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3-28 10:44 (목)

본문영역

  • 종교
  • 입력 2018.05.01 00:01
  • 호수 1205

[종교칼럼] 아름다운 사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종만 팔복감리교회 원로목사

 

십 수 년 전 서울시 지하철역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소변기 앞에 써 붙여 놓은 다음과 같은 글귀를 보았다. “아름다운 사람은 그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

그 이후로 내가 머물렀던 그 자리를 다시 돌아보고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신분도 신분이니 아름답다는 소리는 못 들어도 그 반대의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에 말이다. 가족들과 함께 야외 나들이를 가거나, 교인들과 함께 야유회를 가거나, 학생들을 인솔하고 산이나 바닷가에 갔다가 돌아올 때면 마지막 순서로 머물렀던 자리를 말끔히 정리한다. 다음 사람이 이용하게 되더라도 불쾌하거나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정리한다. 때로는 우리가 버린 것도 아닌데 왜 우리가 주워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럴 때면 서울시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보았던 글귀를 들려준다. 서울시 지하철역 화장실에 가면 이렇게 써놓은 글귀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그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 그러면 하던 투정을 그친다.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을 교회로 초청 2년 반 정도 제자훈련을 시킨 일이 있다. 처음 제자훈련을 시작할 때는 여러 명이었지만 끝까지 완주한 사람은 네 명이다. 네팔의 람, 캄보디아의 행사모락, 쏘카리, 케냐의 폴기마니다. 람과 행사모락과 쏘카리는 2016년 말과 2017년 초 모두 고국으로 돌아갔고, 케냐의 폴기마니는 나사렛대에서 세 학기 랭귀지코스를 하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2017년 3월 캄보디아 비젼트립을 갔을 때 행사모락과 쏘카리를 만나 한국이야기를 하며 프놈펜 강가를 산책했다. 함께 길을 걷던 행사모락이 갑자기 ‘목사님!’ 하고 부르더니 강가의 하얗게 널브러진 쓰레기들을 가리켰다. 한국에 있을 때 함께 바닷가에 갔다가 쓰레기를 주운 기억이 되살아났나보다. 우리는 함께 웃었다. 그리고 나는 행사모락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주우라고.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고 다음사람을 위해 뒤처리를 깨끗이 하고 나온다면,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마치고 자신이 사용했던 깔판과 바가지를 닦아서 원위치에 잘 정리해 놓고 나온다면, 하룻밤 쉬었던 호텔에서 이부자리와 수건 등 자신이 사용했던 모두를 잘 정리해놓고 나온다면, 자신이 참석했던 행사장 바닥에 떨어진 휴지들을 주워가지고 나온다면 당신은 분명 아름다운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 반대의 사람일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아름다운 기억 속의사람과 그 반대의 사람이다. 예수님은 다윗을 향해 “내 마음에 합한 자” 라고 하셨고, 가룟유다를 향해서는 “그 사람은 차라리 나지 아니하였더면 제게 좋을 뻔하였느니라.” 하셨다. 우리 모두는 항상 그 두 부류의 사람들과 함께 한 생애를 살아가고 있다. 내가 이 땅에서의 삶을 마치고 세상을 떠났을 때 배후자를 비롯한 자녀 그리고 일가친척들이, 내가 시무했던 교회의 성도들이, 내가 소속했던 단체나 기관의 사람들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지를 상상해 본다. 아름다운 사람과 그 반대의 사람. 떠나고 난 빈자리가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어 고민하던 쓰레기를 치운 것 같아 홀가분해 할까? 아니면 그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 허전하고 생각만 하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그런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산과 들이 온통 꽃으로 만발하여 어디를 가도 정원처럼 아름답다. 아름다운 강산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머물렀던 자리를 아름답게 하므로 아름다운 강산을 지켜 우리의 후손들이 더 아름다운 강산에서 아름답게 살았으면 참 좋겠다. 주여! 나로 하여금 머물렀던 자리를 아름답게 하므로 최후의 순간까지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게 하옵소서.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