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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09 20:56
  • 수정 2018.03.14 09:21
  • 호수 1198

당진여객운수(주) 이강길 버스기사
‘노란 리본’을 기억하는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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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키우는 아빠 마음…세월호 잊지 않길”
당진시민들의 발이 돼 지역 곳곳을 누벼

시내버스 내부 곳곳에 작은 노란 리본이 붙어 있다.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나누고자, 당진여객운수(주) 이강길 기사는 자신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5502번 버스를 노란 리본으로 장식했다.  

“정확히 기억해요. 2014년 4월 16일. 학생들을 가득 실은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걸 아내에게 들었어요. 벌써 4년이 다 되어가는 군요.”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당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승객 300여 명이 뭍으로 나오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강길 기사의 막내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남 일 같지 않았다. 

뒤집어진 채 바다 속으로 점점 빠져들어 가는 세월호 모습을 TV에서 본 뒤로, 관련 뉴스를 보지 못했다. 간신히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을 뿐, 그 장면을 다시 본다는 게 그에겐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그는 세월호 이야기만 나오면 아직도 가슴이 아프고 울컥한다. 운전하다가도 문득 세월호 생각이 나면 마음 한편이 아프단다.

게다가 왜 배가 가라앉았는지, 진실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이 들릴 때마다 마음이 힘들다고. 이강길 기사는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며 세월호 유가족들의 고통을 나누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월호가 정쟁의 대상이 되면서, 그가 순수한 마음에서 노란 리본을 붙이고 다니는 것조차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어느 사람은 그에게 ‘빨갱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었고, “아직도 리본을 달고 다니냐”며 “지겹다”고 말하는 승객도 있었다. 이 기사는 “잊지 않으려고,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노란 리본을 달았는데 그러한 말로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트럭부터 버스까지 ‘운전인생’

한편 이 기사는 예산 출신으로 지금도 예산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2010년부터 당진여객에서 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 기사는 16년째 버스를 몰고 있다. 이전에는 화물차 운전 경험도 있으며, 인천에서 6년 간 덤프트럭 사업을 한 적도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곧장 면허를 취득하고 운전을 시작했는데, 그 뒤로 계속 관련한 일들을 해왔다. 

“20대 초반엔 마냥 달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운전하는 걸 좋아했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지금까지 덤프트럭과 화물차, 버스까지 운전하는 일만 해왔네요.”

당진시민들의 발이 되고 있는 이강길 기사는 당진, 합덕, 석문, 송산 등 당진지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기사들이 4개월 마다 노선을 바꿔 운전하기 때문에 당진 구석구석 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 매일 아침 6시50분 차고지에서 출발해, 밤 8~9시 마지막 운행이 끝나면 그는 다음날 버스를 탈 승객들을 위해 청소를 하는 것으로 고된 하루를 마무리 한다.  

당진의 경우, 버스승객의 90%가 노인이라고. 지팡이를 짚고 힘들게 버스 계단을 오르시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난다는 그는 “내 부모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승객들을 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과 풋풋한 청년들을 보면 두 아들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이렇게 내 가족을 태운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매일 운전대를 잡는다. 

이 기사는 “버스 운전을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거나, 또 줄 때도 있다”며 “승객들이 오해해 ‘일부러 안태우고 갔다’, ‘안 내려줬다’라고 민원을 제기할 때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년퇴직까지 승객들을 안전하게 모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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