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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19.01.18 20:57
  • 호수 1241

[기고] 청와대 행정관과 육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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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붕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청와대 5급 별정직 행정관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주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육국참모총장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말문이 막힌다. 또한 청와대 내에서도 문서정리 등 보조업무를 하기에도 벅찬 신출내기 사무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지 두세 달밖에 안 된 행정실무 경험이 전혀 없는 청와대 별정직 행정관이 이 정도의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국정이 걱정이다. 

이 사건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꼭 집고 넘어가고 싶다. 첫째,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의 처신은 참모총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행동이다. 육군 참모총장은 38명의 사단장 등 수백 명의 장성과 수십만 장병의 우두머리이며, 의전도 장관에 준하여 예우한다. 그런 사람이 임용된 지 3개월도 안된 애숭이 사무관의 호출로 청사 밖에서 만났다. 아무리 위중한 사항이라도 집무실에서 만나거나 참모에게 맡겼어야 했다. 두 번째, 청와대의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행정관이든 수석비서관이든 모두 대통령의 참모이므로 누구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리에 맞는 ‘격(格)’이 있고,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청와대에는 대통령비서실장, 수석비서관, 비서관, 선임행정관, 행정관, 행정요원이라고 하는 직급과 직무가 있다. 따라서 누구나 만날 수 있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은 청와대가 갑 중의 갑, ‘상갑의식(上甲意識)’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세 번째, 청와대의 잘못된 대응방식이다. 행정관이 참모총장과 논할 일이라면 인사수석실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청와대의 업무생리가 그렇다. 정무적 판단까지 고려해야 하는 청와대 업무특성 상 새내기 5급 행정관에게 이 정도의 재량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인사업무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두둔할 것이 아니라, 애숭이 행정관의 공명심에서 나온 개인 일탈로 치부하고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에 역점을 뒀어야 했다.  

네 번째, 인사 관련 서류를 잃어버렸다는 것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더욱이 군인사서류를 청와대 밖으로 들고나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참모총장을 직접 대할 정도의 업무라면 즉시 복귀해서 수행결과를 보고했어야 한다. 장군 인사철이 되면 국방부 근처 식당은 따끈따끈한 정보수집 장소가 된다. 또한 장군 파일은 적에게는 일급 정보다. 그런데 그 서류를 들고 누군가와 식당에 갔고 분실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품격도 기강도 보안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의구심이 끝이 없다.

국민은 불과 2년 전 뼈아픈 국정을 경험했다. 아픈 만큼 성숙해야 하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남아있음을 알아야 한다. 첫째, 청와대와 국방부는 진실과 사실을 낱낱이 조사하고 국민에게 밝혀야 하며, 기강을 다시 잡고 시스템을 고쳐서 재발방지에 골몰해야 한다. 둘째, 청와대는 ‘상갑의식(上甲意識)’을 버려야 한다. 청와대는 최고의 권력기관이면서 동시에 최고의 민원기관이다. 모든 구성원은 품격 있는 자부심도 갖고 일해야 하지만, 겸손하고 몸을 낮춰야 한다.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청와대에 있을 자격이 없다. 셋째, 정씨를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에 추천한 경위를 파악해야 한다. 청와대가 밝히지 못한다면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넷째,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대한민국 국군의 자존심과 명예를 훼손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 

 지금 국군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매우 긴박하고 중차대한 기로에 서있다. 국방개혁, 한미동맹, 전작권 회수 등 산적한 현안에 남북미문제가 덮여있다. 정신을 똑바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이다. 소는 잃었을지라도 외양간은 반드시 고쳐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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