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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은퇴 후 귀촌한 최종소·김경희 부부(순성면 성북리)
노년에 찾은 축복의 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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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교직생활 은퇴 후 우연히 알게 된 당진
아미산 자락 아름다운 마을 풍경·인심 좋은 이웃들

아미산 기슭을 넘어 불어오는 맑은 바람, 투명한 햇살, 일렁거리는 들녘….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큰 창 너머로 보이는 모든 순간이 감사할 따름이다. 전국 곳곳을 다녔지만 지금, 여기 당진이 가장 좋단다. 

 

“성북리가 가장 좋더라”
전라북도 익산 출신의 최종소·김경희 씨 부부는 지난 2014년 10월 당진에 터를 잡았다. 연고도 없고, 전혀 생각치도 않은 동네였다. 아내 김경희 씨와 곧잘 다니곤 했던 최종소 씨는 면천은행나무도 보고, 면천에서 유명하다는 콩국수집에 가기 위해 당진을 찾았다. 칼국수집 옆에 있는 면천초등학교 교정이 너무나 아늑하게 다가왔다. 면천양조장에 들러 막걸리도 한 사발 얻어마셨다. 

은퇴 후 터를 잡고 살 자리를 고민하던 부부는 서산 구석구석을 살피다 우연히 당진이라는 곳을 알게 됐고, 큰 길에서도 꽤 들어가야 나오는 아미산 자락에 위치한 집을 한 채 발견했다. 순성면 성북리, 참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남편 최종소 씨는 미술교사, 아내 김경희 씨는 가정교사 출신으로 30년 넘게 교편을 잡았다. 최 씨는 교사로 근무하면서 중간 중간 수능시험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들어가 관리를 담당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돼선 안 되기에 반 감금, 초긴장 상태로 두 달 정도 외부와의 접촉을 두절한 채 수능시험 출제 관련 일에 몰두하고 나오면 심신이 지쳤다. 일이 끝나면 일부러 전라도, 경기도, 강원도 등 속세(?)와 멀리 떨어진 시골 학교를 찾아다니며 근무했다. 

“다행히 아내와도뜻이 맞아 방방곡곡 열심히 돌아다니며 살았어요. 그렇게 살다보니 복을 받았나, 다녀본 곳 중에 여기가 가장 좋더라고요. 은퇴 후 아름답고 한적한 마을에서 살고 싶었는데 정말 좋아요.” 

 

당진을 그리다
최종소 씨는 요즘 전공을 살려 당진 곳곳의 동네 풍경과 이웃들의 얼굴을 그리며 지낸다. 하나하나 아름답지 않은 장면이 없다. 두어 시간 그림에 푹 빠져 있는 시간, 김경희 씨는 순성농협에서 진행하는 실버요가 등 여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밖에 작은 텃밭을 가꾸거나 색소폰을 배워 연주하는 등 청춘의 시절 못지않게 즐거운 노년의 삶을 만끽하고 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외롭거나 무료하지 않다. 

최근에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해 부부가 나란히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김경희 씨는 “서로의 노후를 위해 기본적인 의학과 위생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공부를 시작했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며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지 않더라도 노년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최종소 씨는 지역에서 그린 그림들을 모아 지난해 남원에서 전시도 열었다. 첫 교직생활을 시작한 남원에 갔다가 당시에 가르친 제자들을 만났다. 이 가운데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 근무하는 제자의 추천으로 전시까지 열게 된 것이다. 게다가 당진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는 것 이외에 지역의 미술계와 연결고리가 없던 그는 제자의 대학동기인 서양화가 이상옥 작가를 만나 지금은 학동인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내가 먼저 희열에 차 신바람 나서 그리면, 그림을 보는 사람도 그 에너지를 그대로 느끼는 것 같아요. 요즘 동네 곳곳의 풍경을 그리면서 얼마나 쾌감을 느끼는지 모릅니다. 이런 기쁨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당진을 소재로 그린 만큼, 언젠가 당진에서도 전시회를 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인심 좋은 이웃들 ‘축복’

부부가 이렇게 행복한 노년의 삶을 살 수 있는 건 좋은 이웃들을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심 좋은 동네 주민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을 가져다주는 등 함께 정을 나누며 살고 있다. 최종소 씨는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니 이웃들도 마음을 열고 맞이해줬다”며 “이렇게 좋은 마을에 살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정말 축복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향·학력·경력, 이런 게 뭐 그렇게 중요하겠어요. 앞으로 펼쳐질 삶에도 재미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을 텐데요. 어제 조차도 과거에 불과합니다. 그림 그리고 이웃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지금처럼 살고 싶어요. 당진에 오게 돼 너무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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