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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8.10.21 13:21
  • 호수 1228

나기복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위원회 전 부위원장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위원회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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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시줄다리기의 역사는 약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지시리는 지형이 베틀모양으로 옥녀직금형국이라 한다. 그러기 때문에 윤삭이 드는 해에 온 마을 사람들이 극진한 정성으로 마을제사를 지내고 줄을 다려야 모든 재난을 물리치고 예방하여 태평하게 잘 살 수 있다고 전해져왔다.

처음에는 부녀자들이 베를 짜서 베·짚·칡넝쿨 등으로 새끼를 꼬아 소규모로 줄을 다린데서 시작되었다. 줄을 다리는 것은 마치를 베를 짜서 마전을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양쪽에서 다려서 마전하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음력 2월 초하루에 당제 용왕제를 드리고 제사에 쓰일 제주(祭酒)를 담그며, 실질적인 줄 꼬는 작업으로 들어간다. 줄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참나무로 만든 줄틀을 이용하여 주먹크기의 짚으로 이어 꼬아 완성되며, 줄 무게는 40t, 줄의 길이는 100m에 이르게 된다.

줄을 제작하는 시간과 인력만 해도 30여 명이 한달 간 만드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역사다. 뿐만 아니라 줄다리기를 하는 장소로 줄을 옮기고 당기는 사람도 수천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마을 지킴이는 오늘을 사는 우리가 다시 새겨볼 문화유산이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에 동네 어른들을 따라 기지시리에 가서 씨름구경도 하고, 난장구경도 하며, 줄을 당겨본 옛 추억이 있다. 세월이 흘러 1982년 육군장교로 전역한 후 향토예비군 당진읍대장으로 부임받으면서 기지시줄다리기에 몸담아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주민들을 소집하는 것이 원활하지 못해 예비군들을 동원해서 줄을 옮기고 당기기도 하였다.

1980년대에는 흥척동 공동묘지 부근에서 수천 명이 모여 줄나가기가 약 1000m를 이동하면서 단합과 단결, 협동과 단합심을 보이면서 시내를 통과할 때 지네형국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 당시는 난전과 난장을 허용해서 전국에서 수많은 투전꾼들이 모여 각종 노름을 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가교리 부근에 줄 제작장을 만들어 줄나가기에서 약 400m를 끌고 가기 때문에 편해지긴 했으나 옛날보다 재미와 흥미는 없어진 것이 아쉽다. 때문에 줄이 나갈 때마다 개량한복을 입고 앞에 서서 춤을 추면서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도 보여주었다. 또한 매년 큰줄 제작과 줄나기에는 부대병력 수십 명이 문화재 체험으로 참가해 힘을 실어 주었다.

1980년대에는 신호통신이 원만하지 못해 내가 부대에서 가져온 M1소총, CAR소총 공포탄과 훈련용 크렉카를 가지고 암숫줄을 하나로 결합한 용머리에 올라가 신호를 하였다. 1990년대에는 내가 직접 징을 가지고 용머리에 올라가 3번까지 징을 쳐 수상·수하가 “의여차! 의여차!” 함성을 지르며 줄을 당기기도 하였다. 1999년 서해대교 개통기념으로 서해대교 주탑아래서 평택시민, 당진군민이 모여서 의여차! 의여차! 소리를 지르며 줄을 당겼다. 2004년부터는 그동안 윤년에만 열었던 축제를 문화재청에서 매년 축제를 실시하라고 권고해 지금까지 매년 실시하고 있다. 2005년에는 세계 최초 줄다리기박물관이 지금의 자리에 우뚝 자리를 잡아 각종 세미나 및 행사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아드는 당진의 9대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2013년에는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목적으로 임진각에서 수천 명이 모여 “의여차!” 소리 치며 남북통일기원 기지시줄다리기를 하면서 북한동포들에게 통일을 기원했다. 2014년에는 우리 기지시줄다리가 대한민국 국민과 우리 당진시민과 400년 전통을 이어가는 기지시리 주민들의 소원이었던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뤄 내 생애 최고의 기쁨을 느꼈다.

이제 나이가 60대 후반에 접어드니 후배들에게 박수받을 때 물러나야 된다고 생각해 약 36년 간 몸담았던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위원회를 2018년 10월 12일자로 물러났다. 그간 애향심과 봉사정신으로 기지시줄다리기와 함께해 왔고 잘 살았다는 마음으로 축제위원회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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