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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8.03.09 20:28
  • 호수 1198

칼럼] 유내영 충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지킴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어린이·청소년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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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교인권실태조사 설문은 충남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교명은 절대 드러나지 않으며, 학생의 이름도 무기명이므로 걱정하지 말고, 솔직하게 답변에 주면 고맙겠습니다.”

2017년 학교인권실태조사 설문조사원이 되어 들어가서 한 말이다. 많은 학교에서 ‘학교인권실태조사’에 대한 거부감으로 신청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학교명은 절대 드러나지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것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학생들은 학교와 달리 자기 학교의 실태가 드러나기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설문지에 학교명 기입난이 없는데도 학교명을 쓴 학생도 있었고 몇 번씩이나 **학교라고 꼭 알려달라고 당부를 한 학생들도 있었다. 담임선생님에 따라 교칙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반이 있는 반면, 교칙보다 더 억압하는 반이 있어서 체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도 있었다.

문항별로 함께 보면서 진행했는데, 그 중 벌점제가 공고하게 행해지고 있음을 보고 놀랐다. 벌점을 받는 학생들도 그 제도가 부당하긴 하지만 자신을 통제하는데 영향을 준다면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기분은 나쁘지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폭력에 학생들은 이미 폭력의 내면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특히 벌로 청소를 하면 벌점이 없어진다는 말을 들으면서 학교가 청소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서 어른으로서 부끄러웠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청소를 하는 노동자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 것이며, 학생 중에 부모나 가족 청소노동자가 있다면 어떻게 느낄 것인가? 그 자괴감과 열등감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어떤 고려도 하지 않는 교육현장의 민낯을 보았다.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라는 책이 2000년도에 나왔는데, 당시 그 책을 읽으면서 참담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1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이 세상은 많은 것이 변했다. 그런데 학교는 그 변화의 흐름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학교가 이럴 진데 학교 밖 청소년의 처지는 어떨지 안타깝다. 어린이 청소년은 아직도 미래의 주인공, 나라의 희망으로 살고 있다. 언제까지 미래의 시민으로 살아가게 할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지 않게 사는’ 사람이 따로 있어야 할까?
‘지금 여기’는 어른들과 어린이청소년이 함께 사는 곳이고, 모두가 행복할 권리가 있는 존재들이다. 우리의 자녀가 행복하면 우리도 행복하지 않은가? 행복을 미래로 유보시켜도 될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왜 우리는 시민이 아닌가요?’
‘왜 청소년의 정책은 다들 통제중심인가요?’
‘우리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은 대체 어디 있나요?’
‘청소년에게 선거권이 주어진다면 학교가 바뀔 것이고, 교육현실이 혁신적으로 변화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의 질문에 이제 답할 때이다. 그런데 현재 충남에서는 학생인권조례도 없는데, 그나마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여성, 청소년, 어린이를 위한 충남인권조례가 폐지될 위기에 처해있다. 오히려 거꾸로 가는 이 암담한 상황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미국 어느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선생님이 수업이 끝나고 ‘내일 어려운 시험이 있으니 준비해오라’고 했다.
다음날 원주민학생들은 책상을 둥글게 모아서 앉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책상 중간에 가방으로 가림막을 쳤다. 선생님이 원주민 학생에게 왜 그렇게 앉았냐고 묻자 “우리 부족 어른들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둥글게 앉아 머리를 맞대 방법을 모색하고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하려고 앉았다”라고 대답한다. 어른들의 뒷모습을 보며 자라는 우리 어린이 청소년들이 바라볼 우리의 뒷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뒤돌아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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