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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18 11:4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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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하장사 등극한 박정석 선수(대호지면 조금리 출신)
천하장사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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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스트레스로 운동 포기할 뻔 했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나 샅바 메고 모래판 지켜
“당진, 고등부와 실업팀 창단 바라”

박정석(대호지면 조금리·32세) 씨는 고등학교 3년 내내 후보 선수로 벤치에 앉아있었다. 대회에 나갈 주전 선수가 없자 그제야 후보에서 주전이 됐지만 그는 선수로 인정받지 못했다. 실업팀에 있을 때는 스트레스로 극한의 상황까지 치닫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많은 시련에도 끈기로 모래판을 지켰고 끈기는 결국 그를 천하장사로 만들었다.

▲ 2018 씨름대축제 천하장사 결승전 경기 모습. 박정석 씨가 홍샅바를 매고 승부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 = 통합씨름협회

늦게 시작한 운동

대호지면 조금리에서 태어난 박정석 씨는 또래 학생들 보다 늦게 씨름에 입문했다. 체격이 크고 좋은 박 씨가 조금초등학교에 다닐 당시에도 씨름을 해보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그는 거절했다. 이후 중학생 때 줄넘기를 하던 그의 모습을 보고 교사로 있던 손계원 고대면 당진포3리 이장의 권유와 설득으로 중3때 씨름을 시작하게 됐다. 그때부터 오전에는 당진중 대호지분교에서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당진시내에 있던 씨름훈련장을 찾아 훈련했다. 아버지 박철순 씨와 함께 그 시절을 회상하며 박 씨는 “당진에는 뛰어난 씨름 인재들이 많다”며 “당진만큼 씨름의 역사가 깊은 지역이 없을 것”이라고 자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지역의 씨름 환경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선수들을 열심히 육성해도 고등학교 씨름부, 실업팀이 없으니 선수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밖에 없어요. 실력 좋은 선수들이 다른 시, 다른 팀의 마크를 달고 뛰는 현실이 안타깝죠. 고등부, 실업팀이 창단돼 지역의 선수들이 지역 대표로 뛸 수 있다면 당진의 씨름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시련만 찾아온 시절

그 역시 당진을 떠나 씨름부가 있던 태안고로 진학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3년 내내 그는 후보 선수였다. 씨름부 선수 16명 중 아무도 이기지 못했던 그는 후보 선수로 있다가 더 이상 경기에 나갈 주전 선수가 없는 상황이 오자 그제야 주전에 앉게 됐다. 남들보다 늦은 출발을 메꾸기 위해 악착같이 운동했지만 그에게 시련만 찾아왔다.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을 했어도 학교는 그를 선수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학교의 부당한 조치가 이어지자 그는 결국 6개월 만에 학교를 자퇴했다.

이때 그는 씨름 인생의 첫 스승을 만났다.운동에 대한 후회로 얼룩진 그의 손을 당시 경남대 씨름부 이승삼 감독이 잡았다. 박 씨는 이승삼 감독을 따라 경남대에 진학했고, 2007년부터 경남대 씨름부를 이끈 모제욱 감독 아래에서 다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박 씨는 “이승삼 전 감독과 모제욱 감독은 ‘박정석’이란 사람을 선수로 받아들여준 첫 스승이었다”며 “내게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당당히 나를 ‘내 새끼’라고 말해주는 분들이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충남 태안군청 실업팀에 들어갔지만 실업팀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운동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는 그를 극한의 상황까지 몰고 갔다. 박 씨는 “‘잘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지’라는 생각보다 ‘내가 어디까지 망가져야 운동을 그만둘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이때는 몸과 마음까지 모두 지쳤던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결국 스트레스로 간 수치가 높아지면서 운동선수 부적합 판정을 받아 선수 생활에 위기가 왔다. 아무도 그를 선수로 받아들여주지 않았던 때 그를 이끈 사람이 지금 구미시청의 김종화 감독이다.

▲ 결승전 경기에서 천하장사를 확정 지은 후 김정화 감독을 안은 박정석 씨 (사진제공 통합씨름협회)

천하장사 등극!

‘나를 믿고 가자’며 이끈 김종화 감독의 지도 아래 그는 다시 모래판에 들어섰다. 간 수치를 낮추고 몸을 만들기까지 2년이 걸렸다.

구미시청 실업팀 소속 3년차인 올해, 지난달 26일 경북 안동체육관에서 개최된 2018 천하장사 씨름대축제에서 박 씨가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천하장사 결승전에 올랐다. 백두장사 6회, 천하장사 1회에 빛나는 정경진 선수를 만났지만 첫 번째 판과 두 번째 판을 안다리로 승리해 2-0으로 점수를 벌렸다. 세번째 판에서 박 씨는 정 선수의 배지기에 당하며 주춤했다. 박 씨는 지난해 백두장사 결정전에서 정 선수에게 두 판을 따낸 뒤 내리 세 판을 내준 기억이 떠올랐다. 점수가 앞선 상황이었지만 지난 대회가 떠올랐던 그는 쫓기는 기분이 들었다고. 네번째 판에서 무조건 승부를 봐야 했다. 손에 땀을 쥐는 넷째 판이 시작되고, 박 씨는 정 선수의 거센 반격을 막아내며 접전을 펼쳤다. 결국 두 다리를 모래판에 붙이고 거세게 몰아붙이는 정선수를 막아낸 박 씨가 천하장사에 등극했다.

▲ 박정석 씨의 가족

“장사를 목표로 네 번의 도전 끝에 천하장사 꽃가마를 탔습니다. 감독님과 부모님, 아내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겁니다. 이제는 새로운 꿈을 꿉니다. 노력해서 모든 장사 타이틀을 획득하고 싶습니다.”

>> 박정석 선수는
· 1987년 2월 26일 대호지면 조금리 출생
· 조금초, 당진중학교 대호지분교, 태안고등학교, 경남대학교 졸업
· 2010 태안군청 실업팀 입단
· 2016 구미시청 실업팀 입단
· 2011 보은장사씨름대회, 2014 단오장사씨름대회, 2017 추석장사씨름대회 백두 1품(준우승)
· 2011년 제12회 증평인삼배전국장사씨름대회 통일장사
· 2017년 제71회 전국 선수권장사씨름대회 선수권부 우승
· 2018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천하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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