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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사람들

당진버스터미널 내 14개 상점 자리해
승객·기사·상인들로 쉴 틈 없는 터미널
한수미l승인2019.01.10 19:11l(12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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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2003년 당진터미널이 첫 문을 열었다. 우리에게 ‘신터미널’로 익숙한 이곳도 어느새 세월이 흘러 곳곳에 시간의 흔적들이 묻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오갔고, 터미널 안에서 하루를 맞이하고 끝내는 사람들이 있다. 새벽 1시 상가 문이 열리면, 버스가 운행되고, 상가 문을 닫고 밤 11시 버스 운행이 종료될 때까지 쉼없이 여러가지의 삶이 이어진다. 슈퍼 사장님부터 버스 운전기사까지 터미널과 하루를 함께하는 이들을 만났다.

 

새벽 1시, 예당떡집의 시간

어둑한 새벽 1시 예당떡집의 불이 켜졌다. 당진버스터미널의 첫 시작이다. 운행을 중단한 버스도, 오가는 승객도 없다. 모두 멈춘 터미널의 시간 속에 이승원 대표와 종업원 최유진 씨는 바쁘게 하루를 시작한다. 한 편에 쌓여 있는 쌀을 쪄 내고 호두와 건포도를 가득 넣은 흑미샌드를 만든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시루떡이 차가운 새벽공기에 따스함을 전한다. 터미널 속 작은 상가 안에서 떡이 한 가득 만들어지면 아침이 시작된다.

떡을 찾는 손님을 맞이하고, 동시에 배송할 택배를 준비한다. 마감 때는 잠시 숨 돌릴 새도 없다. 닦고 청소하고 마무리하기 바쁘다. 오후 6시면 이미 모든 떡은 다 판매되고 없을 시각이다.

한편 예당떡집이 터미널 안에 자리한 지 12년이 넘었다. 베트남에서 온 최유진 씨도 이곳에서 일한 지 7년이나 됐다. 한국 떡이 좋다는 최유진 씨는 “빨리 가게 문 닫고 들어가서 자야 한다”며 “너무 피곤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하루가 바쁘지만 그래도 예당떡집의 떡을 좋아하는 손님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온 모녀의 만두

그 옆에는 이름 그대로 직접 빚은 손만두와 진빵을 판매하는 손만두찐빵이 자리해 있다. 터미널 왼쪽 문으로 들어오는 손님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이다. 이곳의 만두 맛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 쫀득한 피와 육즙 가득한 만두소 덕분에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바빠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손만두찐빵은 이혜옥·이미순 모녀가 3년 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이들은 중국에서 왔다. 부모님이 먼저 당진에 ‘어쩌다’ 정착했고,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미순 씨가 엄마와 함께 만두 가게를 시작했다. 중국에선 명절은 물론 집에서 곧잘 만두를 빚었다고 한다. 그 노하우를 살려 오전 7시부터 터미널을 나와 작은 상가 속에서 두 모녀가 함께 반죽 하고 만두 빚고 찐빵을 쪄낸다. 지금은 어머니가 아파 중국에 살고 있는 동생이 와서 일손을 돕고 있다.

“터미널은 주차가 어렵잖아요. 근데도 우리 집을 찾아 주는 손님들이 있어요. 미리 주문했다가 바로 가져가곤 해요. 손님들이 맛있다고들 해주시는데, 너무 감사하죠.(이미순 대표)”

“토스트 하나 주세요”
그 앞 편에는 불타는 토스트가 있다. 11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이 벽낙서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종종 사랑을 맹세하며 적은 두 이름 사이의 하트를 지우러 오는 손님들도 있다고. 이곳은 부부가 번갈아서 운영한다. 오늘은 남편이, 내일은 아내가 터미널 속 6평의 불타는 토스트를 지키고 있다.

“햄 치즈 토스트 하나 주세요.” 토스트 주문이 하나 들어왔다. 계란을 톡 깨서 햄과 치즈를 달궈진 팬에 익혀 금세 토스트 하나를 완성한다. 초코크림과 생크림이 들어간 노릇하게 구워진 와플을 찾는 이들도 꽤 있다. 또 설과 추석, 1년에 두 차례지만 꼭 찾는 손님들도 있다.

