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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9.01.18 20:51
  • 호수 1241

[이슈] 발전소 수명 늘면, 주민 수명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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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당진시 송전선로 발전소 범시민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


무척이나 뜨거웠던 2016년 여름, 당진시 송전선로 발전소 범시민대책위원회는 김홍장 당진시장과 함께 당진에코파워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를 백지화시키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벌인 바 있다. 살인적인 폭염과 24시간 내내 그치지 않는 차량 소음 속에서 7일간 이어진 단식농성을 통해 당진시민들의 의지를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었으며 정부에 지역사회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함으로써 마침내 당진에코파워 건설을 무산시키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규 석탄화력 백지화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근 당진화력 1~4호기에 대한 수명연장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김성환 국회의원실에서 제공한 ‘「당진 1~4호기 성능개선사업」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이하 ‘예타보고서’)에 따르면 사업목적에 ‘당진 1~4호기 성능개선사업은 당진화력 1~4호기의 성능개선 및 수명연장과 환경설비를 개선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전국 최고의 대기오염을 겪는 당진지역에서, 조기폐쇄해도 모자랄 석탄화력의 수명을, 그것도 10년을 더 연장하겠다니 당진시민에게 억하심정이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과 석탄발전의 비중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도 기존 석탄화력의 수명을 30년에서 25년으로 단축하는 공약을 제시하고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 탈석탄동맹에도 가입했다. 
당진시도 ‘시민이 이끌어가는 에너지전환특별시 당진’이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탈석탄 에너지전환에 적극 앞장서기로 다짐하고 있다.

당진화력 1~4호기 수명연장 추진은 탈석탄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충남도, 당진시의 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이며 ‘당진에코파워’ 석탄화력발전소를 막아내고 안심하고 있는 당진시민의 뒤통수를 치는 파렴치한 짓이다. 발전소의 수명이 늘어나면 그만큼 주민들의 수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 동안 당진화력은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2017년 7월 당진시와 대기오염물질 자발적 감축 협약을 체결하는 등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주 설비의 성능개선은 일절 언급하지 않고 1호기부터 10호기까지 전체 발전기의 탈질, 탈황 설비와 전기집진기, 저탄장 옥내화 등의 환경설비 개선을 통한 대기오염물질 저감 계획만을 발표했다.

이번에 확인된 ‘예타보고서’는 1~4호기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명칭도 ‘성능개선’이다. 우리나라 발전소에서 ‘성능개선’의 첫 번째 목적은 ‘수명연장’이다. 

실제로 ‘예타보고서’에서 밝힌 총사업비 중 환경설비는 28%에 불과하다. 반면 수명연장을 위한 보일러 등 주 설비는 54%를 차지한다.

물론 동서발전에서는 언론사에 보낸 보도 자료를 통해 “수명연장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히고 있다. 그야 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처사다. 

‘예타보고서’의 사업목적에 정확하게 ‘수명연장’을 명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발전소의 성능개선이 수명연장을 위한 목적이라는 것은 그동안 발전사들이 낸 홍보자료에도 잘 실려 있다. 
수명연장을 전제하고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예타보고서’를 통과시킨 기획재정부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권부는 출범 후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노후 석탄화력 봄철 일시 가동중단 조치를 발표하는 등 탈석탄 에너지전환을 분명히 했다. 앞에서는 탈석탄 에너지전환을 부르짖으면서 뒤로는 노후 석탄화력 수명연장을 추진하는 모순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기획재정부의 ‘예타보고서’ 통과가 에너지정책 기조의 변경인지, 아니면 일개 부서의 ‘일탈행위’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당진지역은 전체 시민의 결집된 힘으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막아낸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당진화력의 수명연장 기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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