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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 당진시수화통역센터 임상빈·박유미 수어통역사
“듣지 못해도 함께 할 수 있어요”

농아인 자립 도우며 청인과 가교 역할
“농아인 다양한 직업군에서 일할 수 있길”
박경미l승인2018.10.21 13:17l(12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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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임상빈 수어통역사와 박유미 수어통역사

소리가 아닌 시각으로 소통한다. 들을 수는 없지만 함께할 수 있다. 농아인들을 위한 작은 움직임이 지역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수많은 행사가 지역에서 열리지만 장애인들을 위한 문은 좁았다. 특히 듣지 못하는 농아인들은 당진시의 정책과 사업에서 의도치 않게 배재돼 왔다. 사람들의 말을 들을 수 없는 건, 마치 글을 배우지 못해 소리가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까막눈’과 같은 것이었지만, 다수의 청인들은 알지 못했다. 농아인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당진시가 주최하는 행사, 그리고 당진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누군가가 함께 무대에 올라 현장의 목소리를 손짓으로 옮겼다. 작은 시도지만 농아인들과의 소통이 시작된 것이다.

시정질문에서 수화통역에 참여한 임상빈 수어통역사는 “당진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농아인도 시의원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발언을 하는지 궁금해 한다”며 “수어통역을 통해 농아인들의 알권리를 충족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한 박유미 수어통역사 역시 “당진시민들이 수어통역사가 수어통역하는 것을보고 지역에 청각장애인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을 것”이라며 “그동안 시민들이 잊고 있던 장애인들의 존재를 다시 인식시킬 수 있어서 의미가 깊다”고 전했다.

수어, 농아인 고유 언어
지난 7월 말 기준 당진시 등록 청각장애인은 1318명에 이른다. 당진시의 전체 등록 장애인 9887명 중 13%를 차지하는 수치다. 비장애인들의 수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수어를 가르치는 강좌도 생겨났다. 그러나 아직도 수어를 만국의 공통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임 수어통역사는 사람들이 수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을 바로잡고자 했다. 그는 “재작년에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됐다”며 “한국수화언어(한국수어)는 대한민국 농아인의 공용어로,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아인의 고유한 언어”라고 강조했다.

임 수어통역사는 “수어는 국어와 다르고 한국수어와 외국수어가 다르다”며 “대한민국의 비농아인인 사람들에게는 모국어가 한국어가 되고 제2외국어가 영어나 중국어, 일어인 것처럼 수어는 농아인의 모국어로서 농아인에게는 제2외국어가 한국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박 수어통역사는 “수어는 농아인이 사회와 소통하는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수어 역시 국어와 마찬가지로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하고 변화한다”며 “또 국어와는 다른 자체적인 언어 규칙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당진시수화통역센터 직원들의 모습

당진시수화통역센터 소속
임상빈 수어통역사는 1990년대 후반 한 장애인모임에서 농아인을 만나면서 수어통역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임 수어통역사는 “모임에 농아인이 왔는데 다들 이 농아인과 대화를 하지못했다”며 “그 농아인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수어통역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사회복지사 처우가 점차 개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수어통역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편 박 통역사는 2009년 홍성군수화통역센터에서 근무하며 수어통역사의 길에 들어섰으며 2015년 결혼을 하면서 당진을 찾았다.

현재 두 수어통역사는 (사)충남농아인협회 당진시지회 부설 당진시수화통역센터에서 청인통역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들은 센터에서 수어통역, 상담, 취업알선, 수어교육 등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그들은 농아인의 재활 및 자립과 농아인의 사회참여를 도우며, 농아인과 청인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20017년 기준으로 171명이 상담과 수화통역 등의 서비스를 330여 차례 이용했다. 하지만 수화통역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5명뿐으로, 업무 양 대비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박 수어통역사는 “우리는 수어통역이 우선 업무이기에 농아인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사업을 집중해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이 있다면 보다 나은 방향으로 사업을 꾸려 많은 농아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청인 중심 사회 변해야
한 기업에서 장애인을 채용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하지만 기업은 ‘말이 통하는’ 장애인을 찾았다. 소리를 듣고 말을 하는 장애인이 말이 통하는 장애인이란다. 소리를 듣고, 소리 내 말하는 것만이 의사소통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어떤 청각장애인은 청각장애가 사회적 장애라고 이야기한다. 청각장애로 인한 불편함을 보완해줄 서비스가 아직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당진시를 비롯해 대한민국은 단지 사회적인 시선에서만 청인 중심인 사회가 아니라 사회적인 제도면에서도 청인 중심의 사회다. 두 수어통역사는 청인 중심의 사회가 변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임 수어통역사는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에게 의사소통은 말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농아인들이 다양한 직업군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제가 행복하려면 가족이 행복해야 하고, 가족이 행복하려면 사회가 행복해야 해요.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임상빈 수어통역사)
“지역에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늘기를 바라요. 그러기 위해 저도 더 노력하고 스스로를 가꿔나가겠습니다.”(박유미 수어통역사)

■당진시수화통역센터 수어교육 안내
- 내용 : 초·중·고급 과정
- 대상 : 교육을 희망하는 농아인 및 건청인
- 시기 : 3월부터 11월까지 각 과정마다 3개월간 교육
- 신청방법 : 방문(서부로 139 2층, 당진2동 행복복지센터 2층),
                    팩스(355-3812, 이메일(dangsuhwa@hanmail.net) 접수
- 문의 : 355-4812, 영상전화 070-7947-0227, 5849
 

 


박경미  pkm94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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