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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8.06.04 16:12
  • 호수 1210

[월요일 아침에] 가고픈 어머니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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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애 읍내동 거주

우리 어머니는 함경남도 안변군 신고산면 탄부리 출신이다. 22살이 되던 해 고향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당진 출신인 남편을 따라 시댁에 인사드리러 가는 길에 전쟁이 났다. 목숨을 다해 도망치는 사람들 틈에서 어머니도 아버지 손을 붙잡고 당진까지 내려왔다가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어머니는 한평생 꿈에 그리던 고향을 가지 못하시고 지난 3월 30일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그리고 얼마 뒤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통일이 될 수 있을까, 엄마의 고향에 우리는 가 볼 수 있을까? 남북 정상이 만나 뜨거운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본 우리 6남매는 더더욱 어머니가 그리웠다.

엄마는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이북에 두고 온 언니의 이름 ‘박옥례’를 또렷이 기억했다. ‘박옥순’이라는 우리 엄마의 이름처럼, 두 자매는 얼굴도 닮았겠지.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언니와 형부, 조카들과 살았던 엄마는 고향 지명과 가족의 이름, 그리고 1.4 후퇴 때 철교를 건너 고향을 떠나오던 날을 또렷이 기억했다.

고향 얘길 잘 꺼내지 않으시던 어머니는 언젠가 철원 망향의 동산에서 북한 땅을 바라보며 목 놓아 우셨다. 어머니는 이제 천국에서 언니도 만나고, 꿈에 그리던 고향도 다니시려나. 그리운 어머니에게 살아생전 미처 드리지 못했던 편지 한 통을 보낸다.

<본지 제1006호 ‘죽어서도 잊지 못해. 내 고향, 우리 언니’ 기사 참조>

 

그리운 어머니께

어머니 안녕하세요. 하늘나라에서 아버지는 만나셨는지요? 이곳에서 우리 6남매는 매일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지내고 있어요.

얼마 전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어요. 어머니가 그리도 가보고 싶어 하던 고향, 함경남도 땅을 곧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매일매일 고향을 그리워하며 73년을 눈물로 보내셨는데….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 통일이 되면 어머니 손잡고 외갓집에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지금은 어머니가 안계시네요.

그 언젠가 철원 망향의 동산에서 북한 땅을 바라보며 “언니야, 언니야, 어디에 있느냐”며 통곡하시던 어머니 모습은 지금도 저의 머릿속에 살아 계세요. 그러나 이제 어머니는 하늘나라로 떠나셨네요. 보고 싶은 어머니, 오늘도 몇 번이고 불러봅니다.

어머니! 하우스 안에는 어머니가 심어 놓으신 상추, 양파, 완두콩이 잘 자라고 있어요. 어머니 많이 보고 싶어요.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함경남도 어머니 친정집에 가서 어머니께 고향 소식을 전해드릴게요. 어머니 하늘나라에서 아버지도 만나고, 언니도 만나셔서 좋은 시간 보내셔요.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딸 정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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