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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읍 기지시리 정행화 씨
20대, 꽃처럼 예뻤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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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그동안 정리해 놓은 앨범을 꺼내 사진을 찾아봤다. 사진 속에는 10대, 20대, 30대의 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더라. 확실히 20대 때가 가장 예뻤던 거 같다. 부산 출신의 내가 당진을 찾은 지 벌써 22년이 됐다. 결혼 후 부산에서 살다가, 남편의 고향인 당진을 오게 됐다. 이제는 부산보다 당진이 더 편하고, 고향 같다고 느껴진다.

첫 번째 사진은 6~7살 때 집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을 찍은 아버지는 가전제품에 관심이 많으셨다. 부서진 TV, 고장 난 라디오, 못 쓰는 시계와 카메라 등을 얻어와, 고치곤 했다.
 

두 번째 사진은 15~16살 때다. 사진의 배경은 집이다. 나는 집에선 말수도 없고 조용한 딸이었다. 하지만 밖에서는 잘 놀고 이야기도 잘했다. 그래서 주로 밖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다. 사람을 좋아한 나는 직장을 다닐 때도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다 막차를 타고 귀가하곤 했다. 학창시절의 추억이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고등학교 때부터 나를 잘 따르던 여자 후배에게 내가 성인이 되고 부산의 자갈치시장에서 밥을 사줬던 기억이다.

세 번째 사진은 21살 쯤 부산에 위치한 용두산 공원에서 찍은 사진이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병원에서 근무했다. 아침 8시30분에 출근해 오후 5시30분에 퇴근했다. 퇴근하면 동료들이랑 용두산 공원에서 놀곤 했다. 그렇게 놀다가 집에 오면 밤 12시였다. 직장에서 집까지 1시간이 걸렸는데도 노는 게 좋아 늦게까지 수다를 떨다가 들어가곤 했다.

네 번째 사진은 제주도 신혼여행가서 찍은 사진이다.
당시엔 택시기사가 가이드 역할 뿐 아니라 사진작가의 역할도 해줬다. 심지어 우리를 안내 해준 택시기사는 의상 점검까지 해주는 센스 있는 기사였다.
나는 20대 초반에 남편(신철석)을 만났다. 당진 출신의 남편은 부산 해양대에 다니고 있었다. 남편과 5년 간 연애하면서도 데이트 횟수는 많지 않다.
나는 데이트 후 남편과 헤어지기 싫어 결혼을 서둘렀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배 타는 사람은 바람을 많이 핀다는(?) 설이 있어서다. 그래서 남편은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배를 타지 않고, 선박회사에 취직했다. 결혼 후, 엄마는 내가 연애할 때,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하셨다. 귀가시간이 늦어진다 싶으면, 아버지는 내가 아닌 엄마에게 행화는 집에 언제 오냐며 괴롭히셨단다.

마지막 사진은 이번 달까지 다원갤러리에서 열리는 상록묵향회 회원 전인 ‘묵의향연’에 출품한 작품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이 작품은 <이신양성>이라는 작품이다. ‘병환은 좀 나았다고 여기는데서 더해지고 재화는 교만하고 방자한데서 생긴다. 마음을 깨끗이 하고 욕심을 적게하며 정신을 기쁘게 가지고 천성을 잘 기르며, 상쾌한 일을 잘 인내하고 괴팍한 일을 부끄러워하라’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얼마 전 기쁜 소식도 있었다. 제37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에서 입선하고 충남서예대전에서 특선하는 영광을 안았다. 너무 기뻤고 서예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초등학생 때 서예를 처음 접했다. 당시 선생님의 칭찬이 나이를 먹고서도 다시 붓을 잡게 했다. 남편의 고향인 당진에 와서 아이 둘을 낳아 기르며 취미생활로 시작한 것이 붓글씨다. 수십 년 간 서예를 써 온 나는 예전엔 두 달에 한 번 꼴로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는 등 재미있게, 열심히 붓을 들었다. 지금도 매주 월, 수, 금요일이면 서실을 방문해 붓글씨를 쓴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것이 서예인 것 같다.
한편 내 호는 ‘유당’이다. 넉넉한 집이라는 뜻이다. 처음으로 붓글씨를 배운 스승의 스승이 지어준 이름이다.
 

>>정행화 씨는
·1964년 부산 출신
·(사)한국학원총연합회
·대한민국서예휘호대회
·한일인테리어전 서예부문
·(사)대한주부클럽연합회 신사임당전
·대한민국서예술인협회·동양서화문화교류협회 초대작가
·제37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입선, 충남서예대전 특선
·전 당진문인화연구회 회장
·상록묵향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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