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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
  • 입력 2018.12.29 12:40
  • 호수 1238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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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학생문학상 금상 수상…“원동력 얻어”
시 통해 위로 받고, 또 위로 하고 싶어

▲ 호서고등학교 1학년 박세현 학생

속 깊이 자리 앉은 마음 속 감정은 사람을 휘두르곤 한다.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끝없는 우울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 감정이다. 호서고 1학년 박세현 학생도 그랬다. 우울하지만 학교에는 친구가, 집에는 가족이 있어 늘 감정은 꼭꼭 가둬야만 했다. 그는 “항상 친구와 가족 앞에서는 웃고 있지만 사실은 종종 우울할 때가 있다”며 “우울이라는 감정을 혼자서 지우고 싶어 시 <탈수금지>를 썼다”고 말했다.

박세현 학생은 자신의 감정을 소재로 한 <탈수금지>를 완성하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저 깊은 곳에서 우울함을 끌어 올리고, 이를 단어로 다듬어 내려가며 시를 만들었다. 그는 “이 시는 표현이 많은 시”라며 “감정을 시로 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충남학생문학상 금상 수상

박세현 학생이 충남도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제2회 충남학생문학상 ‘금상’을 수상했다. <탈수금지>와 <호흡의 차이>, <봉사시간>을 선보인 박세현 학생의 작품은 충남학생문학상 작품집에 수록됐다. 심사위원인 류지남 시인은 그의 시를 보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힘이 있다”며 “젖은 자신의 마음을 들어 올릴 줄 아는 마음이 더욱 성장해나가길 빈다”는 심사평을 남기기도 했다. 평소 좋아했던 류지남 시인과 시를 통해 만나 더욱더 기쁨이 컸다고. 상을 수상한 박세현 학생은 “시를 쓰곤 했지만 자신감이 없기도 했고, 혼자만 만족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번 수상을 통해 자신감과 글쓰기에 대한 원동력도 얻었다”고 말했다.

수첩에 적어 놓은 소재들

그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였다. 글 쓰는 것이 좋아 교내 글쓰기 대회에 종종 나가 상을 타기도 했던 세현 학생은 일상에서 소재를 찾으면 수첩에 적어 놓고 이후에 글로 쓰곤 한단다. 시 <봉사시간>도 봉사를 다녀 온 뒤 적어 둔 느낀점을 시로 표현했다. 이 시는 봉사를 통해 만난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낸 시다. <봉사시간>에는 “아이들에겐 거인 같은 나를 지우고/ 조물조물 찰흙인형 하나 세워주었다/ 이제 작은 찰흙인형에게/ 아이들의 작은 것들이 충분하게 채워졌을까/ 나는 거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세현 학생은 “아이들에게 제대로 못해준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로 위로 받고 위로 주고 싶어

세현 학생은 시를 쓰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시에 담기도 했다. 시 <호흡의 차이>에서는 ‘네가 위로 올라가고 싶으면/ 뜨거운 호흡을 채우면 되고/ 잠깐 쉬어가고 싶으면/ 깊은 한숨을 채우면 돼/ 네가 지금 어디 있든/ 누가 뭐라든 간에 너는 너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표현이 있다. 그는 “무엇을 하든 똑같은 나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다”며 “또 이 말을 다른 사람에게도 해주고 싶어 시를 썼다”고 말했다. 마지막 표현인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말이 딱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 것이다.

“계속해 글 쓰고 싶어”

한편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세현 학생은 요즘 친구들과 UCC 영상 촬영에 관심을 갖고 있다. 당진시여성단체협의회가 주관한 UCC 공모전에도 작품을 출품해 시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그림과 글, 기획하는 친구들로 구성된 모임을 정기 동아리로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는 소설 등 산문을 써 보고 싶다”고 말했다.

 

>> 박세현 학생의 시

탈수금지

감정이라는 따뜻한 물에
푹 적셔 부푼 옷감

눅눅해진 옷깃을 이끌고
뜨개질 하듯 한 땀 한 땀
노를 저어 도착한 곳

빨래판에 박박 밀며
비누의 감정을 훔쳐보려
찰박찰박 거품을 터뜨려본다.

그럴수록 얄밉게 튀어 올라
짱알 짱알 내 눈 속을 헤집고 다니는 거품들

결국 희멀건 물만 남아
이제 젖을 곳도 없는 옷길을 끌어당겨
척척하게 누웠다.

위를 올려다보니
구름이 솜사탕처럼 꽂혀 있는 하늘과
속삭이는 물살이 곱게 버무려져
살랑이며 나를 간지럽힌다.

들어가면 목욕탕처럼 누긋하고,
나오면 새벽 공기처럼 시린 세상에서
항상 비누의 감정이 중요했던 나에게
나를 지워서
내 감정이 말라가는 것을 금지하겠다.
탈수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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