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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8.03.26 17:20
  • 호수 1200

[칼럼] 이종미 나루문학회장
당진별곡(別曲) 6. “장고항 매력에 빠져 볼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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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 솜털에서 잠들었던 보소송한 봄빛 일어나 해안가마다 초록빛 물감을 칠한다. 황소 발차기 하던 된바람도 항구에 생기가 돌면 장고항 노적봉 풍경이 된다. 긴 잠에서 깨어난 어촌마을은 살포시 따스함을 뿌린다.

갈매기 숨 고르는 방파제를 한 바퀴 돌고나면 저마다 나름의 색깔을 자랑하는 식당 간판이 도드라져 보인다. 하나같이 실치회 글자를 가장 크게 썼다. 장고항(長古項)은 ‘장구목’이라는 고유지명을 한자로 옮긴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실치로 가장 유명한 고장이다.

마을 지형이 장고(장구)처럼 생겼다고 해서 장고항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매년 3~4월이면 실치회와 실치무침을 먹기 위해 수많은 식도락가들이 찾아든다. 포구는 비교적 큰 편은 아니지만 뱅어가 되기 전 어른 손가락 한마디 정도로 작은 실치 덕분에 요즘 핫하게 뜨는 동네다.

뱃속의 내장까지 훤히 들여다 보일만큼 투명한 청록색의 실치는 성질이 급하고 너무 작아서 물 위로 나오면 곧바로 죽어버린다. 한나절만 지나도 상하는지라 두고 먹을 수도 없고 너무 작아서 얼릴 수도 없다. 그래서 실치회는 장고항에 와야만 먹을 수 있는 특미다.

실치는 맛도 좋지만 칼슘의 왕이라 불릴 만큼 우유나 멸치보다 무기질 함량이 높다. 따라서 초장에 찍어 먹거나 각종 봄철 야채와 초장에 버무려 먹으면 제철 음식으로 딱 좋다. 장고항은 실치 외에도 가재미 무침이나 자연산 생굴까지 한 세트로 먹을 수 있다.

장고항에는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국화도로 들어가는 선착장도 있다. 들국화가 지천으로 핀다는 국화도는 현재 경기도 화성시 소속이지만 장고항에서 배를 타면 10분, 경기도 궁평항에서 배를 타면 1시간가량 소요되는 거리에 위치한다. 지리적으로나 실제 교통편으로나 충남 당진 땅이어야 하지만 경기도 화성에서 그냥 주겠는가.

장고항은 바다낚시의 천국이라고도 불린다. 200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 이후 낚시꾼들이 몰려들어 낚시꾼 반, 물 반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만큼 접근이 용이한 점도 있지만 봄 도다리, 여름 우럭, 가을 주꾸미, 겨울 노래미가 잘 잡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가을에 주꾸미를 잡으러 갔던 지인의 말을 빌면 ‘바다에 사는 주꾸미 수보다 주꾸미를 잡으려는 사람 수가 더 많아서 낚시찌 내릴 데가 없더라’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목격했을 때는 배에서 내리는 사람마다 먹을 만큼 잡았다며 얼굴 표정은 다들 밝았다.

장고항은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 사람들 머릿속에는 동해안은 일출, 서해안은 일몰을 체험하는 곳이라 여기겠지만 당진은 그렇지만은 않다. 당진 왜목과 장고항 해안선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왜목에서 일출 사진을 찍으면 양쪽에 큰 바위를 사이에 두고 가운데에 촛대 또는 노적봉처럼 생긴 또 다른 바위가 있다.

태양은 바로 그 위에 떠오르는데 그것이 일출이다. 장고항은 또 일몰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왜목에서 찍은 촛대바위가 우뚝 솟은 곳이 바로 장고항이다. 주차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해가 질 때는 반대로 왜목을 바라보면 일출보다 더 슬프고도 황홀한 일몰을 볼 수 있다.

운 좋게 바닷물이 빠질 때 도착하면 스무 걸음 남짓 걸어 들어가 노적봉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행운도 따른다. 왜목과 함께 장고항 일출과 일몰은 당진 9경 중 제 1경이니 구경 오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그런 곳이다.

장고항은 계절마다 여러 가지 매력을 뿜어내는 곳이므로 오늘도 미식가나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누구든 한 번 오면 또 올 수 밖에 없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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