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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9.01.10 18:16
  • 호수 1238

[칼럼] 김회영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 관장
정지된 시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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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우연히 마주친 이후, 가슴앓이의 짝사랑이 내 사랑이 된 면천.
올망졸망 헝클어진 작은 돌담길 사이로 정지된 시간이 멈춰서 있다.
마치 마법이라도 걸린 듯, 백마 탄 왕자님의 멋진 입맞춤을 기다리 듯, 그렇게 세월에 흔적 그대로 담고 있는 이 곳, 면천읍성과 마을이다.
이 마을에 닻을 내리고 작은 미술관 문을 연 지 1년, 그 1년을 회상하며 지긋 이 눈을 감고 숨고르기를 해 본다.

정지된 시계에 태엽을 감고 이제 막 출발한 초침과 분침이 몇 배의 위력으로 달리고 있다.
도시의 문명에 눌리어 지친 심신이 나니아 연대기에 한 페이지처럼 면천을 한 바퀴 돌아 자유롭고 편안한 전의를 느낀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꼭 필요한 퀘렌시아(안식처)가 면천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1년 동안 면천을 다녀간 많은 분들이 한결같이 쏟아내는 첫마디로 “지금 난 정지된 시간 속에 와있는 것 같아”라는 무한에 표현은 가슴 설레는 청혼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가까이에 살고 계신 분들은 그 편안함에 이곳이 때론 지루하고 지쳐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잠시 면천의 역사를 간단히 돌아보자,

고려시대 복지겸의 역사 스토리가 존재하고, 군자정(옛 연당)엔 고려시대의 돌다리가 고스란히 세월에 숨을 쉬고, 천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그 위상를 드러내며 면천을 지켜본다.
충청도를 통틀어 다섯 개의 주로 나누워져 있다. 다섯 개의 주 (청주, 충주, 공주, 홍주(홍성), 면주)로 되어 있었고, 주중 하나인 면주가  바로 지금의 면천을 말한다.

얼마나 큰 도시였음을 짐작케 하는 고증이다. 면천군수를 지낸 박지원의 ‘건곤일초정’.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가장 크고 아름다운 연꽃을 품고 있는 골정지가 있고, 그 뒤편엔 단아한 자태를 보이는 면천향교가 있으며 130년의 나이를 간직한 면천교회도, 아름다운 남문과 서벽의 면천읍성도, 요기조기 좁다란 골목과 돌담길은 얼마나 아름다운 문화예술인가!
당진의 문화컨텐츠로서 만들고 알리기엔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며칠 전 한통에 편지를 받았다.면천을 다녀간 분이 보내신 글 한 통, 그 속엔 면천을 잊지 못하는 아름다운 글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것이 면천이 가지고 있는 위력이다.
이제 잠들었던 면천이 기지개를 펴고 근현대의 모습으로 달리고 있다.
성벽 산성길엔 작은 대나무 숲길이 만들어졌고, 곧 며칠 후면 또 하나의 면천 명소가 될 면천책방 ‘오래된미래’가 문을 열 예정이다.

난 옛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다. 누구보다도 문명의 편리함을 추구했던 사람 중 하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문명이라는 편리함과 화려함에 메말라가는 감성이 안타까웠고, 누구에게나 세련된 편리함보다 편안한 안식처 같은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찐득하게 넣어진 감미료처럼 인위적인 문화예술이 아닌 자연 그대로에 소박함으로 거듭나는 면천읍성, 함께 지키고 가꿔 간다면 당진 최고의 문화콘텐츠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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