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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한기창 전 면천향교 전교
글자 하나하나에 담긴 충·효·예

매주 일요일 면천향교에서 한문교육
배울수록 깊이 느끼는 한자…“한글만큼 중요”
한수미l승인2019.03.15 20:26l(12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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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창 옹은 매주 일요일, 교육자료가 두둑하게 담긴 가방을 안고 면천향교로 향한다. 한 평생 교단에 섰던 그는, 교사를 퇴직한 후에도 마을회관과 노인복지관에서 노인을 비롯한 주민들에게 한자를 가르쳤다.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지만 가르침에 대한 열정이 그를 다시 일으켰고, 요즘은 매주 일요일마다 면천향교에서 생활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현재 한기창 옹은 88세의 나이 지긋한 노인이 됐지만, 그의 한자사랑과 교육열은 청년처럼 뜨겁다.

금산고에서 시작한 교직생활

한기창 옹은 1965년 금산고등학교에서 첫 교편을 잡았다. 그곳에서 2년 간 근무한 후 합덕농업고등학교를 비롯해 천안농고와 서산농고, 면천중학교, 순성중학교 등 충남지역 여러 학교에서 근무하며 ‘농업’ 과목을 가르쳤다. 

대호지분교장이 처음 생겼을 무렵엔 초대교감을 맡기도 했다. 당시 장학관이 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했고, 한 교사에게 “본교나 큰 학교로 갈 생각 있느냐”고 질문했다. 하지만 그 교사는 “대호지분교 같은 학교가 없다”면서 “가지 않겠다”고 말했단다. 

그 덕분인지 학교 운영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은 한기창 옹은 이후 서해안지역에서는 비교적 큰 학교였던 서산농고 교감으로 발령받았다고. 그는 “30학급이었던 서산농고에서 아이들이 소풍 가려면, 서산에서만 버스를 충당하기 어려워 예산버스까지 대절했었다”며 “오랫동안 교직을 있으면서 재밌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초전리로 불렸던 봉소리

순성면 봉소리에서 나고 자란 한 옹은 1987년 퇴직하고 다시 고향에 터를 잡았다. 지금은 ‘순성면 봉소리’이지만 조선시대 때는 ‘면천군 덕두면 초전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 이름을 따, 한 옹은 마을회관에 ‘초전충효교실’을 열고 마을 아이들에게 한자와 충·효·예절을 가르쳤다. 이후 각 학교에 방과후학교 제도가 생기면서 순성초등학교에서 근무하기도 했다고. 

또한 남부노인복지관이 개관한 1997년부터 노인들에게 한자를 10년 간 가르쳤다. 그는 “배우고 할 줄 아는 것이 교육 뿐이라 정년퇴직 후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한자를 가르쳤다”고 말했다.
 

“한자는 정말 좋은 글”

한글의 우수성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한자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어려운 한자사용을 지양하고 한글사용을 권장하면서 한문교육까지 위축됐다. 하지만 한기창 옹은 “우리말과 우리글도 훌륭하지만 한자와 한문 역시 정말 좋은 글자”라고 말했다. 한자의 한 글자, 한 글자 안에는 각각 뜻을 담고 있어 한자를 안다면 쉽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한문을 배우기 시작해 한자에 담긴 원리와 뜻을 깨달으며 감동을 받았다는 그는 교직에 있을 때도 한자로 수업을 하곤 했다. 한문을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많았지만, 제자들은 종종 “선생님 덕분에 한자를 많이 배웠다”는 말을 했고, 그럴 때면 보람을 느꼈다. 
여전히 방 안 책장에 꽂힌 빼곡한 서적들은 대부분 한자 관련 서적이다. 그리고 벽과 창문에는 한자로 써 놓은 문구들이 가득하다. 한기창 옹은 “한자를 공부하느라 늙을 새가 없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고 가르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매주 일요일은 향교 가는 날

한편 가르침에 대한 열정과 한자사랑은 면천향교까지 이어져 현재도 글방에서 노인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2년 동안 면천향교 전교를 맡았던 그는 매주 일요일마다 면천향교 글방을 찾아 생활한자를 강의하며, 남는 시간에는 성재서당 전남훈 옹의 천자문을 교육을 들으면서 공부하고 있다. 전남훈 옹이 한자를 가르치기 위해 직접 손으로 써서 만든 서적을 만들어 사용하듯 한기창 옹도 직접 편집한 한자 교본을 사용해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요즘 천자문을 다시 배우고 있는데 그 깊이를 새삼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자는 글자 하나하나에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 뜻이 하나로 모아져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충·효·예가 되지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한자를 멀리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우리 어휘의 75%를 차지하는 한자를 조금은 더 가까이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한기창 옹은 
- 1933년 순성면 봉소리 출생
- 금산고·합덕농고·서산농고 등 재직
- 전 면천향교 전교
- 전 순성노인대학장
- 전 당진남부노인복지관 글사랑 강사
- 청주한씨 중앙종친회 이사
 

 


한수미  d91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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