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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19.03.08 18:36
  • 수정 2019.03.08 20:08
  • 호수 1247

불투명한 사업에 혈세 7000만 원 지원
■분석 ‘한류! 이제는 미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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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자료 들여다보니 사업비 부풀리기 여전
숙박비 1000만 원 모두 서산에서 사용
당진시 “서울 관광·술값 등 환수조치 할 것”

7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관광·술 등 부적절하게 예산이 사용되거나, 번역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자를 발행하는 등 다수의 문제점이 발견돼 문제가 되고 있다. 

21C국제미술문화교류협회(회장 장철석)는 지난해 충남도로부터 7000만 원(자부담 5만2000원, 0.074%)의 예산을 지원받아 지난해 9월 14일부터 27일까지 보름 간 국제미술교류전 ‘한류! 이제는 미술이다’를 개최했다. 

이 사업은 세계 25개국 작가들을 당진으로 초대해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해외작가들과 한국작가들이 교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첫째 주에는 외국작가 33명이 지역에 체류하며 세미나와 현장스케치 등에 참여했으며, 둘째 주에는 이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한류의 바람, 미술부문으로 발전 방향 모색”을 위한다던 사업목적과는 달리,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미술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외국인 작가들의 작품을 지역에 전시하는 것이 ‘한류’라는 사업의도에 부합한 것이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도비 빨리 투입해야 하는 긴급한 사업?  

지자체가 지방보조금을 단체에 지원하는 경우, 대부분 도비가 투입되면 시비가 같은 비율로 매칭된다. 그러나 이 사업의 경우 오로지 도비로만 지원했다. 충청남도 문화체육관광과 조상현 문화예술팀장은 “시·군비 예산이 확보되기 어렵지만 사업이 급박하게 필요할 경우 도비만 지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도비만을 긴급하게 투입해야 할 정도로 급박하게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조 팀장은 “지난해 ‘한류! 이제는 예술이다’를 비롯해 두 건이 이와 같이 도비만 지원해 추진됐다”며 “현재는 이 같은 방법으로 예산이 편성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작가·작품 선정기준 불분명

또한 초대한 외국작가들의 선정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번 전시에는 25개국에서 40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33명이 당진을 방문했다. 대부분 동남아시아·서남아시아·중앙아시아·중동 국가 등 제3세계 개발도상국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 전문가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작품성이 좋은 작가들이 많기에 국가로만 작품성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많은 예산이 들어간 대규모 기획전시인 만큼 작가와 작품 선정에 있어 명확한 기준은 필요하다”며 “전문가를 포함한 검증위원회 등을 구성해 전시 주제에 맞는 작가와 작품을 선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업을 추진한 장철석 작가는 “그동안 외국을 오가며 알고 지낸 작가와 각 나라별 대사관에 연락해 작가를 추천받았다”며 “추천받은 작가의 경력을 받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가 작품을 보냈는데 작품성을 논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관광은 서울에서, 숙박은 서산에서

한편 이들을 대상으로 서울 관광 등의 일정이 포함돼 있거나 사업비가 술값으로 지불된 경우도 있어 혈세로 지원한 예산이 부적절 하게 집행됐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사업계획에는 없던 내역이 정산과정에서 드러난 가운데, 9월 18일 40여 명이 서울 예술의 전당과 덕수궁미술관을 방문했으며, 한강유람선을 승선한 것으로 보이는 기록도 발견됐다. 장철석 작가는 “일부는 자비를 들이거나 스폰을 받아 진행했다”고 밝혔다. 

숙박의 경우에는 모두 서산에서 해결했다. 충남도 예산을 받았지만 당진에서 전시·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등 당진을 중심으로 진행된 행사의 예산 가운데 1000만 원(192실)에 달하는 예산이 서산에서 사용된 것이다. 관광은 서울에서, 숙박은 서산에서 하면서 지역홍보와 지역경제 효과도 결국 외부로 유출됐다. 이에 장철석 작가는 “처음 한국에 온 작가들이 있어 이들에게 한국의 문화예술을 보여주고자 서울 예술의전당과 덕수궁미술관 등을 방문했다”며 “또한 당진에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마땅치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당진시에서는 보조금으로 사용 불가능한 항목은 환수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진시 문화관광과 문화정책팀 손명주 주무관은 “관광의 경우 계획에 없었던 내용으로, 서울에서 집행한 승선료와 식비와 술값 등 보조금으로 사용할 수 없는 항목에 대해서는 환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엉터리 번역에 250만 원 집행

이번 행사를 위해 제작한 도록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도록과 심포지움 자료집이 약 200쪽에 걸쳐 한 권의 책으로 엮어 1300부를 발행했다. 여기에는 1000만 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이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100페이지 번역에 250만 원을 사용했다. 

그러나 오·탈자와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은 물론이고, 아예 의미가 통하지 않는 번역도 다수 발견됐으며, 중간에 번역된 글이 끊기는 등 매우 허술하게 제작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예로 인도의 수바카르 타디 작가의 발제문에서 “Going out of this warm and comfortable plastic bubble and facing a real challenge, in a cultural exchange, all by yourself, changes you; and from my perspective, this is indeed how you grow up.(편안하고 안락한 환경에서 뛰쳐나와 스스로 새로운 도전에 부딪치는 것은 당신을 변화시킬 것이며, 우리는 그러면서 성장한다)”이라고 기술된 부분은 “이 따뜻하고 편안한 플라스틱 거품에서 벗어나 진정한 도전에 직면하고, 문화 교류에서 혼자 힘으로 변화합니다. 그리고 나의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당신이 정말 얼마나 성장했는지 입니다”로 뜻을 알 수 없게 엉터리로 번역돼 있다. 

이밖에 “다채로운 특징의 충분한 놀이를 주기 위하여”, “잉크를 자연스럽게 처리해야하므로 더럽고 혼란스럽거나 얼룩이 지거나 건조하거나 불이 나거나 기름진 결과를 피할 수 있습니다” 등 전혀 이해할 수 없도록 번역한 사례를 다수 찾을 수 있다.

“우르르 몰려갔다 실속 없는 해외전시”

한편 이 행사가 ‘한류! 이제는 미술이다’라는 주제처럼, 외국에 한국미술을 알리는 사업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류 효과를 내기에는 이같은 일회성 행사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 관계자는 “외국작가들이 이 행사 이후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당진과 한국을 제대로 알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 행사처럼 일회성으로 끝나는 사업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 행사의 심포지움 자료집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 이른바 ‘셀프디스’나 마찬가지다. 서승석 미술평론가는 발제문을 통해 “많은 이들이 해외전시를 기획하고 참석하지만 대부분 우르르 몰려갔다가, 현지인들에게 외면당한 채 홍보나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그들만의 잔치를 하고 그대로 미술품을 싸들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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