반가운 단골손님을 맞이할 때면 전의정 대표는 기분이 좋다. 그는 “요즘엔 대학생 방학 기간이라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그래도 손님 기복이 크지 않은 것이 터미널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뿐만 아니라 터미널 속 상인들 모두 열심히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터줏대감 행복마트

터미널 중앙에는 터줏대감 행복마트가 있다. 김윤상 대표는 지난 2003년 당진버스터미널이 문 열기 1년 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처음 터미널이 생겼을 땐 아무 것도 없었단다. 흔히 부르는 ‘신터미널’도 없었다. 건물이 하나 둘 층을 쌓을 때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터미널이 문 열고 난 뒤에는 승객들도 터미널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하던 사람들도 행복마트를 찾았다.

17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터미널 안에서 만났다. 김 대표에 따르면 처음 터미널을 문 열었을 때보다 지금이 오가는 유동인구 수는 훨씬 많다고 한다. 하지만 모바일 티켓이 보편화 되며 전처럼 터미널에서 티켓을 끊고 시계를 보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적어졌다.

그는 “최근 몇 년 전부터는 극심한 매출감소로 터미널 상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여기에 높은 임대료, 최저임금 인상, 근무시간 단축 등으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상인들이 아르바이트 없이 하루도 쉬지 않고 상가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앞으로 화장실 개선 등 터미널 환경이 좋아져 승객들에게 더 나은 편의가 제공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바빠요 바빠” 명동분식
바로 옆 명동분식은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테이블은 5개뿐이다. 공간을 넓히고 남들처럼 리모델링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버스기사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곳이기 때문이다. 장거리 운행을 하는 버스기사들에게 밥은 굉장히 중요하다. 잠깐의 휴식시간에 끼니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터미널 밖을 나가기도 어렵다. 때문에 첫차가 운행되기 전 6시부터 명동분식은 장사를 시작한다.

김대영 대표는 “버스기사가 밥 못 먹어서 굶기라도 하면 운전하는 내내 얼마나 배가 고파 힘들겠냐”며 “손님이 많아지면 도리어 기사들이 밥을 못 먹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기는 뭐든 ‘빨리 빨리’에요. 제일 빠르게 나오는 메뉴가 백반인데 2분이면 돼요. 오래 걸리면 기사님들 밥 못 먹어요. 차량 정체가 심한 날이나 명절 때는 이보다 더 정신없죠. 더 ‘빨리 빨리’ 해야 하죠.”

“무사고 안전! 기원합니다”

터미널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버스다. 터미널을 빠져 나와 시내버스 정류장을 거쳐 정비소 건물 2층에 올라가면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쉼터가 나온다. 구들장에 누워 조각잠을 청하는 기사들도, 커피를 마시며 한숨을 돌리는 기사들도 있다.

가장 오랜 경력을 갖고 있는 버스기사는 자그마치 27년이나 됐다. 그 외에 다수의 기사들이 이곳에서 15년을 훌쩍 넘긴 시간을 보냈다. 오랫동안 버스를 운전하면 별 일을 다 겪는다고. 덜컹거리는 시내버스에서 멀미로 토하는 승객들이 적지 않단다. 또 시골 지역을 운행할 땐 아들 같다며 할머니들이 홍시도 쥐어 주고, 오가는 길에 안부도 나눈다.

반면 시내 지역은 출퇴근과 등하교 시간에는 정말 정신이 없다. 특히 송악중·고등학교와 신성대 부근은 버스를 타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편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노선은 터미널~삼길포, 터미널~한진이다. 다시 터미널로 돌아오기까지 꼬박 2시간이나 걸린다. 장날은 정말로 힘에 부치는 날이다. 시장통이 사람들로 꽉 막혀 움직이기도 힘든데 그 사이를 버스가 지나가려니 특히나 긴장되는 순간이다.

서명석 충남세종자동차노동조합 당진여객지부장은 항상 ‘무사고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래서 도로 위에서 스치며 지나는 다른 버스를 만나면 기사들은 서로 손을 올려 인사한다.  단순히 인사만이 아닌 안전운전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단다.

“시민분들이 기사들의 친절도, 배차시간을 많이 이야기 하세요. 저희도 항상 안타까워요. 운행 시간에 쫓겨 운전하고, 또 다 태우지 못하는 승객을 보면 방법을 강구하려 해도 기사들로서는 어려움이 많아요. 우리 기사님들이 정말 고생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잠깐의 휴식시간이라도 여유있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모두들 안전, 그리고 또 안전하게 운행하시길 바라요.”


 


한수미  d91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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