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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3 19:54
  • 수정 2018.03.26 16:56
  • 호수 1200

청와대 경호실 출신 ‘표고버섯 농장지기’ 되다
세상사는 이야기 만나팜 이맹호 대표(고대면 옥현리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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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부터 김대중까지…대통령 5명 모셔
“공직도 사업도 농사도 열정과 성실함으로”
“제2의 인생…실패보다 ‘왜’라는 질문이 더 중요”

 

5명의 대통령을 모셨다.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26년을 포함해 32년 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 하고 기업인으로, 그리고 후학을 양성하는 대학교수로 살다 최근에는 농사에 뛰어들었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상경해 농사일이라곤 전혀 해본 적이 없지만 열정과 집념, 특유의 성실함으로 고향에서 표고버섯 농사를 시작한지 1년 6개월 만에 ‘영농 멘토’로 거듭났다. 제2의 인생이 다시 시작됐다.

고대면 옥현리 출신의 이맹호 만나팜 대표는 스스로 ‘농장지기’라고 부른다. 공직에 입문한 뒤 청와대에서 이사관까지 지냈고, 기업 전무, 중소기업 사장, 대학교수까지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번듯한 직함을 달고 살았다. ‘농장지기’라는 소박한 민초들의 삶으로 돌아온 그는 어느새 60대 할아버지가 됐지만, 아직도 꿈을 꾸는 청년의 마음이다.

 

대통령경호실에서 통신보안 업무 담당

이맹호 대표는 이용호 충남도의원과 이강호 전 당진시 감사법무담당관과 형제지간이다. 삼형제가 모두 공직에 몸 담았다.

“어렸을 때 ‘형님(이용호)처럼 나도 공부시켜 달라’면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뛰쳐올라갔어요. 광운전자공업고등학교에 입학해 평생을 정보통신 관련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타고난 천성이 집념이 강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생활을 하면서 야간대학을 나왔다. 이후엔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까지 따냈다. 1976년 박정희 정권 당시 공채로 청와대 대통령경호실에 들어갔다. 흔히 ‘대통령경호실’ 하면 보디가드와 같은 모습을 떠올리는데, 그는 전공을 살려 도청방지 및 탐지 등과 같은 통신보안 업무를 담당했다.

청와대에 들어간 지 3년 만에 10.26사태가 터졌다.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고 최규하 대통령이 취임했으나 1년 만에 12.12사태로 전두환 정권이 들어섰다. 이후 노태우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까지,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몸으로 겪으며 5명의 대통령을 모셨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대통령경호실에서 늘 긴장 속에 살았기 때문인지 그의 일상 또한 완벽주의에 가깝다. 무언가 하나를 시작하면 현상을 분석하고, 다시 시도하고, 해결점을 찾아내야만 직성이 풀렸다. 농사도 마찬가지였다.

 

“표고버섯은 내게 신의 축북”

은퇴 후 우연히 고구마 농사를 짓는 친구로부터 밭이랑 한 줄을 얻었다. 심심풀이 삼아 고구마 농사를 지어봤는데, 같은 밭이어도 잘 자라는 고구마가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기도 했다. 왜 그럴까 고심하면서 관찰하다 보니 볕을 강하게 받는 쪽에 심은 고구마가 타죽는 것이었다. 이후 방향을 달리해 밭이랑을 만들어 농사를 지으니 고구마가 고루 잘 자라 소출이 늘었다. “이야~ 너 농사에 소질 있다!” 친구의 칭찬에 힘입어 농사를 지어볼까 생각하고 당진시농업기술센터를 찾았다.

무슨 농사를 지어야할지 막막했던 그는 당진시농업기술대학에 들어가 교육을 받으면서 표고버섯 농사를 짓기로 마음먹었다. 이 대표는 “단호박·꽈리고추·딸기 등 여러 품목이 있었지만 표고버섯을 알게 된 건 신의 축복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충남농업기술원의 교육까지 마친 그는 원당동에 표고버섯 시설하우스 3동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농사에 뛰어들었다. 온도와 습도 관리 등 농사의 A부터 Z까지 원리원칙을 고수했다. 요령을 피우거나 꾀를 내지 않고, 배운 대로 가장 최적의 방법을 그대로 적용해가면서 버섯을 길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빨리 키워서 빨리 출하하기보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충분히 길러 수확한다. 때문에 양은 적지만 맛과 향이 뛰어나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덕분에 지난해 추석을 전후로 20일 동안에만 3000만 원 가량의 소득을 올렸다고. 85%가 실패한다고 할 정도로 표고버섯 농사는 까다롭다는데 이 대표는 농사를 시작한 지 1년반 만에 여기저기서 성공사례를 발표하고, 영농 멘토로 활동할 만큼 기본기를 갖췄다. 그동안 당진지역 뿐만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그를 찾아와 지역에서 합숙하면서 표고버섯 농사를 배워갔다.

“농사도, 사업도 마찬가지에요. 성실함, 열정, 그리고 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요즘엔 농업 관련 지원사업도 많아 큰돈도 필요 없어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실패 그 자체에 낙담하기 보다 ‘왜?’라는 질문에서 답을 찾다보면 해결책이 보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제2의 인생

혹자는 은퇴 후 이제 그만 편히 쉬지, 무슨 농사일을 하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60대 초반에 은퇴해 유유자적 하는 인생을 살다 혹시 30년이 지나 삶을 되돌아보면 땅을 치고 후회할 것 같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맹호 대표는 “젊은 시절,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살았지만 과거만 회상하며 살아갈 순 없다”면서 “이전은 다 잊고, 지금 이 자리에서 삶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맹호 대표는 표고버섯에 사활을 걸겠단다. 그러나 그의 최종 목적지는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그는 외국에서 선교사로 살아가고 있는 딸과 사위를 보면서, 한국에선 머무를 곳조차 없는 선교사들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해외선교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선교사들을 위해 보금자리가 돼줄 수 있는 선교센터를 짓는 게 그의 마지막 꿈이다.

“고향에 내려와 농사를 짓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즐겁고 재밌게 살고 있어요. 농사에 뛰어드는 후배들을 위해 현장실무를 중심으로 담은 책 한 권을 내고 싶습니다. 이미 <전자공학 박사의 표고버섯 정복 이야기>라고 제목도 정했지요. 정보통신 전문가에서 표고버섯 농장지기로 다시 태어난 과정을 알려주고 싶어요.”

 

>> 이맹호 대표는
-1952년 고대면 옥현리 출생
-고대초(24회)·당진중(17회) 졸업
-광운전자공고·광운대·동대학원 졸업(전자공학 박사)
-청와대 대통령경호실 근무(이사관 퇴직)
-KT 전무 및 신성대·정보통신대 교수 등 역임
-현 만나팜 농장지기 및 서화정보통신 부회장


■표고버섯 구입문의: 070-8732-1393
■블로그: blog.naver.com/manna-f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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