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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이용호 바오로 솔뫼성지 전담신부
그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자아를 찾기 위해 떠난 순례길
“가톨릭 복합예술공간 조성 위해 노력”
김예나l승인2018.07.06 10:23l(12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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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나 홀로 편히 잘 수 있는 방이 있다는 것에 늘 웃음이 절로 나고, 내가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가까이 있어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그리고 성지에서 매일 기도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것도 좋고, 산책을 하면서 묵주기도를 하는 것도 좋고, 청소하는 것도 좋고, 모든 것을 예전보다는 더 긍정적으로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 이용호 바오로 신부 저서
   <나는 가야만 한다> 중

두 발로 걷는 것에 매료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탄생한 솔뫼성지에서 전담신부를 맡고 있는 이용호 바오로 신부는 2011년과 2015년 두 차례 산티아고 길을 다녀왔다.

바오로 신부는 책을 통해 산티아고 길을 접하고, 두 발로 걷는 것에 매료돼 산티아고로 향했다. 두 차례나 산티아고 길을 순례한 바오로 신부는 이 길은 곧 자신을 성찰하는 ‘보수의 길’이며, ‘회개의 길’이라고 표현했다.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희망의 길’이라고도 말했다.

바오로 신부는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혼자만의 원칙을 정했다. 한 달 간 800km의 길을  침묵 속에서 걷는 것이었다. 또한 길을 가다 만난 성당에서 기도하고 미사를 드리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바오로 신부는 “세상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길을 걷기로 했다”고 말했다.

“걸어온 길도 돌아보니 아름답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모습처럼 바오로 신부 또한 그랬다. 그래서 바오로 신부가 궁극적으로 산티아고 길을 간 이유도 자신을 찾기 위해서다. 처음 산티아고 길을 걸었을 때 바오로 신부는 다시 이 길을 걷겠노라고 약속했고, 4년 후 그 약속을 지켰다. 바오로 신부는 “처음 산티아고 길을 걸을 땐 ‘이곳에 왜 왔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하지만 계속 걷다보니 아픔에서 벗어났고, 아픔에서 벗어나다보니 걷는 길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엔 800km를 한 달 동안 걸을 수 있을지 걱정됐어요. 걸으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즐겁기도 했어요. 어느 순간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내 인생길을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의 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주더라고요.”

“보다 가치 있게, 보다 행복하게”

바오로 신부는 800km를 걸어 드디어 산티아고 길 목적지에 도착했다. 당시 성취감과 동시에 후련함을 느꼈다고. 하지만 앞으로의 인생길을 어떻게 걸어야 하나 고민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바오로 신부는 보다 가치 있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많이 했단다.
많은 이들이 바오로 신부에게 산티아고 길에 다녀와서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이때마다 바오로 신부의 대답은 늘 같다. 실실 웃는 버릇이 생겼다는 것이다. 바오로 신부는 “산티아고 길을 순례하면서 노숙생활을 자주 했다”며 “내가 누울 침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순례여정을 담은 책 출간

바오로 신부는 지난 2016년 에세이 <나는 가야만 한다 -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를 출간했다. 책 제목은 바오로 신부가 사제서품을 받으면서 삶의 모토로 정한 성경구절이기도 하다. 책에는 그가 30일 동안 순례길을 걸으면서 느꼈던 이야기가 담겼다. 바오로 신부는 “두 번의 산티아고 순례가 내 영적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고 값진 순례가 되었듯이,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베들레헴 ‘솔뫼성지’

솔뫼성지는 순례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순례객들은 솔뫼성지를 한국의 베들레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엇보다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한 뒤로 전국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솔뫼성지 일원이 내포천주교순례길로 지정되기도 했다. 순례객들을 위해 바오로 신부는 제초작업 등 성지 내외를 가꾸고 있다.

내포천주교순례길은 삽교호를 통해 천주교 신앙이 들어왔고, 합덕과 내포의 들판에서 신앙의 씨앗이 내려질 곳이다. 박해 때는 해미나 홍주로 끌려가는 압송로, 그리곤 순교자들을 성 밖으로 끌고 나가 물가에서 순교자들을 죽이는 순교의 길, 순교자의 시신을 찾은 교우들이 이를 옮기는 의장의 길 등이 있다. 이 모든 길들은 신앙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역사길이다. 바오로 신부는 “내포천주교순례길은 의미 있고 역사적인 길”이라며 “이 길은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게 자연스럽게 만든다”고 말했다.

기도하는 사람

한편 바오로 신부는 어릴 적부터 신부를 꿈꿔왔다. 천안 출신의 바오로 신부는 고등학생 시절 예비신학생 모임을 통해 신부가 되고자 준비해왔다. 이후 서울가톨릭대학에서 10년 간 신학생 생활을 해왔다. 1996년 1월 사제 서품을 받고 대전 도마동성당, 공주 중동성당에서 보좌신부생활 후 로마로 떠나 교회법을 배웠다. 이후 갈매못 성지에서 6년 간, 2007년엔 대전교구설정 60주년 사무국장을 맡은 후 2009년 솔뫼성지를 찾았다. 신부는 기도하는 사람이고, 타인을 사랑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바오로 신부는 현재가 인생의 최종목적지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 과정 중 솔뫼성지에서 해야 할 일이 더 있다면 솔뫼성지에 가톨릭 복합예술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바오로 신부는 “김대건 신부의 탄생 200주년 기념 행사가 뜻 깊은 사랑이 전해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산티아고는? 산티아고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성 야고보를 말하는 스페인어다.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중세시대부터 이곳을 향한 성지순례가 이어졌고, 이 도시는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로마 바티칸과 더불어 가톨릭 3대 성지 순례지가 됐다.

이용호 바오로 솔뫼성지 주임신부가 전하는 이야기는
당진시대 팟캐스트 ‘봉식이와 연숙이의 인생책방’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 어플 팟빵 → ‘당진시대’ 검색→ 봉식이와 연숙이의 인생책방)


김예나  yena0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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