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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00.02.28 00:00
  • 수정 2017.08.09 10:31
  • 호수 311

당진환경운동연합 장덕기 공동대표가 추천하는 <지상에 숟가락 하나>
시대의 비극은 무의식속에 잠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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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숟가락 하나 - 섬세한 필치로 동심 자극하는 현기영의 자전적 소설

장 덕 기(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시대의 비극은 무의식속에 잠수하고 작가는 다시 천진난만한 어린이로 돌아갔다”
작가 현기영은 나이 60이 넘은 소설가다. 나이들어 성장기를 회상해서 소설로 엮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가 태어나고 어린시절을 보낸 곳은 제주도다. 일제 식민지하에서 해방되었으나 말이 해방이지 민중의 삶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더욱이 좌우대립으로 민중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진다. 4.3봉기가 일어나던 해 육지에서 파견된 경찰과 폭력집단이나 다름없는 서청이 자행한 무자비한 탄압이 마침내 “앉아서 죽느니 일어서서 싸우자”라는 절망적 항쟁으로 이어진다. 군대까지 가세하면서 도시지역을 제외한 산간부락이 잇따라 불길에 휩싸이고 처참한 대학살극이 벌어졌다.

작가는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에서 화광이 충천하여 하늘에 닿고 인간과 가축이 떼죽음을 당해 비명소리가 하늘을 찔렀건만 하늘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심한 표정이라고 한탄한다.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간이 저지른 일이기에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잔악무도하다는 표현이 너무 빈약할 정도로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수 없는 짓을 인간이 인간을 향해 저질렀던 것이다.

작가는 엄청난 비극적 상황을 직접 보고 들으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가까운 친인척 중에는 일부는 좌익이고 일부는 우익으로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정확한 판단은 어른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사실 어른들은 그 비극에 대해 수십년 동안 쉬쉬하며 살았다. 4.3사건은 아직도 진실규명이 미흡하다. 이제 노인이 다 되어 그때를 회상하는 것은 참으로 슬픔일 것이다.

제주도가 당시 아무리 비극의 땅이었다 하더라도 작가에겐 성장의 요람이었다. 어린이는 모든 것을 쉽게 잊는다. 비극적 상황이 무의식으로 잠수하고 다시 천진난만한 어린이로 돌아갔다. 개울가에서 물장구치고 철없이 잠자리를 잡아 날개를 뜯거나 개구리를 잡아 다리를 부러뜨리기도 한다. 바다에서는 파도에 몸을 싣고 함께 둥실 떠오른다. 항상 즐거운 놀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쁠 때는 강아지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것이 농촌이다. 여느 농촌아이처럼 죽도록 싫지만 부모님을 도와야 했다.

어느 평론가는 작가 현기영의 성장기가 매우 풍요롭고 아름답다고 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작가적 재능이 뛰어나기에 성장기를 잘 묘사했을 뿐이다. 누구나 어린시절은 더없이 맑고 아름답다. 사춘기를 넘기며 순수함은 사라져가고 때가 묻어간다. 누구나 모태로의 귀향을 꿈꾸는 것은 성장기가 풍요롭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아주 섬세한 필치로 동심을 자극하는 현기영의 자전적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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