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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종인 당진수필문학회장
운명의 농촌사랑

당진시대l승인2018.07.27 21:41l(12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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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 흙을 가까이 해야 건강하게 산다는 신념 하나를 붙들고 농촌을 지킨다. 촌부의 아들로 태어나고 만 17세가 되던 해 농협에 몸담았다. 9년이라는 서기생활은 퇴근시간이 따로 없었다. 내근과 출장, 당직, 야근, 휴일 반납이라는 익숙한 단어에 매몰되어 오히려 집에 우두커니 있으면 불안했던 시절을 보냈다.

지금의 주5일 근무제와 비교하면 노동의 지옥을 산 것인데 그런 환경 속에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아 상무로 승진하는 초시(初試)에 거뜬히 합격했다. 의기충천해서 무서울 것이 없던 만 29세에 S농협의 전무로 부임했다. 지역농협육성책으로 시군농협 직원을 선발해서 파견했던 첫 번째 케이스였다. 앞으로는 회원농협이 농협조직의 최 일선에서 중심이 될 것이라는 소신이 응모하게 된 동기였다. 초창기 지역농협의 운영체계를 갖추는데 기여했고 취임 2년차 종합업적평가에서 전국 1400여 농협 중 2위를 차지하는 등 보람도 컸다.

우수상으로 주어지는 승진, 승급, 교육기회 부여 등 포상은 모두 직원들에게 부여했다. 농민조합원과의 최 일선 접점에서 지역 특산물인 쪽파를 공동수집, 운반하여 서울에 직원 상주사무실을 두고 판매활동을 펼쳤던 일들이 주마등같다.

이후 40대에 들어 농협직원으로서 영농을 해 보지 않고서는 진정한 농업인의 애로를 느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소득 작목을 가꿔서 주변의 다른 농민이 따라하는 시범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고향에 남겨놓았던 소나무 밭을 개간하기에 이르렀다. 사과를 심고 주말마다 일을 해 보았지만 기술부족, 경험부족, 노동력 부족으로 결국엔 폐원에 이르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퇴직 후를 생각해서 어떤 작목을 선택해야 할지를 연구한 끝에 옻나무, 헛개나무 등을 재배 했지만 소득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월급쟁이는 한 우물만 파야한다는 교훈과 함께 농사가 어려우니 만치 농업인에 대한 경외심이 절로 느껴졌다.

농업과 농촌문제는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농촌인력의 고령화에 따라 앞으로의 복지가 어떤 방향이 되어야 할지를 공부했다.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이수하면서 ‘농촌공간의 생산복지적 활용방안’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다. 최근 농촌학교가 폐교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농촌이 공동화 돼 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모교 초등학교의 올해 입학생이 23명이란다. 워낙은 농촌에 젊은 사람 구경이 어렵고 간혹 다문화 가족이 보일 뿐이니 그럴 밖에…. 비워지는 교실을 요양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많은 돈을 들여서 새로 짓기 보다는 약간의 보수로 요양원을 병설하면 좋겠다. 요양보험이 지원하고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모델을 도입하면 노소가 한 곳에서 어울려지면서 농협이 제일을 하는 결과가 된다.

직장을 명예 퇴직할 무렵 거처를 고향으로 한다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어느 선배와 같이 본인의 생각일 뿐 부인이 따라와 주지 않아 귀농에 실패했다는 얘기는 나와는 무관한 얘기였다. 고맙게도 아내는 순순히 따라와 줬고 블랙초코베리(일명 아로니아)를 심어 한창 수확하고 있다. 이제는 아내 혼자서도 밭에 나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마움을 느낀다. 친환경으로 재배해서 도시의 손자녀들에게 보내주는 마음과 그들이 농촌을 고향삼아 나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농도불이(農都不二)의 전형이라는 보람을 느낀다.

오늘날 농업과 농촌은 희망이 없다고들 하지만 지난해 농수산대학 졸업생의 일부는 억대의 소득을 올린다니 농업이 희망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청년실업을 해결하고 생명산업으로서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 조기대선이 치러지는 정유년 5월을 기대한다.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추진하는 농가당 소득 5000만 원 목표를 달성하고 농촌공간을 생산적 복지의 현장으로 가꾸기 위해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는 유능한 농림장관이 탄생하면 좋겠다.

농촌에서 태어나 농업학교를 나와 농협에 몸담은 후 농촌으로 복귀한 것은 나의 운명이다. 흙과 가까이 하면 건강에 유익하다.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이 즐겁다. 농촌이 복지의 아가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농촌을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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