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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8.07.06 11:18
  • 호수 1215

[문화칼럼] 공리적 문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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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수 순성미술관 관장

제레미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가 국가적 지도이념으로 보편화 되었던 시기가 세계적으로 흉터처럼 남아 있고 지금도 일부 상당한 국가에서는 상처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물론 정치적인 이유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국민에게 조용히 있을 것을 강요하는 국가도 상당수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란 가치가 대다수의 국가적 지도이념으로 쓰였던 양적 공리주의는 행복한 개인이 다수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며 자칫 전체주의로 왜곡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 사상이다. 효율만을 강조한 공리주의는 다수에 가려진 소수의 자유와 권리를 훼손시킬 수 있으며 전체(100%)를 만족시킬 수 없으니 최대 다수(약 몇%)만 만족시키자는 사상이다. 공리주의가 효율을 증대시킬지 모르나 정의롭지 못한 비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좋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는 공리주의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 롤스의 공리적 처벌이며 스튜어트 밀의 질적 공리주의다.

예를 들어 마이클 센달 교수의 <정의>란 책에서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관차가 상당한 속도로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왼쪽 철로에서는 두 명의 인부가 오른쪽 철로에서는 열 명이 넘는 인부가 작업하고 있을 때 기관사가 철로 변경 선에서 어떤 쪽으로 핸들을 꺾어야만 하느냐고 물어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왼쪽으로 꺾는 일에 이의를 걸지 않았다. 이것이 공리적 사고에 우리가 마비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그러한 사회적 사실에 익숙해져 있어 많은 것을 간과한 채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위 예에서 정의란 입장에서 생각할 때 두 명의 목숨과 열 명의 목숨을 어떤 가치로 비교할 수 있으며 약간 다른 비유로 물었을 때 대다수의 사람에게서 ‘아차’ 하는 표정을 만들었던 질문이 “그 두 명이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였다. 우리의 일반적인 의식을 지배하는 공리적 사고에서 우리는 대부분 당연히 다수에 속해있는 줄 알고 있다는 거다. 다수를 위해서 희생하는 또는 희생을 요구당하는 소수는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신문 속에나 있는 외계인인 줄 안다. 그렇지 않으면 소수의 혁명가에게 빨갱이라고 하거나 말이다.

모파상의 <비곗덩어리>란 책 속의 주인공 엘리자베스에게서도 비슷한 양적 공리주의를 찾을 수 있다.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 루앙, 이곳을 탈출하는 일행 중 창녀였던 엘리자베스에게 독일의 젊은 장교는 매춘을 요구하였고 대다수의 일행은 엘리자베스에게 동의를 강요하였으며 그렇게 해서 찾은 그들의 자유를 그들은 공리적 망각으로 소수의 희생을 기억하지 않았다.

열두 개의 젖을 가진 돼지가 열세마리의 새끼를 낳았을 때, 젖을 차지하지 못한 약한 돼지새끼를 우리는 어떻게 할까? 주인은 한 마리의 새끼에게 우유를 먹이거나 어미젖을 인위적으로 먹여서라도 살리려 할 것이다. 이렇듯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며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상이 질적 공리주의다.

이 주의는 대의제 정부체제도 소수에 대한 다수의 억압을 불러일으킬 위험을 가지고 있으며 전체주의에 이용되어서도 안 되고 다수결의 원칙으로 이해되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기초로 개인 하나 하나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상이다.

문화시설과 운영에서도 우리는 다수라는 이유를 들이대며 행위 주체가 인구 밀집지역인 동과 읍 중심으로 시행할 때,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공리적 익숙함에 길들여져 있다. 이외의 다양한 행정, 복지시설과 그 행위도 마찬가지로 면단위 적은 인구지역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행정의 결과는 인구 밀집 중심의 도시개발과 문화 지원이 이뤄지면서 면지역은 상대적으로 공동화되고 이에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위협 받고 있는 새로운 행정 및 문화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있음에 새로운 당진을 맞이하는 시민사회의 공리적 처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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