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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9.01.15 17:11
  • 호수 1240

향수(鄕愁)에 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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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부 (사)한국문인협회 중앙회원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2019년은 황금돼지해라고 한다. 황금돼지는 부(富)를 상징하기도 한다.

새해를 맞아 새 뜻, 새 비전(vision), 새 은사(恩賜)를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절친한 친구의 고향마을인 옥천군 군서면 오동리를 찾았었다.

마을 앞 냇가에서 유유히 흐르던 맑은 시냇물 위로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생겼고, 마을 공터에는 공원으로 변해 있었는데 『고향』이란 정지용 시인의 시비가 서있었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참으로 감명 깊은 시였다. 다음은 갈 길을 재촉해 친구 아버님과 어머님 산소가 있는 오동리 산골짜기로 향했다. 『아멘 !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계22: 20』 라고 쓰여 있는 묘소 비문 앞에 국화꽃을 꽂아 놓고 묵념을 한동안 올렸다. 

지금으로부터 42년 전인 1977년 내가 충남 광천읍 광천재건중학교 국어 선생으로, 그리고 광천 광문학원에서 수학강사로 재직 중에 인연이 돼 고향인 태안군 남면에 청운주산학원을 개설하였을 때 책걸상 값이 부족하여 여기 계신 아버님한테 얼마간의 금전을 빌려다 쓰고 갚았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고려 말 조선초기의 문인으로 호는 야은(冶隱)이요, 이름은 길재 [吉再] 시인의 “五百年(오백년) 都邑地(도읍지)를 匹馬(필마)로 도라드니/ 山川(산천)은 依舊(의구)한데 人傑(인걸)은 간데없네  / 어즈버 太平烟月(태평연월)이 꿈 이런가 하노라” 란 시가 떠올랐다. 

갈 길을 재촉하여 옥천군청으로 향했다.  따뜻하게 맞아주는 김 군수와 그 동안의 일을 회상하며 담소를 나눴고, 황 주무관을 반갑게 만나 짧은 나화를 나누고, 군청을 떠나오는 발걸음은 마냥 아쉽기만 했다. 작년에 한국공무원문학협회에서 전북 고창군 선운사로 문학탐방 때 본 글인데, 낯모르는 사람끼리 길에서 소매를 스치는 것 같은 사소한 일이라도 모두가 전생의 깊은 인연에 의한 것임을 이르는『타생지연(他生地緣)』이란 말이 생각났다. 흔히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세상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청운회원인 친구 어머님 상(喪)을 향해 경부 고속도로를 고속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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