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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8.03.26 16:45
  • 호수 1200

[칼럼] 안지혜 합덕초등학교 교사
너희를 만나기 전까지, 떨렸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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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봄, 지금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생활을 3년째 맞이하는 초등학교 교사다. 아직 미숙한 점이 많아 업무를 처리하는 데에도, 아이들과 지내는 데에도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교직생활이 얼마 되지 않는 신참내기 교사로서, 교사가 되기 전 들었던 생각과 교사로서의 첫 발을 디뎠던 그 때의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2016년 겨울, 나는 대학생이었다. 4년 간 대학교에서 쌓아왔던 인지적 지식들과 4년 동안의 교육실습경험, 1년여 간 집중적으로 교육과정을 공부해왔던 것이 교사로서의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딛는 나를 든든히 받쳐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동시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지금껏 실수가 있었더라도 ‘예비’교사이기 때문에 서로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실습생 때는 혹시 수업이 잘 되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담임교사가 다시 체제를 정비하고 1년의 항해를 이어나갈 것이라 믿어도 되었다. 그런데 이제 내가 ‘그’ 담임교사가 된다고 생각하니 앞길이 막막했다.

1년 간 전 교과의 전체적인 흐름과 그 속에서 월, 주, 일단위로 학생들을 가르칠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웠다. 아이들의 생활지도는 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일단 당진도서관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다양한 책들이 있었으나 나는 학급경영 관련 도서들에 우선적으로 눈이 갔다. 수업시간에 교과를 가르치는 부분은 교육과정을 공부하고 지도서와 교과서들을 살펴보면서 어느 정도 길을 만들어 놓을 수 있었으나 학생들의 인성 교육, 학교에서의 규칙과 같은 부분은 도통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

되도록 최신 발간된 책들을 정독하였고 그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학급운영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학부모들께 자신의 학급운영관을 밝히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가치관이 바로서야 할 것이며 그 가치관을 정리하는 데에 학급운영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급운영의 큰 목표와 학년·학생 특성에 따른 학급운영의 원칙, 학부모와의 소통 방식 등을 글로 천천히 정리하는 데에 꼬박 하루가 걸렸다. 아이들과 만나기 전까지 남아 있었던 그 짧은 기간 중 하루를 통째로 보냈는데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마음을 정하자, 그 이후로 해야 할 것들이 한 두 개씩 차근히 보였다. 첫 날을 함께 할 자료, 학기초 아이들과 세워야 할 규칙, 일 년간 함께 몸에 새겨나갈 바른 습관과 태도, 수업 구성 방식 등이 술술까지는 아니더라도 차차 생각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만나기 전 날, 첫 날 소개 자료와 프레젠테이션을 마지막으로 점검하였다. 그때까지도 마음이 많이 불안하였다. ‘혹시 아이들이 준비한 자료와 수업 과정에서 힘들어하진 않을까, 흥미를 느끼지 못하지 않을까?’ 준비한 자료에 빵빵 웃어줄 학생들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초조하게 다음날을 기다렸다. 그 날은 잠을 잘 자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2016년 3월 2일, 봄이 시작되었다. 날씨는 화창했고 학교의 아이들은 등교 첫 날 아침부터 밝았다. 호기심과 설렘으로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과 마주 보며 다짐했던 것 같다. ‘매일이 힘들 수도 있겠지. 그래도 너희를 만나기 전까지 겨우내 떨렸던 것을 생각하며 항상 힘을 낼게.’

2018년 봄, 지금도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지낼 것이다. 아이들과 생활을 하다보면 슬프고 화나는 일도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로 미소 짓고 활짝 웃는 일이 비교할 수 없이 더욱 잦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힘쓸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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