 가난한 인도인의 집에서 나름 깔끔형인 내가 살아왔다. 그런데 한국에 잠깐 방문하고 오니 그 사이에 내 방을 다른 사람에게 세를 준 중국인들을 몸으로 겪으며 쿠알라룸푸르의 삶은 언어·문화·인종 등 선교사로 배우고, 다져야 하는 기본적인 심성들이 다져졌다.

23년 내 젊음이 고스란히 담긴 페낭, 이곳은 제주도의 3분의1정도 되는 작은 섬이다. 고속도로가 놓이지 않아 쿠알라룸푸르로부터 국도로 시간이 꽤 걸린다. 페낭에서 나의 도전의 삶은 계속 되었다. 말레이시아한인교회에서 일요일 주일 예배를 드리고 밤12시 버스를 타면 페낭에 월요일 아침 9시에 도착한다.

페낭 교민 중에 나를 픽업하여 가정예배를 드릴 장소로 간다. 가정예배를 드리고 다시 쿠알라룸푸르로 돌아가길 반복하길 2년, 1994년 10월 16일엔 페낭에 페낭한인교회를 창립했다. 총각선교사로 와서 몇 년 간 뿌린 선교의 열매였다. 그리고 1994년 11월 5일 페낭토요한글학교를 개교했다.

그 당시 페낭엔 많은 외국인들이 있었지만 외국인이 교회를 세우고 동일민족끼리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없었다. 페낭한인교회는 한국인 3명으로 시작해 현재는300여 명의 교회로 성장했다. 23년 동안 이 교회를 거쳐 간 각국의 성도들까지 더한다면 어떤 대형교회 못지 않은 숫자 일 것이다.

페낭토요한글학교는 페낭의 교민 자녀들을 위해 세워졌다. 당시 국제학교나 중국인학교에서 수학하던 교민 자녀들의 한글수준은 최악이었다. 그래서 우리 자녀는 우리 부모들이 책임지고 한글을 가르치고 교회가 봉사를 하면서 긍정적인 교회 이미지를 강화하고, 전도할 목적으로 페낭토요한글학교를 페낭한인교회 안에 개교했다. 적게는 10명부터 많게는 130명의 교민자녀들이 한글과 한국문화, 전통을 배워오고 있다.

2008년 9월 난 또 한 번의 도전을 하였다. 코이노니아 헬라어친교선교센터를 열었다. 이 선교센터는 현지인 선교를 위해 세워졌다. 인도에서 이주해온 인도인들을 위한 선교, 한국어를 통한 중국인들을 위한 선교, 선교 훈련 및 언어 연수의 센터로 사용하고 있다.

먼 이국땅에서의 25년 도전의 삶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선교사역을 하기 위해 말레이시아국립과학대학에서 말레이어를 공부했다. 선교사의 신분으로 비자를 얻기 어려워 목회를 하면서 아내와 함께 현지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페낭토요한글학교에서 교장으로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로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서울디지털문화예술대학의 어문과 3학년으로 편입해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또한 국립국어원에서 한국어 교원2급자격증을 취득했다. 지금은 전문성을 갖고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나를 통해 한국어를 배운 중국인이 1600명이 넘는다. 현재 난 25년의 선교의 열매를 맺었던 페낭한인교회의 담임과 페낭토요한글학교의 교장직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정년까지 남은 20년을 위한 또 다른 선교의 열매를 맺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다시 시작한다. 경제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어느 것 하나 안정적인 것은 없지만 오늘도 탐실하게 열릴 열매를 생각하며 현재의 성실한 태도와 열정 그리고 끊임없는 믿음의 기도로 도전해본다. 

>>박종돈 선교사는 1967년 우두리에서 태어나, 탑동초, 호서중·고등학교, 감리교 신학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탑동감리교회에서 전도사 및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페낭한인교회를 창립해 23년 간 담임목사와 페낭토요한글학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코이노니아 선교센터장을 맡고 있다. KDU대학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디지털문화예술대학 어문과(교원자격 취득)를 졸업했다. 현재 페낭신학대학대학원 졸 및 선교학박사 과정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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