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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8.04.06 20:12
  • 호수 1202

[문화칼럼] 박헌호 당진시립합창단 부지휘자
전통음악의 힘이 살아났던 곳,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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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ESART 예술대학과 포르투갈합창지휘자연합회 초청으로 한국지휘자로는 최초로 2주간 포르투갈을 방문하였다. 이는 필자 개인에게도 활동영역이 넓어져 좋은 일이지만, 필자가 속한 당진시와 한국합창음악이 멀리 유럽에까지 지경이 넓어지는 의미있는 방문이었다.

한 때 포르투갈은 바다를 주름잡으며 막대한 부를 누렸으나 지금은 유럽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중 하나이다. 그러나 서양음악사의 역사가 고스란히 숨 쉬는 곳, 활기차고 열정이 넘치는 매력은 누구에게나 쉽게 젖어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2주 동안 진행된 대부분의 스케줄은 음대학생들과 포르투갈의 합창지휘자들에게 우리 전통의 합창음악과 문화를 소개하고 직접 가르쳐 그 결과물을 연주회에 올리는 것이었다. 이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합창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해시키기가 그리 쉽지 않았던 것은 포르투갈인들은 어려서부터 그들의 전통음악인 “파두(도) Fado”를 듣고 부르며 자랐기 때문이다. 이 장르는 우리 전통음악의 ‘한’과 그 맥락을 함께하지만 스타일은 정반대로 표현된다.

뭔가 애절함과 슬픔이 감도는 우리의 분위기와는 달리, 활기차고 기타라 라고 하는 포르투갈 전통12줄기타의 반주와 곁들어져 마치 신나는 춤곡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지휘한 대학합창단원들은 기본적으로 흥이 많은 친구들이었다. 이들에게 우리의 전통음악인 ‘아리랑’을 합창편곡 버전으로 가르쳤을 때의 순간이 생생하다.

우리 정서에서 애절함과 뭔가를 그리워하는 느낌보다는 이미 문제가 해결되어 상당히 가볍고 신나는 스타일의 아리랑이었다. 단순 노래를 가르침이 아닌 우리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시키고 그것을 음악에 담아내도록 하는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았지만 우리의 뼈아픈 역사와 그 가사의 내용을 차근히 설명했을 때 그들은 마음으로 이해했고 다시 음악으로 표현하는데 성공하였다.

실제로 연주회에서 아리랑과 강강술래 등 몇 곡의 한국전통합창곡을 연주했을 때 객석의 반응은 그야말로 신선함으로 가득한 환호와 감격의 순간이었다. 합창음악을 통한 문화교류의 결실이 맺어지는 자리가 된 것이다. 연주회 후 대학 로비나 복도를 지날 때에 아리랑을 흥얼거리며 다니는 학생이 상당수 있었는데 참으로 신기하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아마 그들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음악과 문화의 경험이었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각양각색의 문화콘텐츠들 사이에서 우리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이 참으로 힘겨운 시대에 우리나라가 아닌 머나먼 유럽에서 우리 것이야말로 “먹혔다”라고 생각하니 이번 초청연주는 성공 이상의 의미일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전통을 지켜야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중간쯤의 여정에서 포르투갈합창지휘자연합회에 초대되어 한국의 합창문화와 전통 합창음악 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필자는 한국의 전통합창음악과 합창문화를 소개하였고 주최 측 으로부터 음악사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고전시대 포르투갈 작곡가인 Joao D. Bomtemo(1775-1842)의 합창작품 Messe de Requiem Op.23 악보와 음원파일을 선물로 받았다. 그리고 이 곡이 아시아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연주되기를 소망하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받아 향후 필자의 음악활동에 포함시켜 성의에 보답코자한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국의 음악문화와 필자가 속한 당진시에 대해서도 질문하였다. K-Pop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문화를 소개하였고 당진시립합창단을 비롯해 우리시에 속한 많은 아마추어 단체들과 그들의 활동사항 등을 소개하였으며 자연스레 미리 사진으로 준비해간 당진9경을 소개하였다. 그 자리에 모인 참석자들에게는 잠깐의 해외여행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번 2주간의 포르투갈 방문으로 서양음악사 본거지인 유럽에서 한국의 전통음악이 울려 퍼지게 하고, 우리 당진시를 알릴 수 있었음이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의미와 성과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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