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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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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읍 기지시리 길이용원 전관수 대표
이용경력 50년…기지시리 터줏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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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도 허투루 하지 않는 섬세한 손길
오랜 단골손님들 발길 꾸준히 이어져

 

기지시리 차부 맞은편 골목길에 위치한 길이용원은 오랫동안 지역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듯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래된 의자와 가구·집기들이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익숙한 미용실과는 달리 낡고 소박하지만 손님들의 머리와 수염을 깔끔하게 정돈해주는 전관수(67) 대표의 손길처럼 정갈하게 정돈돼 있다.

15살에 상경해 이용기술 배워

한국전쟁 후 태어난 대부분의 세대가 그러하듯 전관수 대표 역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송악읍 전대리가 고향인 그는 농사일을 하던 부모님 품을 떠나 15살 어린 나이에 상경해 이용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은 주로 방직공장에서 일하거나 양복을 만드는 재단사로 일했다. 전 대표 역시 동대문에서 시작해 을지로, 청계천 등 한국 근현대사의 중심이 된 종로 일대에서 주로 일을 했다. 10여 년 간 서울에서 일하던 그는 다시 고향 당진으로 내려와 기지시리에서 길이용원을 시작했고 어느덧 28년의 세월이 흘렀다.

전 대표는 ”힘들었던 시절, 먹고 살려면 기술이라도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서울로 올라가 이용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일을 배우면서 실수도 하고 힘들었지만 배운 게 천직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일할 수 있음에 감사”

시대가 변하면서 기계화가 이뤄지고, 많은 것들이 기성화되면서 맞춤양복점이나 방직공장 등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하지만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이용기술은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다. 때문에 전관수 대표는 아직도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해가 길어지는 하절기엔 새벽 5시30분이면 가게 문을 열고, 일 년 내내 밤 8시에 일과를 마무리하지만 여전히 힘들다는 생각보다 일을 하는 게 즐겁단다.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이미 사회에서 은퇴했죠. 하지만 60대면 아직 한창인 나이인데 아깝잖아요. 가게에 나와 일하면서 손님들과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이발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잘 가요. 시력이 성하고 손에 무리가 없는 이상,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일하고 싶습니다.”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가 가장 한가로운 때라지만, 길이용원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50년이 넘은 경력으로 이제는 손님들의 두상과 머릿결만 봐도 스타일이 척척이다. 게다가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자리 잡아 온 덕에 단골손님들이 대부분이다. 기지시리는 물론이고 신평과 당진에서도 일부러 길이용원을 찾는 손님들도 다수다. 때문에 여러 미용실이 생기며 이미용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크게 어려움은 없다고.

대통령 표창까지…이용봉사도 열심

오랜 경력 덕분에 전관수 대표의 각종 수상경력 또한 자랑할 만하다. 빛바랜 이용사면허증 옆으로 여러 이용기능대회에서 수상한 상장과 상패가 빛나고 있고,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전 대표는 독거노인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무료 이발봉사를 수년 동안 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당진시장 표창을 받기도 했으며, 평택당진항 매립지 관할권 분쟁으로 투쟁이 한창이던 2015년 당시 궐기대회 중 진행된 삭발식에서 이재광 전 당진시의회 의장의 머리를 직접 깎기도 했다.

한편 미용실에서 남성들의 이발까지 담당하면서 이용원을 이용하는 인구는 물론 후배 미용사들도 줄고 있어 안타깝다는 전 대표는 “이용원을 운영하는 사람들 대부분 60대 이상”이라며 “이용사들이 점점 고령화 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용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아무리 손님이 밀리고 바빠도 대충 하고 손님들을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소신으로 지금껏 일했습니다. 그러한 제 마음을 알아주시고, 이발 후 만족해하며 꾸준히 길이용원을 찾아주시는 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한 사람의 머리를 손질하더라도 꼼꼼하게, 손님들이 만족할 수 있게 성실히 일하겠습니다.”

■위치: 송악읍 반촌로 87-1
■전화: 355-7838
■가격: 조발 1만2000원, 면도 1만원, 세발 8000원, 드라이 5000원, 중·고등학생 1만원, 소아조발 8000원, 염색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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