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복지
  • 입력 2019.02.01 19:43
  • 호수 1243

[사랑을 나눠주세요] 석문면 삼봉리 황금선 씨
보따리 짊어지고 사는 ‘황양’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테이너에서 먹고 자고 씻고
안전한 보금자리, 사유지라 어려워

집을 이고 가는 달팽이처럼 양손 가득 짐 보따리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한 손에는 빵빵하게 채워진 바퀴 달린 시장 바구니를 끌고, 그 바구니 손잡이에는 분홍 보자기로 싼 짐이 묶여있다. 손이 빈 한 쪽 어깨에는 금색 보자기로 싼 가방을 멨다. 언제나 짐 보따리를 들고 다니는 한 사람. 이 사람의 사연은 무엇일까.

도로에 위치한 컨테이너에서의 삶
삼봉사거리에서 삼봉교회로 향하는 대호만로는 큰 도로여서 차들이 속력을 내며 달리기도 한다. 이 차도 바로 옆에 컨테이너 하나가 위태롭게 설치돼 있다. 창고인가 싶은 컨테이너에 사람이 살고 있다. 석문면 삼봉리에 거주하는 황금선 씨, 그는 마을에서 “황양”이라고 불린다.
한 칸의 컨테이너에서 황 씨는 먹고 자고 씻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물을 구하려면 인근 교회 등에 가서 물을 길어와야만 했다.

석문면행정복지센터와 석문면개발위원회, 동서발전이 새 컨테이너를 지원하면서 이 사정을 알고 상수도 시설을 갖춰 현재는 컨테이너에서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황 씨는 오랫동안 물을 길어 사용했던 지난 경험과 언제 물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여러 개의 통에 물을 받아 놓고 있었다.

지역사회의 지원으로 먹고 자는 공간은 개선됐으나 문제는 씻는 공간이다. 컨테이너 바로 옆에 붙어있는 화장실은 컨테이너의 반도 안 되는 크기이며, 물이 나오는 호스와 빨간 고무 대야,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들만이 있을 뿐이다. 이곳에서 씻고 빨래를 한단다. 용변은 인근 교회나 건물의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이곳에서 볼일을 보고 흔적은 밖에 버려가며 치우고 있다.

▲ 황 씨가 거주하는 컨테이너

인근 식당에 밥 요청하기도
머리가 희끗한 황 씨는 추운 겨울, 옷을 몇 겹이나 껴입고 길을 나섰다. 컨테이너 문을 꼭 잠근 그의 옆에는 언제나 짐 보따리가 함께했다. 짐을 가지고 다녀야만 마음이 편하다는 황 씨는 보따리를 한가득 싸메고 마을 곳곳을 다녔다.

마을 여기저기를 다니는 그는 종종 인근 식당에 들른다. 식당 주인에게 밥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고, 맨손어업으로 잡은 바지락이나 그 도토리로 쑨 묵을 팔기도 했다.

식당 주인은 “황양이 집에 쌀이 떨어졌다며 밥을 구하러 식당에 오기도 하고 바지락 등을 캐서 사달라고 하기도 한다”며 “안쓰러운 마음에 밥과 몇 가지 반찬도 함께 챙겨주면서 도움을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양과 대화를 나누면 황양이 못되고 무식한 사람은 아니라는 게 느껴진다”며 “형편 어려운 황양에게 도움의 손길이 닿길 바란다”고 전했다.

“안전하게 살고 싶어요”
황 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한 보금자리’다. 위험한 도로에 위치한 컨테이너는 언제 사고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미 지난해 겨울, 자동차 한 대가 황 씨가 사는 컨테이너를 들이받으면서 컨테이너 반이 망가지는 일도 있었다.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컨테이너를 새롭게 마련했으나 이 같은 사고가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때는 컨테이너뿐 아니라 황 씨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먹고 싶은 게 많은데 못 먹어요. 돈이 없으니까요. 밥 해먹으려고 앉아있다 일어나려고 하면 픽 쓰러질 것 같고 정신이 어질어질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집이 안전하게 길 안쪽으로 옮겨졌으면 좋겠어요. 안전한 곳에서 살고 싶어요.”

사례관리 대상자로 지원해와
한편 황 씨는 지난 2013년부터 사례관리 대상자로 분류돼 석문면행정ㅋ복지센터의 관리를 받고 있다.

석문면행정복지센터 양정우 맞춤형복지팀 주무관은 “현재 위치에 정화조를 묻고 화장시설 설치를 하기에는 공간이 좁은데다 사유지여서 현실적으로 환경 개선에 어려움이 있다”며 “컨테이너가 자리한 장소도 마을 이장이 땅 소유자와 협의해 허락을 받아 가능했으며, 그 전까지는 무단점유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에서 황씨가 사용한 전기세, 물세를 대납하고 있다”며 “안전한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면 좋겠지만 여건이 마땅치 않다”고 전했다.

한편 양 주무관은 “황 씨가 정신질환자로 장애등급을 판정받으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황 씨가 병원을 거부하고 있다”며 “황 씨 개인이 돈 관리를 못하는 상황이라 현금지원보다는 물품지원이 황 씨에게 더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