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들은 내복 종아리가 다 보이는 개량한복을 입고 강당무대에 섰습니다. 오른쪽 선생님의 풍금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어째 엇갈려 설 줄도 몰랐었는지 자로 잰듯이 일렬로, 앞사람 뒷꽁무니를 보고 섰습니다. 강당이라는 곳은 여러 칸짜리 교실 칸막이를 떼어내면 만들어지는 넓은 공간이었습니다. 검게 그을은 교실벽, 정중앙에 걸린 태극기와 바로 밑에 '단기 4292년'이라고 써붙인 종이, 칼로 긁고 닳은 책상, 그리고... 갓 쓰고 학예회 구경을 나오신 할아버지와 어르신들. 지금으로부터 40년전, 송산초등학교 학예회 장면입니다. 사진/ 이신용·이두용(송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