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읍내동 제이헤어 맡아 새 출발
- 미용자격증에 운전면허 취득까지 성공!

“배워봐. 하다가 어려우면 그만둬도 돼. 해보고 싶은 거니까 한 번 해봐.”

처음엔 못할 줄 알았다. 베트남에서 온 다문화 이주여성으로 한국말조차 미숙한 그에게 미용 기술을 배워보라니…. 김 씨는 스스로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 넣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도전에 뛰어들었다.

“시간이 남으니 심심했어요”

베트남 호치민 출신인 김재희(35·송산면 금암리) 씨는 14년 전 21세의 나이로 한국을 찾았다. 봄이 완연한 때였지만 베트남에 비해 한국의 날이 추워 겨울옷을 입고 낯선 땅을 밟았다. 한국말은 전혀 몰랐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적응해가며 두 아들을 낳아 키웠다.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니 그제야 숨 돌릴 시간이 찾아왔다. 하지만 언어도 익숙하지 않고 친구도 없어 지루하고 심심한 날들이 이어졌다.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 날씨도 음식도 모두 낯설었어요.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야 시간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삶이 너무 무료했어요.”

식당서 열흘 일하고 그만둬

베트남에서도 계속 일을 해 온 김 씨였기에 한국에서도 일을 하고 싶었단다. 하지만 한국말에 능숙하지 않은 그에게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식당일에 도전했다. 하지만 딱 열흘 뿐이었다.

그는 “식당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적성에 맞지 않고 육체적으로도 힘들어 그만뒀지만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어했던 그에게 남편 한갑상 씨가 미용기술을 배워 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한국말도 못하는데 어떻게 기술을 배우라는 건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와 결연을 맺은 한국의 친정엄마인 김인순 씨는 그 때 “한 번 해보라”며 “되는지, 안 되는 지는 해보면 안다”는 말로 그를 격려했다. 김 씨는 읍내동에 위치한 산호미용실까지 직접 소개해줬다.

“주변 도움 덕분”

친정엄마의 소개로 2008년부터 산호미용실에 출근했다. 처음엔 청소와 미용 물품 정리부터 시작했다. 그 다음엔 손님을 맞이하고, 샴푸를 배우고 차근차근 하나씩 익혀갔다. 또 미용학원에서 미용기술을 정식으로 배웠고 고생 끝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한국어로 된 필기시험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이를 위해 당진문화원에서 1년 동안 한국어수업을 수강했다. 김재희 씨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시어머니 임월란 씨와 남편 한갑상 씨가 아이를 돌보는 등 그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 종종 힘이 들 때는 한국 친정엄마에게 전화했고 그때마다 힘을 한가득 받았다. 그는 “산호미용실에서 손님들을 만나면서 한국말도 배우고 살림에 대한 팁, 한국문화 등 많은 것을 배웠다”며 “원장님도 많이 격려해주고 가족들도 도움을 줘 제이헤어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게 한 번 차려봐”

10여 년 간 산호미용실에서 일한 그에게 주변에서 “직접 가게를 차려보라”고 추천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기에 고민하다, 기회가 닿아 읍내동 수협 앞에 위치한 제이헤어를 인수받아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동안 인연이 된 손님들과 다문화 친구들까지 제이헤어를 찾아 그에게 머리 손질을 맡긴다고.

그에게 미용이 천직일 정도로 적성에 맞는단다. 한 번은 친구에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지만 친구는 “너는 다른 일은 못 할 거”라며 “미용 일이 너에게 딱 맞으니 계속하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일을 빠르게 하지는 못하지만 꼼꼼히 완벽하게 하려는 성격이라 아무리 시간이 없더라도 손님 한 분 한 분 머리 손질에 정성을 다 한다”고 말했다.

“항상 머리 손질을 하면서 ‘손님이 마음에 안 들어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해요. 그래서 더 꼼꼼히 신경 써요. 대충 하는 것은 제 성격과 맞지 않아요. 손님이 마음에 들어 하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주변 다문화 이주여성 분들도 일하고 싶어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모두들 용기 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꿈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제이헤어는?
■위치 : 당진중앙1로 184
■문의 : 352-3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