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입력 2019.01.15 17:13
  • 호수 1240

[독자의 글] 한 방울의 축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충화 석문면 삼봉리

천생 농사밖에 모르던 농사꾼이 나이가 오십이 넘어서 어쩌다 장사한다고 부모님이 물려준 농토며 집, 심지어 살림살이까지 모두 팔아 버리고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장사는 저를 아는 아버지 같은 분들부터 아저씨 형님, 아우님, 선·후배들 덕분에 그럭저럭 잘되었습니다.

한편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은 대부분 다 팔아서 장사 밑천으로 쓰고 일부 땅을 조금 남겼습니다. 그러나 관리를 하지 않았기에 땅은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었기에 많은 돈을 주고 중장비를 동원하여 번듯하게 밭을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남에게 위탁 주려고 해도 투자한 돈이 많아서 남에게 주지 못했습니다.

한편 일상의 대화 속에서 친구들이나 많은 사람들이 “고구마 농사, 고구마 농사” 말하기에 은근히 땅이 있으면 한번 고구마를 심어보고 싶었던 참이라 기대 섞인 마음으로 고구마를 한밭자리 심었습니다.

고구마 싹은 집안 형님이 키워주셨고 친구와 지인들의 도움으로 밭을 갈고 비닐을 씌우고 싹을 심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20년 전에 놓은 농사 일손으로 몸이 견디질 못했습니다. 어느 날은 갑자기 열이 나고 식은땀이 나며 안 아픈 곳 없이 온몸이 아파서 “아, 내 몸이 고장 나도 많이 고장 났구나”하면서 사흘을 꼼짝을 못하고 누워서 앓았습니다.

다행이 몸은 나흘 만에 정상으로 완쾌 되었고 그 사이 고구마도 남들 밭만큼 잘 자라주었습니다. 5월 중순 싹을 심고 7월 중순부터 시작된 가뭄이 8월 내내 찌는 듯 한 더위와 함께 땅에 식물들을 들볶았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가 모처럼 심은 고구마인데, 8월 내내 더위와 가뭄이 이어졌습니다. 고구마 넝쿨들이 이슬이 내리기 시작 하는 저녁에는 잠잠 하다가 해가 뜨면 이슬이 무섭게 말라 아우성입니다. 입고 있던 옷도 초록 옷에서 노랑 옷으로 어느새 갈아입고 소리를 지릅니다. “물! 물! 물을 주세요”라고.

그러다가 한낮에는 실신을 합니다. 하루 이틀도 아닌 한 달 내내 하루에 한 번씩 실신을 했습니다. 살아난들 저들이 자식 노릇을 할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이틀, 한 달, 사십일 이제는 이슬이 내려도 고개를 쳐들지도 못합니다. 그 지경에 이르니 어느 날인가는 비가 내립니다. 그 이튿 날부터 기적처럼 고구마 잎들이 웃고 있습니다. 어느새 옷도 노랑에서 초록색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얼마 후에 땅을 열어보니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인간을 생각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죽을 것 같았던 고구마가 한 방울의 물로 소생하여 후손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남들이 들여다보고 고구마가 정말 많이 달렸다고 부러워할 정도입니다.

고구마를 캐면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있는 것을 보고도 입에서 받아 주질 않아 먹지 못하여 시들어 가는 안쓰러운 상황의 환자들도 다 죽어가던 고구마 넝쿨이 한 방울의 물을 먹고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 주렁주렁 열매가 달리듯이 사람에게도 그러한 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